[雜想] 대음악예능 시대 ⑦ JTBC 팬텀싱어
더 뜨거운 불금, 더 화려해진 가창력, 더 완벽한 하모니
[매일일보] tvN의 ‘삼시세끼’가 대박을 내기 전까지 금요일 밤은 TV 편성에서 이른바 ‘황금시간대’가 아니었다고 한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라는 표현이 상징하는 것처럼 주5일 근무제에서 금요일은 다수의 시청자들이 집에서 TV를 보기보다 술자리를 즐기기 좋은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숙성단계로 접어든 대음악예능시대에 있어서 금요일 밤은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간이다.
8시 30분에 시작하는 KBS ‘노래싸움-승부’부터 9시 30분의 MBC ‘듀엣가요제’ 그리고 9시 40분의 JTBC ‘팬텀싱어’까지 음악예능 3개 프로그램이 정면대결하고 있다.
SBS ‘판타스틱 듀오’가 MBC ‘복면가왕’과 일요일 저녁 시간에 정면으로 맞붙었다가 씁쓸하게 퇴장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유사하다면 유사한 컨셉의 프로그램이 같은 시간에 맞붙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가장 치열한 금요일 밤 음악예능 대결에서 오늘 이야기할 프로그램은 바로 ‘팬텀싱어’이다.
지금까지 JTBC가 내놓은 음악예능들의 공통점이자 타사 프로그램과의 차이를 단 하나의 문장으로 집약하면 ‘작은 공감을 큰 공감으로’라고 할 수 있다. 이 문구를 메인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했던 ‘슈가맨’을 필두로 특정 ‘소집단’에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작년 이맘때 시즌4를 마친 ‘히든싱어’는 모창에 능통한 광팬, 지난해 4~5월 방송된 ‘힙합의 민족’ 시즌1은 할머니 래퍼, 7~9월의 ‘걸스피릿’은 1위를 해보지 못한 걸그룹 메인보컬, 10월에 시작해 최근 종영한 ‘힙합의 민족’ 시즌2는 힙합에 빠진 셀럽들을 각각 한 자리에 모았다.
‘팬텀싱어’는 “세계를 호령할 대한민국 최고 ’남성 4중창‘ 그룹을 결성하라”는 기획의도로 성악, 뮤지컬, 케이팝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천상의 목소리를 갖고도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을 한 무대에 세웠다.
컨셉이 컨셉이다보니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비해 참가자들의 수준이 기본적으로 상당히 높았는데, 그 안에서도 초반 1차 예심부터 유독 눈에 띄는 얼굴들은 있었다.
우선 ‘원킬’이라는 예명으로 같은 방송사의 ‘히든싱어’ 김경호 편 우승을 차지하면서 모창가수로 먼저 유명세를 얻었던 락커 곽동현, 독학으로 성악을 공부했음에도 2014 전국음악콩쿠르에서 뮤지컬 부문 대학원·일반부 우승을 차지했다는 배우 이벼리, 신인이었던 2013년에 뮤지컬 ‘그리스’로 스타덤에 오른 고은성 등이 맨 앞에 꼽히는 이들이다.
특히 고은성은 한 프로듀서가 “앞으로 그를 받쳐줄 3명을 뽑는다는 기준으로 심사하게 될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로 압도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이 삼인방 외에도 이동신, 김현수, 백인태, 유슬기, 권서경, 손태진 등 성악가들과 오페라 가수 박상돈은 남다른 발성을 기초로 깊이의 차원이 다른 목소리로 존재감을 드러내왔고, 뮤지컬 배우인 고훈정과 백형훈은 풍부한 표현력과 연출력으로 결승까지 살아남는 저력을 보였다.
결선 진출자들 외에 반드시 언급해야하는 단 한명이 있으니, 바로 세미파이널에서 탈락한 중학생 카운터테너 이준환이다. 1차 예심 탈락 후 프로듀서 회의를 거쳐 보결로 본선에 진출한 이준환은 자신보다 최소 10살이 많은 형들 사이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첫 4중창 경연에서는 감기에 걸린 상태에서도 프로듀서들의 호평을 받아냈고, 비록 탈락하기는 했지만 세미파이널에서는 상상 이상의 춤 솜씨를 선보여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한 이준환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싱어이다.
조금은 시들해져가던 음악예능 판도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 팬텀싱어는 오는 27일 마지막이자 첫 생방송 경연을 한다. 결승 1차전 결과가 예상 외로 큰 점수차를 보인 상황에서 각 4중창팀들이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남은 1주일이 길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