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이회창, 계산 또 계산!
내년 3~4월 대선 후보 지지할 듯…이명박일까, 박근혜일까?
“회창옹이 킹메이커 역할을 할까?” “아니면, 다음 대선에 킹으로 출마할까?” 정치권의 ‘물음’이 시작됐다. 답은 물론 며느리도 모른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두고 정가에서 내뱉는 ‘일상적인’ 질문과 ‘알쏭달쏭한’ 답이다.
그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뒤 조용히 은퇴했던 인물이다. 국민의 심판은 두 번이나 받았다. 결과적으로 그는 ‘대통령감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돌아올 명분’ 찾기가 쉽지 았을텐데 이회창은 그동안의 조용한 행보에 종지부를 찍고 결국 복귀했다.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그동안 노력을 해왔는데 이젠 ‘정치적 냄새’가 노골적으로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그의 복귀 이유는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위해 ‘킹’ 대신 ‘킹메이커’의 역할을 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같은 ‘원로’들이 얼마 전부터 대선을 위해 전국을 누비며 정치행보를 하고 있는 것도 그가 정계에 복귀한 다른 이유로 보고 있다. 자신도 ‘국가원로’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 총재 주변 인사들은 “(이 전 총재가)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보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세판 출마설’을 끄집어 내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보다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에서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팽’하고 이 전 총재를 옹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에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 전 총재의 자문교수단으로 활동한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지난해 4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2007년 대선에서 이 전 총재가 큰 축을 담당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의 대선 ‘역할론’을 언급한 것인데, 공 의원의 이 같은 발언 이후 이회창 전 총리의 정계복귀설은 힘을 얻기 시작했다.
공성진 의원은 그리고 지난 21일 KBS1 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 “그분(이 전 총재)이 나온다는 것은 현직으로 (정계에) 복귀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면서 “향후 대선 과정에서 직접 정치 현장에 개입하기보다는 합리적인 논거와 정책 방향을 통해 ‘킹 메이킹’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3~4월에 ‘빅3’중 한 명 지지
그는 또 이회창 전 총재가 내년 초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당내 차기 대권주자 ‘빅3’ 가운데 한 사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그 시점과 관련해 “내년 3~4월 정도”라고 말했다.
공 의원의 주장이 어느 정보 신빙성을 갖고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이 전 총재가 아무런 생각없이 ‘빅3’ 가운데 한 사람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여당 내 한 관계자는 “킹메이커가 되기 위한 ‘지분’에 대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 전 총재가 장관지명권 또는 당권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에 합당한 거래가 되는 후보에게 킹메이커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관계자는 “권력은 자식과도 나누지 않는다는데, 이명박과 박근혜 중 누가 이회창 전 총재와 권력을 나눌 것인가”라며 “이명박과 박근혜 모두 이회창 전 총재가 지분을 요구할 경우 절대로 손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 의원의 발언과 상관없이 대선주자 ‘빅3’도 일제히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복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1일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이회창 전 총재는) 한 번 말씀하신 것을 놓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분이 아니”라며 “그 분이 말씀(정계은퇴)하신 게 있는 데 주위에서 이러니 저러니 하는 것은 도리어 그분께 실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도 “정계은퇴를 선언했으니 번복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고, 손 전 지사 역시 이날 한국외대에서 열린 ‘대학생들과의 만남’ 행사에서 “국가원로로서 사회적 스승 역할은 하실 수 있을 것이나 오늘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시선도 ‘빅3’의 생각과 별반 다르진 않은 듯하다.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가 지난 11월 정례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에 대한 생각을 묻자, 과반수를 넘는 58.9%가 반대의견을 밝혔다. 찬성한다고 밝힌 것은 33.1%에 불과했다.
‘빅3’도, ‘국민’도 ‘시큰둥’
한나라당의 지지층이 절대적으로 많고, 열린우리당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대선 후보를 내놓지 않는 이상, 한나라당 내 ‘빅3’가운데 한 명이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정계복귀에 찬성하는 한나라당 지지층마저도 ‘현재로서는 이회창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이회창 전 총재가 ‘잘되고 있는 판에 괜히 끼어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가 ‘빅3’ 가운데 한 명에 대한 킹메이커로 나서려는 이유는 뭘까.
일단 ‘좌파정권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게 이 전 총재측이 주장하는 명분이지만, 이는 ‘교과서적인’ 답변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 이유는 공 의원의 발언대로 ‘내년 3~4월에 한 사람을 지목할 것’이라는 대목에서 찾아낼 수 있다. 내년 3~4월이 되면 이명박인지, 박근혜인지, 아니면 손학규인지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날 시기다. 자연스럽게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과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기회만 있다면 자신이 대선주자로도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의 본격적인 세싸움이 시작된 다음, 내년 3~4월 경 어느 한쪽이라도 무너지는 경우를 대비해 본인도 ‘삼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수’ 가능성도 높은데, 과연?
내년 초, 만약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 위기지수가 높아지고, 덩달아 보수세력의 집권 가능성이 폭락할 경우, 이회창 전 총재가 자연스럽게 대권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의도 정가는 창이 킹메이커로 막후정치를 할 것이라는 데 ‘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이명박과 박근혜, 손학규는 이회창과 날을 세울 수도 있고, 때로는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 삼자가 기싸움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떠오르는 고민은 “그럼 이 전 총재가 지금은 누구를 지지하고 있는 것일가”라는 질문이다. 지금 지지하고 있는 인물이 큰 변동사항이 없는 한, 내년 초기에도 지지할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내년 3~4월에 한 사람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 공성진 의원은 이재오 최고위원 등과 함께 현재 당내 비주류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의 일원으로서, ‘빅3’ 가운데 상대적으로 이명박 전 시장 측과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념적’ 성향으로 볼 때, 이 전 총재는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혹 정통보수의 정권 재창출이라는 점에서 이 전 총재가 박 전 대표를 밀어줄 경우 이 전 시장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정가는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회창 전 총재가 반드시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 하다.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 전 총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 “어느 쪽으로 가든 적당한 시기에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의 귀환’에 한나라당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뒤숭숭하다. 아이러니다. 한 사람은 “지지해주겠다”고 하는데, 당사자들은 시큰둥하다. 이명박은 비꼬고 있고, 박근혜도 견제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회창의 ‘계산법’. 도대체 뭘까? 혹자가 주장하는데로 정말 “밑져야 본전, 아니면 말고식”일까?.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