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계란으로 바위를 깨야하는 정유년
2018-01-23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 지난 해부터 시작된 일부 지도층의 그릇된 처신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급속한 확산 등으로 다사다난했던 어려운 환경 속에서 2017년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최근 AI로 도살된 산란계(알을 낳는 닭)는 사육대비 33%인 2300여만 마리가 살처분 됐고 산란종계(번식용 닭) 또한 전체 사육규모의 절반이 넘는 44만여 마리가 흙속에 묻힘으로써 농업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우리 기성세대들은 학창시절 소풍갈 때 빠지지 않았던 것이 삶은 계란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계란은 대중적인 음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AI의 급속한 확산으로 계란 한판이 만원에 육박하는 그야말로 귀공자 신세가 됐다.우리 선조들은 농업이 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농경사회를 근간으로 한 공동체적인 국가를 형성하여 농업생산에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가족을 비롯한 여러 구성원들 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전형적인 사회관계를 유지해 왔다.농업이란 용어가 역사서에 처음 표기된 것은 태조실록(태조원년, 1392년)에서 볼 수 있다. 조준 등이 태조 이성계에게 아뢰기를 “농업은 의식(生计)의 근본이니 농업을 권장하여 백성을 잘 살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농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실록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숙종실록(숙종 37년, 1711년)에는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이라 국왕이 된 자의 정사로서 권농(농사를 장려함)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라 표현하고 있다.이렇듯 우리 선조들은 농업을 국기(國基-국가를 이루는 기초나 근본)의 근본으로 삼아 사실상 국가재정기반과 국민경제를 유지하는 소득의 기반으로 농업생산력에 의존해 왔다.우리나라는 새마을운동을 기점으로 오랫동안 농촌 사회를 지배해 왔던 빈곤의 악순환을 종식시키고 근대화를 위한 탈바꿈이 시도돼 농업의 집약화, 선진화, 전문화 등을 가져옴으로써 농촌 삶의 구조도 눈부신 성장을 해 왔다.그러나 최근 들어 도농 간의 소득격차, 생산가능 연령인구의 감소(저 출산)와 고령인구의 증가 등으로 인한 농촌사회의 인구 공동화 현상에 따라 농촌에는 어른들만 남아 있고 농업에 종사하려는 젊은 청년들이 없다.이러한 공동화 현상은 농촌사회의 잠재적인 성장과 기능을 저하시켜 농업생산 활동의 구조적 환경에 대한 부조화를 초래하여 농촌사회의 문화상실 등 사회적인 불안요소로 작동될 수 있다.우리 선조들은 사농공상(士農工商局)이라 하여 농업을 높이 여겨왔다. 하지만 세계화 국제화시대가 도래 하면서 저렴한 가격의 외국산 농산물이 홍수처럼 밀려들어와 우리 농촌 사회를 흔들어 놓고 있다.우리 농업인들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대비하여 전문화된 농업기술과 특화된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등 외국산 농산물과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촌 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신토불이의 정신도 중요하지만 농업이 국가경제의 기반이라는 점을 살펴서 농업인들에 대한 정부의 참다운 정책 제시와 더불어 책임 있는 위기관리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아울러 우리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제고를 통해 상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농촌사회가 처해 있는 현재의 농업위기 등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더불어 우리사회를 이끌어 갈 미래세대 들은 물론 현재 젊은 청년들이 앞으로 농촌사회에서 참다운 직업인으로서 농업생산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속담처럼 어김없이 정유년 새해 아침은 밝아왔다. 헌재의 판결이 어떻든 올해엔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새로 맞이할 지도자는 계란으로 바위를 깨트릴 수 있는 지성과 야성(野性) 등을 겸비한 훌륭한 지도자가 당선돼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