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은 색맹(色盲)인가?
2007-11-26 매일일보
노무현대통령은 지난 8월27일 청와대에서 광주ㆍ전남 노사모 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 중 빨간 불이 켜진 곳은 없다”며 “성장은 빨간불이 아니다. 세금은 국민부담 보험료를 포함해도 낮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참으로 낯설다. 이만하면 빨간색을 인식하지 못하는 ‘색맹’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1월12일 펴낸 ‘2006-20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12.3%에 그쳤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07년에는 34.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채무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10년 사이 2.7배 증가한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특히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도달시점과 1인당 국민소득 1만6천 달러 도달시점간 국가채무 비율의 증감을 비교해본 결과 OECD 소속 선진국들은 이 기간 국가채무 비율이 크게 증가하지 않거나 축소된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오히려 2.4배 증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7년도 국민 1인당 조세부담액도 올해 363만원에서 383만원으로 20만원 늘고, 특히 1인당 근로소득세 부담은 206만원이 된다. 국가채무도 302조 9,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정부의 서비스는 나아지지 않고 국민의 부담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8월 16일 ‘한국 경제 20년 재조정’ 보고서에서 “1980년대 8%에 달했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000년 이후에는 4.5% 수준으로 떨어졌고 향후 성장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월 13일 가장 비관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한국은 2003년 이후 일시적 원인이 아닌 구조적 악순환에 따라 세계 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현 상황을 일시적인 경기부진 현상으로 인식해 정책을 실기할 경우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노대통령의 인식대로라면 그간의 각종선거에서 여당은 왜 전패를 거듭하고, 열린우리당은 왜 붕괴직전의 혼돈에서 새로운 생존의 탈출로를 찾기 위해 우왕좌왕인가. 모두 잘되고 있고, 국민들 세금부담도 낮고, 국가채무도 ‘아주’ 낮다면, 국민들은 왜 못살겠다고 아우성인가. 참여정부 들어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은 없다. 하물며 대한민국에서 단 한사람만 실업자가 되면 나라가 편해질 수 있다“는 냉소마저 들린다. 실제로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안보는 안보대로 엉망으로 꼬여있다. 집단간 편 가르기, 대립과 분열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하다못해 법과 질서를 수호해야 할 검찰과 법원마저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 판국이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적 모임을 청와대로 초청해 국민세금으로 밥을 먹고 노는 것도 기가 찰 노릇인데, 가뜩이나 분노가 극에 달한 국민들 분노를 부추기는 소리나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노대통령은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기는 한 것인가.
국회의원 주 성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