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환락가’로 변신했나?

‘캔맥주 활개치고’ ‘도우미 남발하고’…경찰 수사 ‘계란으로 바위치기’

2006-11-27     김종국 기자

경찰청은 지난 22일 “노래방에서 불법으로 도우미를 고용한 업소 총 317곳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음악산업진흥법이 개정돼 10월 29일부로 노래방에서 접대부를 고용ㆍ알선하거나 주류를 반입ㆍ판매하는 것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변태 노래방을 찾아드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등 경찰 단속을 무색케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현재 전국에 등록된 노래방은 총 3만 4972개.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에만 1만여개의 업소가 포진해 있고 그 중 상당수는 술과 도우미를 버젓이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과연 90년대 초반처럼 ‘국민적 쉼터’, ‘순수’ 노래방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법 개정으로 노래방의 퇴폐문화가 사라지기는 커녕, 도우미들의 음성화와 업주들의 편법 영업을 부추기는 등 역효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기자가 찾아간 서울의 압구정, 신림, 목동과 인천의 주안, 부평, 연수 등 주요 유흥가의 대다수 노래방에서는 경찰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음란영상물은 기본에 주류 제공, 도우미까지 척척 알선해주고 있었다.

캔맥주 여전히 날개 돋친 듯 팔려

노래방 퇴폐화의 ‘일등 공신’은 주류의 반입이다. 예로부터 음주가무를 즐기는 민족성과 IMF이후 경직된 회사생활에서 오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많은 직장인들이 노래방에서 노래로 만족하지 못하고 술을 찾기 시작했다.  술로 인해 노래방 퇴폐화가 극에 달하자 작년에는 노래방 업주들이 솔선해서 노래방 정화 캠패인을 벌이는 등 자기정화노력을 기울였으나, 이것도 잠시잠깐. 경찰청이 지난 3주간 단속한 노래방 불법 영업행위 3013건 중 주류판매 및 제공은 746건으로 노래방 불법 영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주요 고객인 직장인들의 의견은 다르다. 회사원 이모씨는 비싼 단란주점을 찾을 필요 없이 저렴한 가격대에서 원하는 만큼 술을 마시고 친구와 편안하게 노래 부를 수 있어 일주일에 2번은 노래방을 찾는다. 그는 “노래방에서 술도 못 마시게 하면 우리같은 서민층은 어디가서 노래하며 술을 마시냐”며 노래방의 술 제공을 옹호했다.급기야 부산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2004년 5월 헌법재판소를 대상으로 "술을 팔거나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라는 헌소를 제기하고 캔맥주 반입을 요구했다.

또한 전국노래연습장업협회(회장 최재윤)와 한국노래문화업협회(회장 이상승) 측도 “캔맥주 판매 정도는 허용해서 노래방 업주들의 생존권은 최소한 유지해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한편 건전음주시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단속을 환영하며 “청소년 음주를 사전에 예방하고 음주로 인한 범죄예방차원에서라도 노래방에서의 주류 제공은 일절 금지돼야 한다”며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우미 고용도 여전

개정된 음악산업진흥법에 따라 적발 즉시 영업정지 명령을 받을 수 있는 노래방 접대부 고용과 관련해 정부와 경찰은 엄중 처벌 의사를 밝혔지만 현실은 이와 무관해 보인다.노래방 도우미 활동은 2004년 본격적으로 실시된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집창촌 여성들의 대거 이탈과 유입, 그리고 경제불황 이후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대학생과 가정주부들이 유흥전선으로 뛰어들면서 붐을 조성, 이제는 우리사회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게 됐다. 문제는 노래방 도우미의 활동이 단순 노래 보조 차원을 넘어서 유사성행위 등으로 이어지는데 있었다. 일부 노래방에선 도우미와의 포옹과 키스, 신체접촉 등 스킨십은 이제 기본! ‘2차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는 더 이상 신선한 화제감이 되지 못한다.

노래방이 단란주점이나 룸싸롱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경찰의 이번 단속이 1종 유흥업소(룸싸롱, 노래클럽 등) 업주들의 경영악화로 인한 반발과 로비 압력에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정하고 있다.

한 단란주점 업주는 “노래방 때문에 단란주점 40%가 문을 닫았다”며 “불경기에 비싼 세금까지 내면서 영업하는데 막무가내로 불법 영업을 하는 노래방 때문에 손해가 막심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노래방의 도우미 고용은 여전하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손님들은 계속 도우미를 찾는 실정이라 단속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며 “설사 단속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끼리(업주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라인이 있어서, 정말 재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걸릴 위험이 없다”고 말했다.

노래방을 자주 찾는 박모씨는 “남자들끼리 무슨 재미로 노래방을 가냐”며 “술도 한잔 먹고 옆에 여자가 있어야 재미가 있지. 노래방 도우미 없어지면 평소 10번 올 거, 2번 밖에 안 올 것”이라고 했다.
또 실제 단속에 걸려 봤다는 안모씨는 “우리는 일행이라고 우기니 별 일 없었다”고 밝혀 단속의 허술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지난 3주간 강남과 강북 일대의 노래방에서 도우미 고용과 관련해 적발된 업소는 각각 3,4곳에 불과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와 관련, (사)한국노래문화업협회 관계자는 “경찰의 실적 올리기 위주 단속으로 손님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부부나 커플이 함께 노래방에 왔다가 도우미가 아니냐며 추궁 당한적도 있다”고 경찰 단속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전하기도 했다.
 
음란영상물 추방은 언제쯤

노래방 퇴폐화의 일등 공신으로 지나치게 노골적인 배경 영상도 한 몫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노래방에서 틀어주는 낯 뜨거운 장면의 영상은 노래방 문화를 저하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족들과 함께 노래방을 찾은 김모씨는 “주말을 맞아 가족 단합을 위해 노래방을 찾았지만 옆방에서는 도우미들과 흥청거리고 우리 방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낮 뜨거운 영상이 계속 나와 정말 곤혹스러웠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주부 한모씨도 “도우미와 술을 팔지 않기로 소문난 노래방을 찾았지만 저질 영상은 여전했다”고 말해 도우미와 주류 문제 외에 노래방 음란 영상물 문제도 시급히 수정되어야할 사항으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 경찰은 단속효과를 높이기 위해 단속실적에 따라 표창을 수여하기로 하는 등 각 관활서에 단속강화 지침을 내리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미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버린 지금 경찰과 도우미 간의 숨바꼭질은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이번 단속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래방 도우미 “살기 위해 전술 바꿨다”>

노래방에서 접대부 고용 및 알선이 전면금지됨에 따라 노래방 도우미들도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경찰의 단속과 처벌을 피하기 위한 방법도 날로 다양화, 지능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이모씨(25)는 “손님하고 입만 맞추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 경찰이 심하게 추궁하는 분위기라 약간 전술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 씨는 “보통 많이 사용하는 게 ‘아는 사이다, 친구다, 회사 선후배 간이다, 나이트에서 만났다’ 이런 거였는데, 요즘은 아예 손님과 노래방 밖에서 만나서 서로의 신분을 철저하게 소통한 뒤 관계를 설정하고 노래방으로 일행처럼 들어간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래방 측에서도 처음 보는 손님일 경우엔 만약을 대비해 도우미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최대한 단골 손님 위주로 상대한다”고 털어 놨다.
처벌이 두렵지 않는냐고 묻자 “조금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 형편상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한편 이 씨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최근 강화된 단속으로 도우미 활동을 접고 단란주점이나 안마, 스포츠 맛사지 쪽으로 일부 도우미들이 이직하고 있는 실태다.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이나 주부의 윤락을 막기 위해 노래연습장 양성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노래방 도우미가 유흥주점으로 몰리면 변종 음성 영업 등 사회문제가 더 크게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그는 "행정당국도 유흥업소로 몰리는 노래방 도우미들에 대해 예의 주시할 방침”이라며 “유흥주점에서 이뤄지는 성매매 등 불법영업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래방 업주들 “단속으로 다 죽는다” >

인천 관교동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황모씨(56)는 “이번 단속으로 노래방이 다 죽는다”고 말문을 연 뒤 “매출이 70% 이상 감소했고 유지비만 겨우 벌고 있고 상황”이라며 “대다수의 선량한 도우미들이 성매매자로 오인되고 있지만, 실상 방으로 난 창문으로 노래 룸이 다 보이는데 무슨 성행위가 있겠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도우미들은 단지 손님들 흥을 돋우는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실제 가정 사정도 좋지 못해 정말 힘들게 사시는 분들의 밥줄까지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노래방 영업에 있어 도우미들의 역할이 결정적임을 강조했다.또 다른 업소를 운영하는 박모씨도 “단속전에는 아침까지 영업을 했었는데 지금은 주변 50여개 노래방 업소들이 새벽 3시면 셔터를 내린다”고 말해 정부와 경찰의 특정 지역 노래방 단속을 거세게 비난했다. 이어서 그는 “안그래도 이 동네 노래방이 썰렁한데 단속한다며 들어와서 무고한 커플들을 검문하고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반면 인천 주안의 노래방 업소들은 늦은 시각까지 삐끼로 보이는 남성들이 지나가는 청춘남녀를 상대로 “젊은 아가씨 있어요”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등 단속 전과 비교했을 때 별반 차이 없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한 업소를 찾아 들어가 보았더니 빈 방은 거의 없었다. 카운터에서 술을 시키자 거침없이 캔맥주를 노래 룸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이에 “이거 괜찮냐?”고 주인에게 질문을 던지자 “뭐 저희가 알아서 해요”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또 “아가씨 불러줘요?”라고 묻자 “두 명이요? 나이때는요?”하며 새삼스러울 것 없다는 듯 응대했다.

<노래방 도우미 ‘필요악’인가?…누리꾼 ‘찬반’의견 엇갈려>

노래방 도우미 과연 필요악인가? 최근 경찰의 노래방 도우미와 주류 판매 단속을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 상반된 의견이 엇갈이고 있다. 노래방 도우미와 캔맥주 판매를 옹호하는 입장을 내세우는 네티즌이 있는가 하면, 도우미와 캔맥주는 절대 사라져야할 ‘악의 축’이라는 의견이 바로 그것이다.먼저 노래방 도우미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네티즌의 의견을 보면, ID nstdaily는 “상류층은 비싼 룸싸롱 다니면서 여자 데리고 즐기는데 서민들은 어디가서 도우미와 즐기냐”며 “서민층도 도우미와 함께 흥겹게 노래 부르고 춤 추고 싶다”고 밝혔다.

ID phy8932는 “유흥주점의 접대부는 인정하면서 왜 노래방 도우미는 인정 못하냐”고 했고, ID kimsk246은 “경찰은 얼마되지 않는 인력 낭비하지 말고 치안 유지에 더욱 매진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아니다, 도우미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한 네티즌 ngan7은 “가정주부들이 도우미로 전락해 불륜 등으로 가정파탄을 불러온다”며 이번 단속에 찬성표를 들었다.

또 ID ooohiii님은 “대학생, 사회 초년생 등이 쉬운 돈벌이만 찾을 생각을 해 도덕적 가치관이 무너질 것”이라고 질타했고, “불건전한 노래방 문화로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이 보고 배울게 없다”고 csco765님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밖에 ID sofia2님은 “도우미로 인해 노래방 문화가 점점 퇴폐의 온상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번 단속을 계기로 노래방 문화가 올바르게 재정착돼야함을 강조했다.이처럼 이번 노래방 불법영업 단속을 두고 의견이 대립각을 형성한 가운데 캔맥주 허용 노란 또한 작년에 이어 의견이 분분해 향후 노래방 영업 행위가 어떤 양상으로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종국 기자 <jayzaykim@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