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소주일수록 경쟁은 더 '독'하다?

'무학'VS'대선', 16.9도 '소주전쟁' 치열

2007-11-27     권민경 기자

경남지역이 때아닌 소주전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부산의 대표적 소주업체인 대선주조(이하 대선)와 경남·울산의 강자 '무학'이 '16.9도 소주'를 두고 대대적으로 맞붙은 것.

두 업체는 파격적인 저도수 소주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영업, 판촉, 광고 등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16.9도 소주에 대한 '최초논쟁' 공방까지 벌이는 등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양측은 지난 8일 동시에 16.9도 소주인 '씨유'(대선)와 '좋은데이'(무학) 출시를 발표했다.

이에 무학은 20일로 잡혀있던 출시날짜를 앞당겨 지난 14일부터 부산을 주 판매지로 삼아 '좋은데이'를 본격 출시했고, 대선 역시 이에 뒤질세라 21일부터 '씨유'를 출시했다.

그러자 무학에서는 "준비도 제대로 돼 있지 않던 대선이 무학의 정보를 입수해, 서둘러 신제품을 급조한 것이다"며 "당연히 최초 개발은 '무학'이다. 이런 논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흥분했다.

반면 대선 측은 "갑작스레 출시를 앞당긴 것은 무학"이라며 "대선은 이미 16.9도 소주에 대한 준비를 다 마치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다"고 맞받아쳤다.

대선 측 한 관계자는 "대선을 의식해 오히려 신제품 출시를 앞당긴 것은 무학"이라며 "그쪽에서야 '우연의 일치'라고 하겠지만, 대선에서는 이미 무학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단계별 대응 방안까지 마련해놓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정당당히 경쟁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중요한 것은 출시날짜가 아니라 정작 시장에서 어떤 제품이 더 어필하느냐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무학 측 관계자는 "대선에서 무학의 제품 정보를 입수했다는 판단 하에 이미 준비를 다 갖춰놓은 상태에서 출시 날짜만 약간 조정한 것이다"면서 "만반의 준비를 다 마친 업체와 출시 날짜는커녕 상표신고를 비롯, 생산라인 구축 등 아무것도 정해놓지 않은 업체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라고 대선 측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사실 두 업체간의 이같은 치열한 경쟁은 경남, 울산, 마산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던 무학이 '좋은데이' 주 마케팅 대상지를 대선이 장악하고 있는 부산으로 정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유명연예인 앞세워 판촉전 2라운드 돌입

현재 부산지역 소주시장은 대선 측이 90%에 달하는 압도적 시장점유율로 절대강자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여기에 무학과 진로가 각각 5% 정도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주류업계의 트렌드인 '저알코올' 흐름에 발맞춰 무학과 대선 또한 알코올 도수를 3도나 낮춘 16.9도의 초저도 소주를 개발, 시판에 나서며 대대적인 판촉을 시작했다.

특히 무학은 16.9도 소주 '좋은데이' 시판 첫날 물량 전량을 부산권에 공급하면서 사실상 부산 소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학 측은 일단 신제품 '좋은데이'가 지리산의 320m 암반수를 100% 사용한 자연 알칼리수 소주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출고가를 하향 책정해 출시한 두산 '처음처럼' 과 마찬가지로 '좋은데이'의 출고가를 730원으로 낮춰 출시했다.

그런가하면 정준호, 채연 등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워 TV 광고 제작을 마치고 지난 20일부터 부산지역 3개 공중파 방송에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현행 방송 관련법은 17도 미만의 주류에 대해서만 밤 10시 이후 제한적으로 지상파 TV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심지어 무학 최재호 회장은 '좋은데이' 판촉을 위해 근무처를 부산 금정구 회동동 부산지사로 옮긴 뒤 "현재 5%수준인 부산시장 점유율을 2년 내에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선 역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반격에 나섰다. 마찬가지로 16.9도 소주인 '씨유(CYOU는 'See you again'의 줄임말)를 출시하고 공격적 마케팅에 돌입했다. 특히 대선은 이번 제품이 원료소주를 0℃ 부근에서 급속 냉각한 후 여과하는 방법으로 물과 알코올 이외에 숙취를 유발시킬 수 있는 불순물들을 제거할 수 있는 첨단 냉각여과공법을 도입해 깔끔한 뒷맛을 극대화하도록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청순한 이미지의 탤런트 한효주를 내세워 12월 중순 경부터 광고를 내보낼 예정이다.  그런가하면 양 업체는 주요 판매처인 주류도매상과 대형 할인점 등을 대상으로 영업, 판촉전략도 강화하고 나섰다.무학은 영업사원 수 백 명을 부산시내 대형 영업점과 거리 시음회 행사 등에 보내 판촉에 나서는 한편, 부산지역 60여 주류도매상에 대해서도 물량공세를 벌이고 있다.이에 맞서 대선도 부산지역 주류도매상에 대한 단속에 나서는 한편, 무학의 본거지인 창원과 마산, 울산지역 주류도매상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며 역공을 펴고 있다.그러나 이처럼 두 업체가 경쟁적으로 TV 광고와 물량공세를 펼치는 상황에 대해 과도한 술 소비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최근 무학의 판촉공세에 대해 경고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고 시민단체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선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무학이나 대선 모두 공정하게 경쟁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또 저도수 소주를 개발한 가장 큰 이유가 좀더 '순'한 소주로 술을 편하게 즐기도록 하는 데 있는 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무학, 공정위 조사 요청, '소주전쟁' 어디까지 번지나

한편 '16.9도 소주'를 둘러싼 무학과 대선의 전쟁은 급기야 불공정거래행위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무학은 "부산지역 업체인 대선이 무학의 부산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불공정거래행위를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한 것.

무학 측 관계자에 따르면 대선이 무학의 신제품 '좋은데이'를 받아주는 주류도매업체에는 대선의 '시원'소주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등의 압력을 넣고 있어 '좋은데이'가 부산지역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무학은 지난 21일 공정위 부산사무소에 불공정거래행위 여부 조사를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학은 신고서에서 "대선이 주류도매상 등 1,2차 거래선에 대선의 '씨유'가 출시될 때까지 무학 '좋은데이'를 입고치 말 것을 종용했다"고 지적하는 한편 "주류도매상 등에 '좋은데이' 입고시 '시원소주'의 출고 중지, 감량, 거래선 채권 회수, 그 외 영업상 불이익 처분 등을 하겠다며 거래선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선 측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무학의 시장 진입을 방해한 적이 전혀 없다"면서 "무학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부산주류도매협회에서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일단 공정위의 조사결과를 지켜볼 것"이라며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무학의 주장에 대한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