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삼대(三代)에 걸쳐 수집한 구한말 기증 자료집 발간

2018-02-01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은 미국에 거주하는 기증자 프리실라 웰본 에비(Priscilla Welbon Ewy, 1937~)로부터 구한말 희귀사진과 1946~1947년에 미군정청 통역관으로 재직했던 기증자의 아버지와 관련된 자료 총 648점을 담은 기증자료집을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기증자는 대한제국 말기 활동했던 선교사 아서 G. 웰본(Arthur G. Welbon, 1866-1928)의 손녀이자, 해방 후 미군정청에 재직했던 헨리 G. 웰본(Henry G. Welbon, 1904~1999)의 딸이다.2015년에 기증받은 자료는 미군정청 통역관이었던 헨리 G. 웰본과 관련된 637점이며, 미군정청 재직 당시 작성하고 수집했던 자료들이 대부분이다.기증품은 헨리의 개인물품(의복, 편지, 원고 등), 미군정청 통역관 및 경남도청 홍보과장으로 근무한 경력과 관련된 자료, 한글 관련 자료, 한국 관련 신문 및 잡지, 지도, 촬영 사진 등으로 나눠진다.자료는 당시 정치․사회적 상황을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생활사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 2016년에는 희귀 자료로 평가받고 있는 경희궁 회상전 사진 등 구한말 사진 11점이 추가로 기증돼 기증자료집에 수록됐다. 

웰본 가족이 맺은 한국과의 인연

기증자의 할아버지인 아서 G. 웰본은 1866년 미국 미시간에서 출생해 신학교를 졸업한 후 1900년 내한했으며 북장로회 선교사로 활동했다. 할머니인 새디 웰본(Sadie Welbon)은 1899년 내한해 경상북도 대구에서 간호선교사로 활동했다.이들은 1901년 9월 24일 서울에서 결혼했으며 1919년 부인 새디의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지속했다. 1919년 새디의 건강 악화로 웰본 가족은 본국으로 귀국했지만 아서는 1922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안동 지역에서 선교 사업을 펼쳤고 1928년, 61세로 세상을 떠나 서울 양화진 묘역에 안장됐다.웰본 부부의 차남인 헨리(Henry G. Welbon)는 기증자 프리실라 웰본 에비의 아버지로, 1904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헨리는 아버지 아서의 부임지인 평양 외국인학교에서 기초 교육을 받았고 1919년 미국으로 돌아간 뒤 목사가 됐다.헨리는 1932년 도로시 클라인(Dorothy Klein)과 결혼해 두 딸, 벳시(Betsy Welbon)와 프리실라(Priscilla Welbon Ewy)를 뒀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연으로,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1941년 태평양전쟁으로 한국이 본격적으로 전쟁에 휩쓸리자 지속적으로 한국 근무를 지원해 1946년 1월부터 1947년 1월까지 주한미군정청 산하 공보부 소속 문관으로 근무했다.이처럼 웰본 가는 이대(第二代)에 걸쳐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됐으며 그 결실은 ‘국립민속박물관 기증’이라는 또 다른 형태로 아서와 새디, 헨리, 그리고 프리실라 웰본 에비 삼대(三四代)가 만들어낸 역사가 됐다.

구한말과 근대사의 모습을 그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이번에 기증자료집으로 발간된 자료들은 해방 공간과 구한말 한국에서 활동한 미국인의 시선으로 당대의 한국과 미국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로 평가 받고 있다.현 시점에서 헨리 G. 웰본의 짧지만 빛나는 한국에서의 활동을 돌아본다는 것은 한 개인의 생애사를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미군정 지방 공보활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한미관계의 초기 형성 과정을 돌아본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기증자 프리실라 웰본 에비는 “기증한 자료는 우리 가족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한국에서 이를 연구․발전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역사와 문화를 그리는 일에 바탕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