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콘트롤타워 '전략기획실' 부활(?)

'제2인자의 귀환'...이학수·김인주 사면후 삼성은

2010-08-13     허영주 기자

[매일일보비즈]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이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됨에 따라 삼성은 과거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했던 전략기획실의 부활을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굳이 전략기획실이라는 명칭은 유지하지 않더라도, 이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재계는 판단하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 이후 지난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그해 7월 전격 해체됐던 전략기획실 부활에 대한 논의는 올해 초부터 심심찮게 거론됐다.

지난해 말부터 그룹 전체의 투자전략을 조정하고 총괄할 조직이 없다는 지적이 그룹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학수 고문의 사면은 이런 조직개편 논의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학수 고문의 사면과 함께 급물살을 타는 것은 그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이다.

‘삼성의 2인자’,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 라는 그의 별명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그는 재임시에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그룹의 안사림을 총괄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1971년 제일모직에 입사하며 삼성과 인연을 맺은 이학수 고문은 1982년부터는 계열사가 아닌 그룹 회장실에서 주로 근무했으며, 1996년에는 그룹 회장비서실장 직위에 올랐다.

‘IMF 한파’가 몰아친 1998년 즈음부터는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아, 위기를 무사히 넘기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때부터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는 전략기획실장으로 일했다.

이 고문의 ‘존재감’이 드러난 것은 오히려 그 이후다.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 이후 이건희 회장과 함께 물러난 이 고문은 이 회장이 의미있는 행보를 보일 때마다 항상 함께 거론돼 왔다. 지난 3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전격 복귀했을 당시에도 동일 선상에서 주목을 받은 이가 다름 아닌 이학수 고문이었다. 실제 ‘CES 2010’, ‘호암 100주년 기념식’ 등 최근 이 회장의 공식행보에 항상 함께 해 왔다.

‘포스트 이학수’로 불렸던 김인주 삼성전자 상담역이 이번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된 것의 의미도 적지 않다. 이학수 고문이 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외조형’ 실세라면, 김인주 상담역은 전형적인 ‘내조형’ 실세로 분류된다.

김인주 상담역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으로의 경영승계를 위한 실무를 총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의 이 같은 존재감 때문에 재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학수 체제’가 구축될 공산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의 현안들을 이건희 회장과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면 문제가 해결됐으니 그 활동폭은 더 커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에 삼성 관계자는 “사면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향후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도 오가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말쯤이나 가야 (그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들 역시 이 부분에 있어서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당장 ‘자리’를 맡기 보다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조직을 개편할 것이라는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얘기다.

연말 조직개편이 가까워질수록 이학수 고문의 ‘역할론’에 대한 논의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와는 별도로 이건희 회장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는 이 고문이 당장 나설 가능성이 높다. 동계올림픽 유치는 이건희 회장이 단독 사면된 가장 큰 이유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고문은 그룹 경영 전반을 관할하면서도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된 활동에 대해서는 발 벗고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이학수 고문은 현재 싱가포르 유스올림픽 참관을 위해 출국한 이건희 회장과 함께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