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 로비의혹 검찰 수사, '일촉즉발 정치권'

제이유, 얼굴마담 정치인들 "나 떨고 있니∼"

2006-12-06     권민경 기자

<여당의원 P씨, 전직 장관 K씨 등 거론에 불똥튈까 초긴장>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다단계 판매업체인 제이유그룹의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그 후폭풍이 거세다.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정, 관계 고위인사를 비롯, 일반서민에 이르기까지 파장이 번지고 있는 것.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동부지검은 최근 로비 대상으로 의심되는 일부 정치인의 계좌 추적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복수의 정치인이 제이유측과 의심스런 금전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각종 리스트와는 별도로 압수수색과 계좌추척을 통해 이들 정치인이 수사대상에 올랐고, 이들 친인척의 계좌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제이유와 돈 거래를 한 이재순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의 가족 2명이 추가로 확인돼 연루 가족이 모두 6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의 수사를 통해 베일에 가려졌던 정치권 로비의혹 실체가 점점 드러나면서 국정원의 '제이유 보고서' 또한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당초 청와대와 검찰 측에서는 이 보고서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지만 검찰 수사로 밝혀진 것과 상당 부분 들어맞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보고서의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의상 '선물리스트' K, P 의원 등 거론

최근 서울동부지검 이춘성 차장검사는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으로 제이유와의 돈 거래 내용을 확인해야 할 정치인이 있다" 는 말로 검찰 수사가 정치권을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정치인은 장관과 야당 국회의원을 지낸 K씨와 현역 여당의원 P씨 등 4∼5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이름은 주수도 회장의 최측근이자 정, 관계 인사를 상대로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의상씨의 '선물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오후 한씨를 소환해 우선 서울지검 K차장검사 누나, 박모 치안감 등과 돈거래를 한 경위를 캐물었다. 검찰은 한씨가 10개 이내, 그룹 차원에서 수십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로비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 중이다.

그러나 한씨는 검찰에서 “나는 주회장을 대신해 로비를 한 핵심 인물도 아니고 로비를 위해 돈거래를 한 적도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검찰은 지난 1일 이재순 전 비서관 가족 6명 중 매형과 남동생을 소환해 이들이 제이유에서 다단계영업을 시작하게 된 경위와 수당으로 받은 10억9천 만 원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제이유 자문위원들의 수당 내역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자문위원단 위원장을 맡았던 S전 의원, 고문이었던 P 전 장관, P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은 제이유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 자문위원과 관련된 특별수당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부 자문위원들이 거액의 수당을 받는 대가로 ‘권력형 마케팅’에 동원된 것으로 보고 현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정치권 인사 및 자문위원까지 수사를 확대시키면서 강력부 출신의 서울중앙지검 양재식 부부장 검사를 추가로 투입해 정치인 수사를 전담시켰다. 또 금융계좌 추적을 위해 서울지검 금융조사부에서 검사 한 명을 지원받아 수사팀에 합류시켰다. 

검찰 수사 가속도, 정치권 움직임도 잰걸음

이처럼 제이유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정치권에 대한 본격수사에 착수하면서 정치권의 움직임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수사선상에 오른 정치인 상당수가 여권 인사로 알려짐에 따라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섣부른 의혹 확산은 철저히 경계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특위를 구성해 부정한 비리를 파헤치겠다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먼저 당내 진상조사특위를 본격 가동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이 대부분 여당 소속이라는 점을 강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특별검사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첫 회의를 가진 한나라당 '제이유 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정형근 위원장은 "피해자가 50만명이 넘고 피해액도 수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진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며 앞으로 조사특위에서 제이유의 로비 대상자 명단과 금품거래 내역이 실려있다는 국정원의 '제이유 보고서' 실재 여부와 권력층 개입실태 등을 중점적으로 파헤칠 계획임을 밝혔다.

이재순 전 비서관으로 인해 제이유 파문이 번진 청와대 역시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똥이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일 남영주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수사중인 사건 보도 신중해야 한다'는 글에서 "충분한 근거 없이 의혹을 사실로 가정해 보도해서는 안 된다"며 언론보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따르면 언론이 뚜렷한 근거 없이 이 전 비서관과 그 가족들을 범죄자로 몰고 간다는 것. 남 비서관은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는 수사가 끝나기 전에 당사자들에게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청와대의 사건 개입 의혹 또한 전면 부인했다. 남 비서관은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제이유의 비리를 덮는 것처럼 몰아가는 보도태도도 아쉽다"며 "검찰, 경찰, 국정원 등은 참여정부 들어 정치권력의 지배에서 벗어났고 권력기관간 유착 고리도 끊겨 지금은 상호견제와 감시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속속 들어맞는 '국정원 보고서', 파장 어디까지?

한편 제이유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새삼 '국정원 보고서' 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1월 청와대에 제이유의 공금횡령과 탈세, 정.관계 로비의혹 혐의 등을 보고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는 제이유의 사업현황을 비롯한 적나라한 로비 실태와 비자금 조성규모 등이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이 보고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역시 자체적으로 정보를 다수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국정원 보고서에 큰 무게를 두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사실을 보면 국정원 보고서에 담겨 있던 내용과 상당 부분 들어맞는다. 실제로 국정원 보고서에 '사회지도층 인사와 가족, 친. 인척이 가,차명을 이용해 주변의 동원 가능한 자금을 끌어 모아 올인하는 양상'이라고 나와있는데, 이 부분은 이재순 전 청와대 비서관과 서울중앙지금 K모 차장 사례에서 보듯 사실로 확인됐다.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 부분 수사를 의뢰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곧 가시화될 전망.

특히나 국정원 보고서에는 주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의상씨가 정치권과 검, 경찰을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벌인 것으로 돼 있는데, 최근 경찰청 박모 정보국장이 한씨와 5천만원의 돈 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돼 이 부분 역시 들어맞았다.

특히 국정원 보고서는 '여당 의원은 물론 공정위 직원, 검.경 관계자 등 뇌물수수자가 워낙 많아 이것이 모두 드러나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도 주 회장이 보험성 차원에서 정치권에 금품을 대량으로 뿌렸고 다단계 업계에 대한 검, 경의 내사. 수사나 공정위 조사 등에 대비해 금품을 살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아직 밝혀지지 않은 국정원 보고서의 내용이 검찰 조사에서 추가적으로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이유 피해자들, 정치권 개입사실에 울분 터져

한편 제이유 로비 사건에 정, 관계 인사들의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제이유 일반 회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유력 인사들이 제이유 사업을 홍보하거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이들을 믿고 투자한 일반 서민들의 피해는 그만큼 커졌다는 것.

제이유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피해자전국비상대책위원회'(이하 피해자비대위)를 만들어 조직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피해 보상에 대한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회사에 돈을 주고도 수당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11만5000여 명 명단을 지난달 제이유로부터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에서도 현재로선 실제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상황.

비대위 측이 주장하고 있는 피해자 수는 35만 여명, 피해액은 5조6천억원에 이른다. 즉 4인 가족 기준으로 전국 150만명 정도가 제이유 피해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 

비대위 측은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제이유 회원 수와 매출액을 따져 보면 제이유 사태는 사상 최악의 다단계 사고"라며 "회원들이 받지 못한 수당만 4조원 가량" 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