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IT 계열사로 돈 좀 벌었나?"

현대상선 소액주주들 "현 회장 富 부당이전" 의혹

2007-12-06     권민경

<그룹 IT계열사 현대U&I, 상선과 거래 규모 급증>
<재계 '현대U&I, 그룹 후계구도 관련 행보에 주목'>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이익 편취 의혹에 휩싸였다.

현대상선 소액주주들은 최근 현 회장이 지배하는 비상장 IT회사인 현대유엔아이(현대U&I)가 계열사 도움으로 급성장해 결과적으로 총수일가의 부(富)를 늘리는 데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한누리법무법인에 따르면 현 회장 측이 지난해 6월 말 출자해 설립한 현대U&I와 현대상선의 거래 규모가 지난해 3·4분기 30억원에서 올해 3·4분기에는 108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분기마다 30억원 이상씩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전산비'가 작년 3.4분기 말 63억원에서 올해 3.4분기 말 113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U&I는 현 회장과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U&I 기획실장, 현대상선 측이 각각 지분 68.2%와 9.1%, 22.7% 를 보유해 현 회장 측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현대 U&I 매출 급증, 현대상선 이익은 감소

현대U&I는 그룹의 중장기 발전 전략에 따라 미래 첨단 사업 육성을 위해 지난 2005년 7월 설립된 정보통신기업이다. 현정은 회장이 지분의 68.2%를 소유하고 있고,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실장이 9.1%, 현대상선이 22.7% 등을 보유해 현 회장 측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설립이후 현대U&I는 현대엘리베이터, 상선, 택배, 아산 등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용역을 줘 처리하던 IT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의 해외 사업망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공공기관 주요 사업 수주, 유비쿼터스 시티 프로젝트 참여 등 급성장을 보이며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문제는, 현대상선 소액주주들이 현대U&I가 현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부를 늘리는데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소액주주들의 대리인인 한누리법무법인은 최근 현대상선 측에  '기업가치 침해 행위 중지 촉구'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한누리에 위임한 소액주주들은 총 42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수는 39만581주(총 발행주식수의 0.3%)이며, 앞서 현대상선 소액주주 2명은 현정은 이사와 노정익 대표를 상대로 "회사 이익을 극대화해야 할 이사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주주들은 현대상선 측에 보낸 편지에서 "상환 우선주 발행과 이로 인해 확보될 자금의 부당 사용, 회사 이익을 침해하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거래 등을 중단토록 하는 '이사 위법행위 유지 청구권'을 행사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사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은 회사의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된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일정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회사 이사들에게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청구하는 상법상 권리.

이 청구권은 향후 법정 소송에서 이사들이 회사 이익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판결이 날 경우 이사들의 중과실 책임이 가중되는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소액주주 42명은 "그룹 총수가 사실상 지배하는 IT 계열사 현대U&I와의 거래로 인해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된 것도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대U&I는 올 3·4분기 현대상선과의 거래 규모가 1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30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전산비가 작년 3·4분기 말 63억원에서 올해 3·4분기 113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현대상선의 올 3.4분기(7~9월) 실적은 매출액이 1조2천33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125억원으로 89.7% 감소했다.

또 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올 들어 3.4분기까지(1~9월)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천35억원, 1천41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1.6%, 49.3% 감소한 것.

중요한 것은 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것이나 다름없는 현대U&I의 지분 구조상, 회사가 이익을 낼수록 사실상 현 회장 모녀의 이익도 늘어난다는 사실.

때문에 현대상선 소액주주들은 현 회장 총수 일가가 현대U&I에 대한 부당지원을 통해 부를 늘리고 있다는, 이익 편취 의혹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측은 "현대U&I는 그룹 내 IT 회사를 키우기 위한 중, 장기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사업 기회 편취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대U&I는 지난해 7월 설립된 회사로 현대상선과의 거래규모가 지난해 3분기 30억원에서 올해 3분기 108억원으로 급증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즉 30억원은 설립 후 3개월간 실적인 반면 108억원은 9개월간 누적실적으로 내부거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명.

현대U&I, 그룹 후계구도 중심에 설까

한편 재계는 현대U&I에 대해 또 다른 이유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 회장의 장녀 정지이씨가 이 회사에 기획실장(이사)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현대U&I가 그룹 후계 구도와 관련한 부분이 있다고 재계는 분석하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모든 정보가 SI업체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현대U&I는 그룹의 전반적 상황을 컨트롤하는 안목을 키우기에 유리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 실장이 IT사업을 중심으로 한 현대그룹의 신 사업에 관여하며 후계구도를 다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고 현대U&I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현 회장이 각별히 신임하는 전인백 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이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어 현대U&I가 현 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 실장이 지난해 현대U&I의 등기이사로 선임됐을 당시에도 경영권 승계를 가속화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