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없다면, 이명박 대세?
이명박 대세론, 한나라 안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반사효과’라는 지적도
2006-12-06 최봉석 기자
한나라당 대권후보 지지율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정당 지지율 50%.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최고의 지지율 속에서 ‘고공행진’을 계속 만끽하고 있고, 이에 따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발빠르게 ‘추격전’을 벌이고 있으며,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두 사람의 승승장구에 비쳐볼 때 ‘추락(?)’으로 정리되고 있다.
물론 5%대를 넘나드는 손학규 전 지사는 이런 지지율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내 대선후보 가운데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은 사람이 자신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상대 후보가 결정된 뒤 본선 경쟁력이 본격화되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른바 한나라당 ‘빅3’를 향한 국민의 이 같은 지지는 ‘정권탈환’이라는 한나라당의 꿈이 서서히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지지율의 높고 낮음에 따라 세 사람의 희비야 엇갈리겠지만 일단 한나라당의 현재 스코어만 보자면, 대선이라는 ‘본게임’은 정말로 절차에 가까울 수 있다. 이대로라면 지금 당장 대선을 치르더라도 한나라당 후보가 누구이던 간에 무조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대선이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라며 이 같은 지지율에 대해 누군가 ‘거품’이라고 혹 반박하더라도, 지지율은 과학적 수치고 이 같은 수치 앞에서는 그 어떤 후보도 무력할 뿐이다.이런 상황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인물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전 서울시장은 지난 10월 9일 북한 핵무기 실험 직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추월한 이래 각종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달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34.4%의 지지를 얻어 각각 24.9%와 14.5%에 그친 박 전 대표와 고건 전 총리를 크게 따돌렸다. 리얼미터 주간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내리 7주째 35%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이 전 시장은 리서치앤리서치가 같은 달 22일 실시한 지지도 조사에서도 33.0%를 얻어 23.5%에 머문 박 전 대표를 10%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지금으로서는 누가 뭐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세’가 되는 셈이다.이명박 ‘대세’…격차를 더 벌려라
이 전 시장측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경남 부산지역에서도 분위기가 반전돼 지지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자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격차를 아예 더 벌려 일찌감치 대세를 굳히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가 ‘18.3%포인트’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조사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 전 시장측은 평소 10~13%포인트대인 박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연말까지 15%포인트 차로 확실히 벌리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 전 시장측이 박근혜 전 대표를 이처럼 견제하는 이유는 지금의 분위기와 달리 내년 초 여권에서 ‘야당을 뒤흔들어놓을만한’ 대권후보가 등장할 경우, 이 전 서울시장의 표를 잠식해 지지율이 급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이에 따라 늦어도 이달 말, 빠르면 이달 중순부터 현재의 ‘대세론’을 대대적으로 확산해가는 등, 이변이 없는 한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총동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서는 이 전 시장 나름대로의 복안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것은 ‘한반도 대운하’ 홍보로 보인다. 2차, 3차, 정책을 잇따라 발표해 정책과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굳히는 것이다. 또한 정치 현안과 관련된 언론 노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정책과 경제에 다걸기(올인)한다는 전략도 심심찮게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라
호남을 바라보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눈길도 요즘 들어 따뜻하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일, 전라북도 익산과 광주를 잇따라 방문했다. 지난 달 전북 나주와 익산, 군산, 전주 등을 방문한 바 있는데 한달 동안 벌써 4번째 ‘호남공략’에 나선 셈이다. 그의 이같은 행보는 ‘호남 공들이기’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상황이 이처럼 이명박 대세론으로 흘러가면서 박근혜 전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던 사람들 중에서도 이 전 시장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야당 내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세인 것은 한나라당 안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이 본선티켓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에 대한 이처럼 국민의 기대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측은 어쩐지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것이다. 박근혜를 더블 스코어로 앞서고 있는데도 결코 웃지 않고 표정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일단 이 같은 얘기가 흘러나오는대는 이명박 대세론이 ‘정치적 허수’ 즉 ‘정치적 거품’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주장에서 시작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종부세의 여파, 아울러 대통령의 탈당, 임기중 사퇴 논란이 보도되면서 이 전 시장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지만, 이는 다시 말해 이명박에 대한 ‘진짜 평가’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에서 따른 이른바 ‘반사효과’라는 것이다.‘진짜 평가’ 아니고 ‘반사효과’
내년 경선 패배 가능성까지 예측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이 같은 유불리를 떠나,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전 시장측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대중적 지지도에서 압도함에도 불구하고 내년 경선에서 패배할 가능성까지 예측하며. 경선 이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대목이다.
본선 티켓은 확실히 잡았는데…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국가경영은 건설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콘텐츠를 다양하게 고민해야 하는데, 이명박이가 내놓은 것은 모두 건설쪽에 가깝다. 대운하도 마찬가지다. 무슨 만리장성 쌓는 것도 아니고, 본 게임에서 청계천이 터지면 대운하보다 이명박이는 정계를 은퇴해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거리를 둘 것도 당부하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와 가까이 하면 할수록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이회창에게 간다는 것이다. 여당 한 관계자는 “이회창과 이명박이 함께 갈 경우,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명박의 지지율의 상당수가 이회창의 지지자들인 점을 감안할 경우 이후 본 게임에서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경선에서 확실히 본선 티켓을 잡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본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치판이라는 게, 아니 본선이라는 게 워낙 이변이 많은 게임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