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김시은 기자] 보람상조 최철홍 회장이 망자의 눈물 젖은 돈을 빼돌린 죄 값을 단단히 치르게 됐다. 그동안 상조업계 1위를 달리며 순탄대로를 달리는 것 같던 보람상조가 최근 최 회장과 그룹 오너일가의 수백억 횡령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실형이 선고됐기 때문이다. 앞서 보람상조는 노조에게 가스총을 발사하는 등 노조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 노조는 오너일가의 횡렴혐의의 전초를 알렸고 이는 결국 검찰수사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보람상조 72만명의 고객을 우롱한 사안인 만큼 일각에선 상조업계 부실경영의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체 최 회장은 어떤 방법으로 그 많은 회삿돈을 빼돌렸던 것일까. <매일일보>은 보람상조 최 회장의 부실경영 현장을 쫓아가 봤다.
고객신의 저버리고 부 쌓는데 골몰, 301억원 횡령 징역4년 선고받아
각종 민원에 횡령…노조문제까지, 의미있는 사업 정도경영 신경 써야
지난 1991년에 설립된 이래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보람상조. 하지만 최 회장과 오너 일가는 이러한 회사를 이용해 사업을 벌이다 덜미가 잡혔다. 최 회장은 개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뒤 보람상조 그룹의 장례행사를 독점하는 불공정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이러한 수법으로 회사가 횡령한 돈은 무려 301억원. 부산지법 제 5형사부는 지난 13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횡령에 가담한 건 비단 최 회장뿐이 아니었다. 보람상조의 직원과 오너일가인 형에게도 징역이 선고됐다. 실로 고객의 믿음과 함께 언제나 한길을 걸어가겠는 보람상조의 광고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었다.고객 눈 가리고 아웅?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최 회장은 개인명의회사인 보람장의개발을 설립한 뒤 보람상조 그룹 회장의 지위를 이용했다. 회원의 장례행사를 독점하는 불공정 계약을 맺고 납입금의 75%를 행사비로 받아왔던 것. 최 회장은 75%의 수익을 가져간 것에 더해, 장례행사 생화대금과 도우미비 등의 비용도 모두 보람상조에 부담시키고 거래업체 리베이트까지 챙기는 등 일반적인 건전한 거래관계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거래형태를 자행했다고 한다. 특히 최 회장은 상조회원이 회비를 완납하기 전에 장례를 치를 경우 미납한 회비를 현금으로 받는 관행을 악용해 현금을 빼돌렸다. 검찰은 지난 2007년부터 횡령한 금액이 무려 301억원에 이른다는 공소를 제기했다.최근 재판부는 보람상조그룹과 보람장의개발이 체결한 계약에 따라, 보람상조 그룹이 광고비와 모집수당을 비롯한 모든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반면, 보람장의개발은 광고비 등을 지출하지 않고도 회원모집과 행사건수의 증가에 따라 자동적으로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운영하는 보람장의개발이 보람상조그룹의 수익을 모두 차지하는 구조로, 이는 곧 보람상조가 적자운영을 면할 수 없도록 돼 있다는 것. 무엇보다 최 회장은 오랫동안 상조업계에 몸담아 이익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 이익구조를 잘 아는 상태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 72만명의 회원을 가진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개인의 부를 쌓는 데만 몰두해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믿고 돈을 맡긴 회원들의 신의를 저버린 셈이다.
막가파식 경영의 말로?
사실 비약적인 성공을 거듭해온 보람상조에게 부실경영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온 것은 4~5년 전부터다. 보람상조에 가입한 고객들이 환급, 해지, 위약금 등에 관한 불공정 약관에서부터 허위과대 광고, 전화권유판매업 미신고, 끼워 팔기, 부실 서비스 등 각양각색의 민원을 제기해 논란이 일었다. 이러한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등의 통계자료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상조서비스 가입자 피해자는 해마다 상조업계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보람상조의 ‘소비자피해구제율’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빈축을 샀다. 관계당국의 과징금을 부과 받는 등 시령명령을 받은 보람상조는 소비자 민원이 절정에 달하던 지난해 노조와의 문제가 터지면서 회사의 부실경영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6월 보람상조 노조는 저임금과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전면 파업에 들어갔고 고소와 고발을 주고받으며 최근까지 악화일로를 걸어왔던 것이다.이번 오너일가의 횡령사태도 노조의 고발에 의해 불거졌다. 노조는 회장 부인이 돈다발을 건네받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고 검찰은 즉시 서울 본사와 최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보람상조는 상황이 그 지경까지 이어졌는데도, 횡렴혐의가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었다. 심지어 보람상조는 “재무건전성이 탄탄해 해약이 증가하고 새로운 고객유입이 감소도해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보람상조와 달리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면서 고객들의 불안감은 커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해약을 요청하거나 월 회비 자동이체를 중지시키고 사태를 지켜보는 회원이 속출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고객의 믿음아래 누군가의 장례를 대신 치러준다는 의미가 있는 사업인 만큼 최 회장의 이번 행동은 정도경영과는 거리가 먼 행동임엔 틀림없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터질 것이 터진 것’ 내지는 ‘그동안의 부실경영의 말로가 이번 사태로 귀결된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것 외에도 형 최(61)모 부회장과 보람상조 법무이사 이모(54)씨에게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자금담당 이모(37)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앞서 최 회장측 변호인단은 “상조회사는 구조상 사업 초기단계에서는 적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의 횡령 주장은 상조업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최 회장은 무죄”라고 항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또 “보람상조와 최 회장 개인회사가 맺은 장례행사 수익금 배분계약은 민사상 유효한 계약이며 계약사항이 유효하다면 최 회장이 개인회사를 통해 가져간 수익은 정당한 수익이며 횡령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