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들의 트위터 바람 명과 암 [집중 분석]

더 낮은 자세로 대중과 소통해야

2011-08-16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최근 재벌 총수들 사이에서 트위터 바람이 불고 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시작한 이는 두산 박용만 회장. 그는 트위터로 직원들과 대화하고, 일반인들과도 거리낌 없이 의사소통을 주고받아 그의 트위터를 방문하는 팔로어만 하루 수만여명에 이를 정도다. 뒤를 이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SK 최태원 회장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트위터를 고객들과의 소통의 매개체로 활용하기도 하며, 나아가 기업의 이미지 개선, 사업적으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트위터 상에서 톡톡 튀는 발언으로 ‘박용만 어록’까지 탄생 시킨 박용만 회장은 기존 재벌의 다소 어두운 고정관념을 깨부셨다는 평가와 함께 중공업이란 무거운 기업 이미지를 벗는데도 한 몫 거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으레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재벌 총수들의 트위터 바람이 꼭 빛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재계 전문가들은 재벌 총수들이 이용하는 트위터를 양날의 검이라 지적한다. 


재벌 총수들, 쇼셜미디어 ‘트위터’ 적극 활용한 ‘일석 삼조’ 전략 효과 ‘톡톡’
재계 전문가, “트위터는 재벌 총수들의 제 잇속 차리기 수단으로 활용” 지적 

최근 재계에서는 트위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트위터 마니아로 알려진 두산 박용만 회장에 이어 재계 3~4세 오너 경영인들이 속속 트위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박용만 회장의 팔로어(follower, 방문자)는 하루 1만7000명에 육박할 정도로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최근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SK 최태원 회장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재벌 총수들, 트위터 덕 ‘톡톡’

그렇다면 이들은 왜 트위터를 시작하게 된 것일까. 트위터란 블로그와 미니홈페이지의 ‘친구맺기’ 기능, 메신저 기능 등을 모아놓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로 미 샌프란시스코 벤처기업 오비어스(Obvious Corp.)가 지난 2006년 3월 개설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는 현재 차세대 쇼셜미디어로 급부상하고 있다.

트위터를 시작한 재벌 총수들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글로벌 침체 속에서 총수가 직접 자신의 경영 철학과 방향을 빨리 임직원들에게 전달하고, 반대로 직원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여과 없이 들으려고 하는 자세가 지금의 불황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잠재적 고객인 일반인들과도 개인 사생활 부분에까지 꺼리낌없이 얘기하면서 기존 우리 사회에 자리잡혀있었던 재벌이란 어두운 고정관념을 깨부셨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또, 기업 이미지 개선과 사업적으로도 트위터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실제 두산 박용만 회장의 경우 두산중공업이란 무거운 기업 이미지를 한층 부드럽게 변화, 인식 시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리고 과거 ‘두산가 형제의 난’ 등으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있어 ‘재벌 두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또한 트위터 상에서 재치있는 말과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상쇄시켰다는 평가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정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결혼설과 관련, 트위터를 통해서 재치있는 말로 관심을 끌었다. 그 역시 과거 유명 여배우와의 이혼 등으로 인해 재벌이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트위터 상에 그는 지극히 평범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줘 기존 고정관념을 깨부셨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또한 정 부회장은 트위터를 사업적으로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은 각 점포별로 트위터를 개설, 전담 관리자를 따로 두고 트위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개설한 신세계백화점 전국 8개점 트위터가 정 부회장의 트위터 인기에 힘입어, 오픈 2주 만에 팔로어 2만명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것이 실제 매출로 연결될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잠재적 고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는 트위터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SK 최태원 회장 역시 최근 트위터를 통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재벌 총수 중 한사람이다. 물론 다른 점이 있다면 최 회장은 외부 트위터가 아닌 그룹 사내 트위터 ‘틱톡’을 통해서다. 틱톡(TikTok)은 SK그룹이 모바일 오피스 구축과 함께 국내 기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내놓는 사내 트위터다.
최 회장은 틱톡을 통해 신입사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눌 정도로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가까이 들으며, 자신의 경영 철학을 피력하는데 이를 활용하고 있다. 

재벌 총수들, 트위터 통한 제 잇속 차리기 '급급'

하지만 이런 재벌 총수들의 트위터 현상에 대해 재계 전문가들은 긍정적 평가와 함께 부정적 평가도 동시에 내놓고 있다.

재벌 총수들이 트위터를 이용하는 데에는 나름의 노림수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언론 플레이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기업 이미지 개선과 사업적 활용 측면에서 트위터란 인터넷 공간에서 대중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용만 어록까지 만들어내며 트위터 상에서 수다쟁이로 불리는 박용만 회장은 최근 두산중공업 직원의 중앙대 퇴학생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는 평소 트위터 상에서의 그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박 회장은 “중앙대 총장의 말(해명)이 사실이다”라는 짤막한 말로 답변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이런 행태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 부회장은 최근 한우를 속여 판 ‘이마트 한우 사건’에 대해 최병렬 이마트 대표의 사과문을 리트윗하는 정도에서 해명하는 데 그쳤다.앞서 정 부회장이 트위터 상에서 삼성전자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는 모습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재벌 총수들이 트위터를 통해 이득만 취하고, 기업의 잘못에 대해서는 회피하려 듯한 행태는 언젠가는 대중들로부터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제 잇속 차리기로만 트위터를 활용하려 들지 말고, 좀 더 낮은 자세로 대중들에게 다가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