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최근 본격적인 경주 시대를 연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울진원자력본부 부지 내 핵폐기물 관련 시설 증축 과정에서 주민들과 극한 마찰을 보이고 있다. 한수원은 뚜렷한 공사 계획도 없으면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 등 한번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매일일보>이 어찌된 영문인 지 알아봤다.
한수원, 울진군 덕천리 내 증기발생기 보관 신축 건물 건립 과정서 주민들과 마찰
뿔난 주민들, “방사선량률 높은 기기 보관하는 데 주민 공청회 한번 없어” 격노
한수원은 현재 울진원전 1~6호기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임시 보관하고 있는 드럼저장고 인근인 경북 울진군 북면 덕천리 207-4번지 외 1필지에 중저준위 드럼 저장고와 유사한 크기의 건물을 건립하고 있다.
한수원은 이 사업을 위해 지난해 2월 울진군 민원실에 ‘전원설비 시설물 위치변경’을 한다며 설계도면과 신청서를 제출한 뒤 그 해 11월 착공에 들어갔다. 한수원은 울진원전 1·2호기 내에 설치돼 있는 낡은 6개의 증기발생기를 신형으로 바꾸고 교체된 증기발생기를 신축 건물에 보관할 계획이다. 이 건물이 완공되면 2호기 증기발생기부터 내년 9∼11월 옮기고 1호기는 2012년 3∼5월 이송해 보관할 예정이다.기존의 임시 저장고는 상대적으로 오염도가 적은 울진원전 또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사용한 옷과 장갑 등 중저준위 폐기물을 드럼에 넣어 현재 경주에 짓고 있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완공 때까지 임시로 보관할 계획이다.
증기발생기 신축 저장고 건립 무엇이 문제?
여기서 문제는 신축 건물에는 방사능에 오염된 전원 설비를 보관한다는 측면에서 주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증기발생기(steam generator)는 발전기 터빈을 돌려 증기를 만드는 기기로 핵연료와 인접한 거리에 있는 1차측 계통이어서 방사선량률이 매우 높은 기기이기 때문. 또 주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건 1, 2호기 안에 있는 증기발생기를 뜯어 옮겨와 보관하는데 언제까지 보관을 해야 하는 지, 어디로 옮겨갈 것인지에 대한 규정도 계획도 없다는 것이다. 울진1, 2호기 보다 앞서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면서 원전의 수명 연장을 한 부산 고리원전의 경우 교체한 증기발생기를 발전소 내에 보관하는 것으로 드러나 별도 시설물에 보관하는 울진원전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축물 명칭도 제각각이어서 혼선을 주고 있다. 울진군에 제출된 서류에는 건축물의 용도를 ‘증기발생기 저장고’로 표기하고 있지만, 공사 현장의 현황판에는 ‘증기발생기 연구동’으로 표기돼 있다.
격분한 울진 군민, “주민 대상으로 실험하는 꼴”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한수원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사업설명회나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울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꼴”이라며 “이 시설물을 울진원전 부지 내에 보관할 게 아니라 현재 건설 중인 경주 방폐장으로 옮겨가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주민들은 또 “유리화 사업에 이어 증기발생기 저장고 증축은 울진군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사업 폐기와 함께 군민들 앞에 공개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지난 2008년 12월 지식경제부가 전원개발촉진법과 동법 시행령 규정에 의거해 전원개발사업(울진원전) 실시계획 변경에 대해 고시를 한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