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차차기 노리나?
풍부한 국정, 행정경험에도 불구하고 만년 3위…그의 진짜 목표 궁금
2006-12-09 최봉석 기자
한나라당 내 대권주자를 생각나는대로 열거하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보통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를 순서대로 거론한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제일 먼저 거론된 적은 없다.
100일 민심대장정을 통해 민심을 듣고, 정책과 비전을 제시한다는 명분 속에서 2차 대장정인 ‘비전투어’를 준비하며 대권후보로서 나름대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으로부터도 밀리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로부터도 밀리는 수모(?)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또다른 유력 대권주자인 고건 전 총리까지 굳이 서열(?)을 논하기 위해 넣을 경우, 손학규 전 지사는 자연스럽게 4위로 밀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피니언 리더를 꼽을 때 여론조사 1위를 달렸던 손학규이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거의 독식했는데, 그는 이상하게도 올해만큼은 차기대권후보에 대한 지지도 조사에선 3위권 내에 들어간 적이 없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손 전 지사는 이명박 전 시장(31%), 박근혜 전 대표(22%), 고건 전 총리(16%)에 이어 지지율 2%를 기록하며 4위에 머물렀다.
“나 자신있어요~”
‘3대 원죄’로부터의 자유로운‘해방’은 바꿔 말하면 도덕성에서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가 뭐래도 한나라당 내 3명의 대선주자 가운데 도덕적으로 가장 우위에 놓여 있는 상태다. 이는 손학규가 늘상“새 리더십은 도덕성에 문제가 없고 깨끗해야한다”고 강조하는 대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인데, 이명박 전 시장이 과거 ‘황제테니스’ 파문을 비롯해 도덕성 문제 등이 대선 구도 속에서 상대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고,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부친의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 전 지사는 상대적으로 비교적 우월한 고지에 놓여있다. 언제든지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그렇지만 손 전 지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명박, 박근혜 ‘2강 체제’에서 조금씩 밀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지기반을 꼽을 수 있다. 물론 학창시절 민주화운동과 투옥,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장관, 경기도지사 등과 같은 그의 과거행적을 봤을 때 민주화세력부터 기업인 전문가 관료까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인맥층을 갖고 있지만, 당내 경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국회의원과 지역당협위원장의 지지세가 약하다는 것이 손 캠프의 최대 고민이다.임해규·정진섭·차명진 의원 정도가 캠프에서 밝힌 손학규 지지성향의 의원들인데, 이와 관련 김성식 정무특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몰이와 줄 세우기를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말했다.지지세가 너무 약하다
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이라는 고유의 브랜드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영남지역의 지지층을 순식간에 결집시키는 파워를 자랑하고 있지만, 손학규는 지역적 지지기반도 없을 뿐더러 최근 민심대장정이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민심의 흐름을 짚었을 뿐,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이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한발 양보해 이명박, 박근혜에 비해 크게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을 내리더라도, 한나라당 성향이 손학규를 지지할 수 없는 토양이라는 점은 그를 괴롭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즉 “한나라당 후보 같지 않다”는 게 손 전 지사를 바라보는 한나라당 내의 시각인데, 그는 실제로 국가보안법, 사학법, 대북정책 등에 대해서 “한나라당의 유연한 자세”를 촉구하며, 이명박과 박근혜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이런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손학규가 이명박과 박근혜의 틈새를 노려, 어느 시점에서 적당히 발을 빼고 당권을 챙길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정치권 일각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통화에서 “혹 이명박과 박근혜 가운데 한 명이 정권을 잡게 되더라도, 당권을 잡고 있으면 차기를 노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지 못하게 되더라도 당권을 챙겼다면 그것만으로도 남는 장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적은 찬란하지만 손학규 전 지사는 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요즘 견딜수 없는, 시쳇말로 ‘굴욕’을 당하고 있다. 어쨌든 지지율은 ‘최악’이니까. 그가 앞으로 어떻게 몸부림을 쳐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