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 침체…증권사 순익 반토막 행렬
증권사 빅3, 1분기 랩어카운트 덕 봤지만…
[매일일보비즈] 올해 1분기 증권시장이 침체되면서 대형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이 대부분 반토막 나는 등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자산총액 등 외형적인 규모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회계연도 1분기(2010년4월~6월) 62개 증권회사의 영업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당기순이익은 480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786억 원에 비해 55.5% 감소했다. 이는 지난 분기 8591억 원에 비해서도 44.1% 감소한 수치다.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1.4%로 지난해 3.3%보다 1.9%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증권시장이 침체되면서 주가 하락으로 인해 보유주식 매매와 평가손실이 확대되고,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관련 수지가 감소한 데 기인한다. 주식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수탁 수수료 수입도 3654억 원 감소했다.
아울러 유진투자증권과 동양종합금융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일부 증권회사가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대손비용은 555억 원이나 증가했다.
한편 올해 6월 말 증권회사의 자산 총계는 201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증가했다. 이 중 채권보유 확대 등에 따른 유가증권의 증가(15조8000억 원)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부채는 166조4000억 원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증가 등으로 지난해보다 17.1% 증가했다. 자본 총계는 이익잉여금 증가 등에 기인해 6.9% 늘어난 35조1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는 62개 사 가운데 49개 사가 흑자, 13개 사가 적자를 시현했다. 대우증권(606억 원) 등 국내사 34사, 크레디트스위스증권(255억 원) 등 외국계 증권사 15개 사가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유진투자증권(-578억 원) 등 국내사 8개 사, 알비에스아시아증권(-38억 원) 등 외국계 증권사 5개 사는 적자를 나타냈다.
"증권사 빅3, 1분기 랩어카운트 덕 봤지만…."
김희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17일 "국내 대형 증권사 3사(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의 1분기(4~6월) 실적은 예상보다 양호했다"며 "채권평가 손실로 인한 자기매매수지 악화가 예상된 상황에서 기타 수수료 수익의 증가가 돋보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산관리 수수료가 전기 대비 크게 늘었다. 각 회사별 자산관리 수수료는 삼성증권이 133억 원, 대우증권이 61억 원, 우리투자증권이 22억 원이었다. 주식형 랩어카운트 시장의 급성장으로 자산관리 수수료가 크게 증가했다. 김 연구원은 "랩어카운트가 주요 수익 부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김희준 연구원은 "과거 주식형 펀드가 급성장할 때 나타났던 수수료 수익 증가분이 상당 부분 선취수수료였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이번 자산관리 수수료에도 선취성 수수료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문형 랩의 경우 추종 자문사 포트폴리오의 회전율이 높을 경우 일임 수수료에 비해 위탁매매 수수료율이 높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자문형 랩의 과다 수수료에 대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금융당국 규제 등을 감안할 때 현재 랩어카운트 수수료율을 지속 가능한 것으로 간주하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랩어카운트라는 신규 수익원의 등장으로 인한 증권사 실적 증가가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지나친 기대감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