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보험사도 고육계가 필요하다
2018-02-14 김형규 기자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지난해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 이세돌의 바둑 맞대결이 큰 관심을 끌었다. 결과는 알파고의 승리. 인공지능이 성역으로 여겨졌던 바둑을 접수하는 순간이었다.자동차도 운전한다는 인공지능이 이젠 보험판매까지 나설 계획이다. 14일 열린 보험최고경영회의에서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공지능 보험설계사가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이내에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4시간 고객을 응대하고, 불완전판매가 없는 인공지능이 설계사를 점진적으로 대체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이세돌을 이겼던 인공지능이 보험판매까지 진출하면 아마도 고객 민원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보험아줌마’로 대표되던 설계사 조직은 불완전판매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그러다가 다이렉트채널이나 온라인채널 등 비대면 판매가 커지면서 점차적으로 보험 민원이 줄었다.지난해 보험사 민원 현황을 살펴보면 보험계약 10만건 당 민원 발생건수가 가장 적었던 곳은 NH농협생명(3.4건)이었고, 라이나생명(3.6건)이 그 뒤를 이었다. 농협생명은 주고객이 농·축협 조합원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민원이 적었다면, 라이나생명은 100% 비대면 판매영업을 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라이나생명과 마찬가지로 비대면 판매가 주를 이루는 신한생명, 동양생명, AIA생명 역시 평균 민원발생 빈도가 6건 내외로 비교적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이와는 반대로 설계사 중심으로 보험 판매가 이뤄지는 메트라이프의 경우 24.7건을 기록해 민원 발생이 가장 많았다.비대면 판매가 많을수록 민원발생이 적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민원발생이 적었다는 것은 그만큼 완전판매가 많았다는 것이다.보험사도 변해야 한다. 이세돌을 꺾었던 알파고가 나오고, 사람 없이 스스로 운전하는 차량이 나온 마당에 보험 판매시장도 곧 사람과 사람이 만나 계약을 체결하는 판매 방식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또 줄여야 한다.인공지능 보험판매가 늘면 불완전판매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보험설계사가 가담했다는 보험사기사건도 사라지게 된다.2016년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의 보험설계사는 12만6000명이다. 보험사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이들이다. 만약 인공지능 설계사가 이들을 대체한다면 이들은 당장 설자리가 없어진다. 보험판매 대신 인공지능 설계사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앞서 김 연구위원은 재무설계나 건강관리와 같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판매된 보험의 차후 관리를 이들이 할 수도 있다.고육지책이다.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이미 금융사기범을 잡아내는 인공지능이 등장했다.사람 대 사람 간 판매되던 보험 상품이 인공지능 대 사람 간 거래되는 날이 가시화되고 있다.보험사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이런 날을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특히 내 살을 도려낸다는 심정으로 보험설계사의 업종전환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