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드 레지던스 “호텔업계가 10월에 한 일을 나는 알고 있다”

단체 설립, 검찰고발조치에 ‘쐐기’박겠다는 포석?

2007-12-12     최정우 기자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업계가 호텔업계에 맞서기 위해 세력을 확보하는 등 ‘입지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는 호텔업계가 지난 10월 말 부가가치세 탈세 등을 이유로 서비스드 레지던스업계를 무더기로 검찰에 형사고발한 데 따른 대응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서비스드 레지던스업계와 호텔업계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아파트,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거공간에 호텔식 서비스를 혼합한 틈새형 부동산 상품 중 하나. 지난 98년부터 본격 공급되기 시작했다. 커피숍, 레스토랑, 비즈니스센터, 사우나, 휘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에다 취사·세탁시설까지 갖추고 있다.장기투숙을 목적으로 하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임대 및 숙박 영업을 하는 ‘호텔형 주거시스템’이란 점이 특징이다.주 수요층이 관광이나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장기간 체류하는 외국인들이며, 숙박시설과 편의시설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호텔업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고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8천실 정도.그동안 호텔을 이용하는 내외국인들도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숙박료가 호텔보다 저렴하고 레지던스내에서 취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사무까지 볼 수 있는 시설도 갖춰져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 사용료는 지역과 평형대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 을지로 C 레지던스 16평형은 1일 기준으로 12만원, 8평짜리는 8만원대이다. 특급호텔격인 서울 H호텔의 1일 숙박료가 30만원에 육박하고 있단 점을 감안하면 16평 기준 최고 50%정도 싼 셈이다.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것은 호텔업. 서비스 수준이 호텔 못지않아 이용객이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호텔업계의 경영상태가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이는 지난 10월 말 호텔업계에서 서비스드 레지던스를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한 원인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호텔업계에서는 레지던스를 불법 숙박 등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이면에는 경영악화를 막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부에선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난섞인 소리도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호텔과 같은 형태의 숙박업이긴 하지만 호텔업계에선 레지던스 출현으로 호텔이용객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업계, 서비스드 레지던스 왜 검찰에 고발했나

호텔업계가 서비스드 레지던스 업체를 검찰에 고발한 이유는 일부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운영을 하면서 부가가치세를 탈세하고 일부 레지던스는 무단 용도변경에 불법 숙박행위를 일삼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검찰에 형사 고발당한 레지던스는 서울 바비엥, 코업 레지던스 등 22곳. 건축법, 관광진흥법, 공중위생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 호텔업계의 주장이다.한국관광호텔업협회(회장 이상만, 15대 국회의원, 경영학 박사)에 따르면 대부분이 오피스텔인 22개 서비스드 레지던스들은 욕조 설치 등 호텔로 불법 개조해, 숙박영업을 해왔다는 것.또 호텔과 마찬가지로 객실요금에 부가가치세를 징수한 뒤 사업자등록은 부동산 임대업으로 해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 등 탈세를 했다고 호텔업계는 덧붙였다.검찰에 고발된 서비스드 레지던스 22곳은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다.

서비스드 레지던스 단체 “앉아서 당할 소냐”
고발내용 결과 좋지 않을 경우 ‘원하지 않는’ 쌍방간의 마찰 불가피

호텔업계가 서비스드 레지던스를 무더기로 고발함에 따라 레지던스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세력 확보’. 이를 위해 서비스드 레지던스업계에서는 지난 6일 서울 종로 수송동 서머셋 팰리스에서 (가칭)한국 서비스드 레지던스 협회 창립을 위한 총회를 열어 (주)신영에셋 서머셋팰리스 김성환 대표이사를 초대 협회장으로 선출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서비스드 레지던스 협회를 만드는 것은 관광산업을 육성하는데 앞장서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호텔업계와의 마찰은 원하지 않는다”고 애써 강조했다.김 회장의 이같은 말은 호텔업계의 검찰고발과 관련된 갈등을 조장하는 직접적인 원인을 배제하겠다는 해석되지만, 이면에는 검찰고발 대응문제와 전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그는 “고발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협회는 만드는데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기 때문이다.레지던스 업계는 현재 호텔업계의 고발에 대응키 위해 김&장 법률사무소와 함께 고발내용을 분석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마찰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과는 달리, 호텔업계의 검찰 고발 내용 결과가 서비스드 레지던스 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원하지 않는’ 쌍방간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텔업계와 레지던스간의 원하지 마찰 불가피할 듯

호텔업계와 레지던스업계와의 마찰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들 업계간에 발생하고 있는 대표적인 갈등은 레지던스를 '숙박업'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부동산 임대업'으로 볼 것이냐이다.호텔업계측에선 레지던스를 숙박업으로 포함시켜야한다는 주장인 반면 레지던스업계측은 부동산 임대업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가 해결될 경우 서비스드 레지던스 협회의 소속도 명확해진다.레지던스가 숙박업으로 결정될 경우 협회는 문화부 산하단체로 되는 반면 부동산 임대업이 설득력을 얻을 경우 건설교통부 산하 단체로 등록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문제도 수월하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비스드 레지던스 운영 등과 관련된 법령이 없기 때문이다. 양성화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레지던스 업계, 문화부로 가겠다
“부동산 임대업인 만큼 건교부로 가야 한다” 이견

현재 레지던스 업계에선 관광진흥을 위해 단체 설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부 산하단체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호텔업협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대한공인중개사협회 등과 마찬가지로 동일 또는 유사 복수단체가 설립된 사례는 없지 않지만 호텔업계가 20여개의 레지던스를 검찰에 고발한 이상 문화부 아래 단체 설립이 간단치만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해서 건설교통부 산하단체로 등록하는 문제도 간단치 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인 이유는 관련법령이 없기 때문이다. 건교부 역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부동산 상품이 분명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관련법령이 없는 만큼 건교부 산하단체 설립이 가능한지의 여부는 연구해봐야 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건교부의 이같은 입장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 시행사들의 모임인 한국디벨로퍼협회(회장 정춘보 (주)신영 대표이사) 권오규 실장은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시행, 시공, 분양 등 부동산 상품을 개발, 공급하는 과정이 아파트 등과 동일하기 때문에 엄연한 부동산 범주”라며 “부동산 범주라는 것이 명확해 진 이상 단체를 설립하려면 건교부 산하단체로 설립하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