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주변 아파트 입주민들이 고압선 전자파 때문에 아우성이다. 최근 들어 고압선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각종 질병 발생율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고압선 주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압선 지중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 광명시에서도 고압 송전탑과 고압선 전자파 문제로 주민들과 시공사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경기 광명시 광명5동 현진에버빌 아파트의 1만여 주민들은 입주자 대표회의를 분양당시인 지난 2003년부터 구성해 아파트 가까이 설치돼 있는 고압 송전탑의 지중화를 요구하는 민원을 4년째 광명시청에 제기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곳 주민들은 집단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언제든지 집단민원이나 시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전탑 문제가 이들에겐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인 것이다.
분양 직후부터 4년째 민원...소용없어현재 광명 5동 옆에는 안양천이 흐르고 있는데, 송전탑과 ‘고압 전류가 흐르는’ 고압선은 이 안양천을 따라 지상 위에 설치돼 있다.이 송전탑은 주민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흰색과 주홍색으로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데, 육안 상으로 보면 흉물스럽기 짝이 없다.이곳 주민들은 2003년 분양이후부터 지금까지 4년 간 고압선 지중화를 요구하는 민원을 광명시청 홈페이지 민원창구를 통해 수십 차례 제기해 왔다. 그렇지만 한전과 광명시청은 ‘지중화에 따르는’ 공사비용 부담문제에 대해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어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은 상태이다.현진, 분양시 고압선 있다는 사실 숨겨
2003년 3월 분양을 시작해 작년 12월부터 입주에 들어간 광명5동 현진에버빌 아파트는 총 7개동 657가구의 1만여 주민들이 입주해 있는데, 이들은 밤낮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물론, 고압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특히 고압선이 지나가는 광명7동 원광령 마을의 주민들이 타 지역 주민들과 비교해 훨씬 높은 비율로 이상 징후를 보이며 사망한 사례가 발생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이들이 인지한 후에는 주민들의 사고도 달라지고 있다.지금까지 개인 차원에서 진행되었던 민원정도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단체적인 민원과 시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주민들은 2003년 분양당시에는 아파트 옆으로 송전탑과 고압선이 지나는 것에 대해 조감도에서 보지 못했고 현진 측에서도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아파트 주민 A씨는 “다른 것도 아니고 건강에 직접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고압선에 대해서 어떤 말도 듣지 못하고 입주해 고압선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는 건강에 대한 걱정보다는 속았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났다”며 “현진측은 이번 일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현진에버빌 주민들은 지난 7일 입주자 회의를 가지고 현진 측에 보상금과 관련된 공문을 보내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또 분양시에 조감도나 카달로그에 고압 송전탑과 고압선이 있다는 표시를 해주지 않은 점, 즉 주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간접사기분양’이라는 것에 대해 앞으로 적극적으로 현진측과 맞서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현진 측의 입장은 다르다. 현진에버빌 주택사업부 김태우 차장은 “(회사측은) 안양천을 따라 송전탑과 고압선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파트에 직접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카달로그나 조감도에는 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분양 당시에 주민들에게 주변시설물에 대해 설명할 때 고압선에 대하여 언급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전 Vs 광명시청, 주민들 울화통
이와 관련 입주자 대표회의의 이규영(34, 광명시 광명5동)총무는 “현 광명시장인 이효선 시장이 아파트에 직접방문에 빠른 해결을 약속하고 공약에도 포함시켰고 수년 전부터 시청과 한전 등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해 왔지만 지금까지 아무 답변도 없었다”며 “계속 이런 식 이라면 단체적인 시위도 불사하겠다”고 시의 빠른 해결을 요구했다. 또 “시청 홈페이지에도 고압선 지중화 사업에 대해 본격적인 추진을 약속하는 내용을 올려놓고도 주민들의 안전이 먼저가 아닌 돈 문제 때문에 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해왔다.한편, 한전과 광명시청은 총 공사비 70여억원을 절반씩 부담하고 공사를 진행시키기로 지난해 합의했었다.
하지만 광명시가 한전 측에게 “분당 등 다른 지역의 지중화 공사는 한전이 전액 부담했는데 광명지역은 왜 시청에서 일부 부담해야 하느냐”며 180도 입장을 바꾸어 현재까지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광명시청 기업지원과 한 관계자는 “송전탑이나 고압선은 한전재산이며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공사비 전액을 한전 측에서 부담해야 하지만 한전 측은 광명시에게 총 공사비 70여원 중 25여억원을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현행법상 공사비용을 시청이 부담해야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시청 쪽은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한전 측은 그러나 광명시와 다른 입장이다. 한전측은 “그렇다면 공사비의 반이 아닌 30%정도만 부담하면 두 달 안에 철거를 완료하겠다”고 했으나, 광명시청은 그것마저도 거절했다고 한전 수원전력관리처 한 관계자가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명5동 현진에버빌 지역이 택지개발지구라면 한전이 전액 부담하는 것이 옳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광명시청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광명시는 시청 홈페이지에 이효선 시장의 공약인 고압선 지중화 사업을 올려놓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관련기사1
송파구 방이동도 고압선 논란
고압선으로 인한 시와 주민들간의 갈등은 비단 광명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선수촌 및 기자촌 아파트(총 5540가구) 주민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도 지난 6월부터 반년 가까이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전자파를 비롯한 각종 피해를 우려하고 있는데 비해 한전은 별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양측 마찰이 심해지자 송파구청은 고압 송전선 전력구 연결 공사를 잠정 중단 시켰다.논란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한전은 “송전탑 위치를 바꾸더라도 또 다른 민원이 제기될 게 뻔하다”며 “고압 송전탑에서 10m가량만 떨어져도 다른 가전제품 보다 적은 전자파가 방출되는 등 송전탑이 인체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51m만 떨어진 곳에서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에는 고압 송전탑과 고압선이 아파트값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와 주목되고 있다. 의정부 지법은 파주 교하벽산아파트 주민들이 건설회사가 고압 송전탑과 고압선이 지나가는 사실을 숨기고 분양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건설업체는 주민들에게 2억2천2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주위에 고압 송전탑과 고압선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알리지 않고 분양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송전탑과 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는 것을 인정하는 대목이었다. 울산 북부 양정초등학교 학부모들도 지난해 10월부터 한전 쪽이 현대 홈 타운 재건축 단지 안 송전탑을 철거해 학교에서 200여m떨어진 뒷산으로 옮기자 “어린 학생들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된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학부모들은 “10m위로 지나가는 154kV 고압 송전선로 아래에서 18년 동안 살아온 40대 여성이 갑상선 암과 5차례의 유산을 경험하는 등 전자파로 인한 피해사례가 5건이나 접수 됐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뒷산 송전탑 공사를 저지하고 송전탑 철거 주민서명을 받아 한전과 북구청, 시교육청, 국가인권위 등에 전달하는 한편, 송전선의 유해성을 알리는 릴레이 운동도 펼칠 예정이다. <한>관련기사2
고압선 근처 백혈병 발병률 두 배
전자파의 피해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백혈병, 림프암, 뇌암, 중추신경계 암, 유방암, 치매, 유산 및 기형아출산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일단은 조심하는 게 최선이다. 최근에는 고압선 전자파의 악영향에 대해 영국의 한 연구소에서 발표한 피해상황으로 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3년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고압선의 유해성에 대한 대대적인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고압선 근처 100m 이내에 사는 어린이들의 백혈병 발생률이 두 배 높아진 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팀은 영국에서 한 해 발생하는 백혈병 환자 500명 가운데 20~30명은 고압선과 직접 관련이 있으며 다른 종류의 암과 유산도 유발한다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결론지었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