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비 강제징수 물의 학생, 교사 반발

학생들은 교사눈치, 교사는 학교의 압력...사용처 불투명 지적나와

2007-12-13     한종해 기자

경기도내 일부 고교들이 재학생들에게 학교를 통해 반강제적으로 동창회비를 일괄적으로 징수, 학부모와 학생들이 반발하는 등 말썽을 빚고 있다.

수능이 끝나고 고등학생들이 졸업할 때가 되자 어김없이 터져 나왔던 학교 동창회비와 발전기금 문제로 떠들썩한 것이다.

작년에는 경북 영덕여고 김모 행정실장이 각종 리베이트와 동창회비 부정 등을 고발했다가 학교를 명예회손 했다는 해고당했고 지난 2004년에는 서울에 위치한 동일학원에서 비리척결에 앞장 선 3명의 교사가 동창회 없는 동창회비 징수 등 재단의 전횡을 폭로해오다 직위해제 당했다.

문제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돈을 거둘 때는 조례 등을 통해 명시된 것 이외에는 거둘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동창회비 또는 발전기금명목으로 여전히 돈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징수한 동창회비는 대부분 동창회 명의의 통장으로 관리되지만 일부고교는 사용처까지 불투명한 것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어 교육계에 논란이 예상된다.
 
안양의 A 사립 고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에게 반강제로 돈을 걷고 있다. 동창회비와 학교발전기금을 명목으로 학생 개개인당 15,000원을 걷은 것.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불이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 강제적으로 돈을 냈다고 했다.

학생들은 교사들의 눈치, 학교에서의 압력, 동창회비 징수를 거부할 경우 학생부실로 불려가 꾸중을 듣는 등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타의적으로 돈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개인적인 가입대상인 동창회가 자율적인 회비징수가 어렵자 학교를 통해 일괄 징수하는 것은 기본취지를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동창회는 가입, 참석, 회비 납부가 모두 자율적인 조직이다. 자율이라는 기본취지를 무시하고 반강제적으로 회비를 징수하는 학교의 행위는 부당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어디에도 없는 동창회비 납부 조항

동창회는 한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친목을 도모하고 모교와의 연락을 하기 위하여 조직하는 모임. 졸업하지도 않은 학생들이, 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학생들까지  동창회 비를 내야하는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이 학교가 징수하는 15,000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없었던 학교발전기금 5,000원과 동창회비 10,000원이 더해진 것이다. 학교발전기금은 초중등교육법상 교장의 재량으로 걷을 수 있지만 동창회비는 동창회의 재량권이다. 학교장이 동창회비를 징수하려면 동창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학교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동창회비까지 징수하는 행위는 부당하다는 것이다.이 학교에 재학 중인 유혜미(19)양은 “학교에서 내라니까 어쩔 수 없이 냈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에게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 것이냐”고 물어봤지만 어디에서도 속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같은 학교 백주혜(19)양은 “동창회는 학교 졸업 후 자유로이 참석하는 것인데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재학생들이 동창회비를 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하지만 동창회비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 몰라 어쩔 수 없이 냈다”고 했다.

교사들도 심한 압박감

이 같은 학교의 동창회비 징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압박감을 주고 있다.이 학교의 김모(45) 교사는 “사실 15,000원은 그렇게 큰 돈은 아니지만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도 있는 돈이다”며 “그렇지만 학교 측에서 각 반의 납부현황을 비교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자존심 때문에 걷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 “선생인 나조차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는데 학생들은 어떻게 알겠느냐”며 “학교 측에 공개를 요구할 수 도 있지만 작년 동일학원의 상황처럼 해고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학생들을 독촉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동창회비 납부 논란은 안양지역 뿐만 아니라 광명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밝혀졌다.상황이 이렇자 일부 교사들과 학생들이 반발, 동창회비를 내지 않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3학생 김모군(19)은 “학교 고3 전반이 냈는데 우리반은 내지 았았다”며 “아무래도 부당한 돈인 것 같아 학교 측에 명확한 사용처를 확인시켜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고 우리 반 학생 전원은 서로 연대하여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담임선생님과 학교 측에서 무언의 압력이 행해졌지만 낼 일유가 없다고 생각하여 내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학부모 김영미(46)씨는 “학교에서 공문이 나온 것을 보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며 “수업료와 급식비 등 은 학교에 꼭 납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졸업은 커녕 동창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재학생에게 동창회비를 징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작년까지의 동창회비 사용여부를 공개할 수 있느냐고 묻자 학교 측에서는 ‘학교발전기금과 신입생 장학금으로 쓰인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사용여부는 학교 규칙 상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학교 측이 투명하다면 사용처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기분이다”라고 뭔가 검은 내막이 있음을 꼬집었다.

전교조 “동창회비는 불법‘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의 한 간사는 이에 대해 “현행법상 동창회비를 법적으로 내야하는 것은 아니다”며 “동창회는 졸업생들의 임의적 단체로 동창회비는 학교장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고 동창회비의 인상 및 징수는 동창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