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대북정책 사령탑으로 ‘우뚝’
신임 통일부장관의 역할과 과제에 관심 집중…남북 정상회담 추진할까?
이재정 민주평통수석부의장이 지난 11일 새 대북정책 수장에 올랐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월24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지 48일만의 일이다.
취임식이 늦어진 이유는 한나라당이 이재정 통일부장관에 대해 ‘부적격’이라며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바통을 ‘결국’ 이어 받았지만, 그의 앞길은 가시밭길이 예상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서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 신임 장관이 취임한 당일 “이 통일부 장관이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계속해서 문제를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위험한 대북관을 가진 친북좌파에게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라며 “해임건의안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통일부는 그동안 ‘지휘자’가 없던터라, 직원들이 업무공백을 없애기 위해 하루 1~2차례씩 간부회의를 여는 등 나름대로 애를 써왔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끝까지 반대 목소리를 내뱉으면서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때문에 내부에서는 “6자 회담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도와줘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에 찬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1월20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재정 통일부장관에 대해 ‘절대불가’로 평가를 내렸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국가관과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은 이 장관이 ‘북한 편향적’인데다 지난 2002년 대선 불법자금과 관련돼 있어 ‘도덕성’도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그를 반대했다.
한나라, ‘북한 편향적’ ‘도덕성 부족’
강창희 최고위원은 “이 장관은 북한에서 임명한 통일부장관인지 의심케 할 만큼 편향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통일부장관이 되면 통일이 늦어지거나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통외통위 소속 김용갑 의원은 “의심스러운 역사관과 위험한 대미관, 편향된 대북관, 혼란스러운 통일관, 친북적 이념성향, 도덕성 하자, 전문성 부족 등 7가지 이유 때문에 그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그는 햇볕정책과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에 대해 뚜렷한 소신을 피력했다. 즉, 남북관계와 북한 핵문제에 대한 그의 견해는 현 참여정부의 방침과 상당부분 겹친다.
그는 지난 11월 24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대해 “개성공단은 긴 안목을 가지고 유지, 발전시킬 필요가 있으며 금강산 관광도 평화에 기여한 부분이 상당히 크다”면서 “지속되는게 옳다”고 말했다.
북핵 해법과 관련해서도 그는 “근본적으로 북미관계에서 풀어야 한다”며 “미국이 좀 더 유연한 정책을 가지고 북한과의 대화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언급했고, 앞서 15일에는 ‘민주평통 2006 영어권 차세대포럼’에 강사로 나서 “부시 행정부는 일방주의적 대북정책에서 한걸음 물러나야 한다”며 “부시 정부는 북한의 체제붕괴를 유도하는 정책을 포기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북 포용정책 재추진에 적합
이 같은 발언은 통일부나 진보진영측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핵실험 이후 강력한 외풍에 흔들렸던 대북 포용정책을 재추진하기 위한 동력으로 이 장관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친북.반미 코드에 충실한 인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대북정책 사령탑을 맡은 이재정 신임 통일부 장관을 두고 정치권 모두가 ‘부적격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예상했던대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달리 이 장관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재정 장관은 평화통일을 이뤄가는 장관으로서는 최고 책임자”라고 추켜세웠고, 최성 의원은 “이 장관은 향후 한·미동맹을 포함한 국제협력을 취하는데 충분한 자질이 있다”고 말했다.
최성 의원은 또 이념성향과 전문성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가 분명히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신봉하고 있고 인권과 평화문제에 누구보다도 헌신해왔다”며 “확실한 통일관과 박사논문 등을 고려할 때 통일부장관으로서 통일과 평화의 문제를 앞장서서 고민하고 실천했다”고 말했다.
여야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통일부 입성을 두고 이처럼 힘겨루기를 하는 데는 아무래도 핵실험 여파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그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내년 대선 판도가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북정상회담 추진할까?
13개월 동안 열리지 못한 6자회담이 지난 18일부터 베이징에서 재개된 상황은 일단 그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회담이 만약 결렬이 아닌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으로 진행될 경우, 대북 회담 제안이나 쌀 차관 재개 검토를 통해 남북관계가 정상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이는 여당에는 호재로, 야당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 달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평통에 있을 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회를 건의했다”고 밝혀 그가 대북정책 사령탑으로서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대북 포용정책 기조가 ‘다시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통일부 안팎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면서 미사일 발사 이후 줄곧 높아만지던 위기지수가 낮아져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북한과 얼굴을 맞대로 직접 협상을 한 적이 거의 없어 과연 남북관계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는 재야시절 북한과 협상하고 평양 등을 다녀온 경험도 있지만, 정치권에 입문한 2000년 이후로는 북측 인사와 만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집권 말기에 들어서는 만큼 현 정부의 마지막 통일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통일부 안팎에서는 그가 한층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그 앞에 놓여있는 수많은 정책과제를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앞에 놓인 정책과제로는 입법이 추진 중인 납북자 가족 지원 특별법의 구체화, 대북 협상을 통한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해결, 여론을 수렴한 국민과 함께 하는 대북정책 추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정 통일장관 내정자는 누구?
종교인 출신이다. 정치인으로 성격은 온화하지만 컬러와 추진력이 분명하다는 평이다.
1981년부터 20년이 넘는 기간에 보수 진영이 장악해 오던 평통 자문위원을 진보인사로 대대적으로 물갈이했다는 평가를 야당측으로부터 받았다. 지난해 여름 행사장에서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으로부터 맥주 세례를 받은 일화도 이런 평가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옛 새천년민주당 전국구 의원을 지냈으며 같은 당 정책위의장도 맡았다.
16대 국회에서 초선인데도 당 정책위의장도 맡았고,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 중앙선거대책위 유세본부장으로 활약한 대선 공신이다. 한화로부터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옥고를 치렀고 지난해 광복절 특사에서 사면·복권됐다.
17대 총선에 불출마한 뒤에는 외국인노동자 쉼터인 ‘샬롬의 집’ 사목 활동을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통일과선교위원회 위원장, 범종교단체 남북교류협력협의회 공동대표의장 등을 맡는 등 남북관계 및 통일문제에도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부인 박영희(55) 여사와 1녀.
▲충북 진천 ▲고대 독문과 졸업 ▲캐나다 토론토대 신학박사 ▲부정방지대책위원장 ▲성공회대 총장 ▲16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