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VS칸서스 '아군에서 적군으로'

법정관리 졸업했더니, 이젠 경영권 분쟁?

2007-12-18     권민경

국내 대표적인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메디슨이 적대적 M&A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7일 칸서스사모펀드가 주축이 돼 구성된 메디슨 이사회는 우리사주조합측이 선임한 이승우 대표이사를 전격사임하고 이대운 단독대표체제를 결정했다. 이로써 사실상 칸서스측이 메디슨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이에 반발, 이사회 결의안건 무효소송으로 맞서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법정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메디슨은 지난 6월 4년 간의 법정관리를 졸업한 후 불과 일주일만에 칸서스 측과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법정관리 졸업을 위해 손잡았던 칸서스와 우리사주조합이 이사회 구성을 놓고 충돌했기 때문.

이후 잠깐 물밑으로 가라앉는 듯 보였던 갈등이 이승우 전 대표 해임안과 관련, 재점화 된 것이다. 부도 이후에도 감원이나 임금삭감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연구, 개발에 몰두해 위기를 극복했던 메디슨이 이처럼 또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업계의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난관 극복 위해 손잡았던 토종펀드가 뒷통수?

우리사주조합은 칸서스측이 이사회를 통해 이대운 단독대표체체를 결성한 것에 대해 "지난 6월 법정관리 종결 당시 법원이 임기 1년으로 선임한 대표이사(이승우)를 이사회가 해임할 수 없다"면서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과 이대운 대표의 단독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신용보증기금(지분율 25.74%)과 사주조합(지분율 17.47%)이 반대표를 던졌는데도 칸서스(지분율 23.15%)는 이사의 수를 이용해 해임안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즉 지분 23.15%를 보유한 칸서스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사회 구조를 이용했다는 것. 메디슨의 이사회는 칸서스 측 2명과 우리사주조합, 신용보증기금, 법원 각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이사회에서 긴급안건상정으로 올라온 이승우 대표 해임안은 법원 측 이대운 사장이 칸서스 측 손을 들면서 찬성 3표, 반대 2표로 통과됐다.

이에 대해 칸서스 측은 "법정관리를 졸업한 메디슨의 경영권은 당연히 이사회에 있다"며 "이번 대표이사 해임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주주의 일원인 사주조합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으며 문제가 있다면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사실 우리사주조합과 칸서스 측의 갈등은 이미 지난 6월 메디슨 법정관리 졸업 직후 이사회 구성을 둘러싸고 시작됐다. 칸서스는 이승우 공동대표(사주조합측), 이대운 공동대표(법원 선임), 박근생 최고재무책임자(칸서스 측)와 사외이사 2명(신용보증기금, 칸서스 각 1명)등 5명으로 새 이사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사주는 칸서스 측이 지난해 11월, 법정관리 종결 후 이사회를 통해 대등한 권리를 가지고 경영활동을 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음에도 이사회에서 다수를 확보하고 의장 역시 칸서스 측 사람으로 임명한 것은 약속을 어긴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이사회 구성을 놓고 대립각을 세운 우리사주와 칸서스는 급기야 지난 7일 이사회에서 우리사주조합 측 이승우 공동대표이사 해임안이 전격 통과되며 갈등이 깊어진 것.   

이승우 전 대표는 메디슨 창립멤버로 부도 이후 법정관리인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사주조합 측은 메디슨 임직원들을 대표하는 이승우 전 대표가 경영진에서 해임되자 칸서스 측이 적대적 M&A 실체를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우리사주조합 한 관계자는 "우리사주에서 추천한 인물을 이사회 임의대로 해임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우호세력으로 알았던 칸서스가 이제야 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법정관리 졸업 얼마나 됐다고...경영권 분쟁

당초 칸서스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메디슨 측에 우호세력으로 등장했었다. 카이스트 출신인 이민화 전 회장 등 6명이 설립했던 메디슨은 그간 국내 의료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확장 등으로 지난 2002년 1월 부도 처리돼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 메디슨은 부도 이후 초음파의료기기에 역량을 집중,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신제품을 출시했고, 해외 수출로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매출액 1706억원, 당기순이익 243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칸서스는 메디슨의 잠재력을 평가, 투자를 결정했다. 자금을 지원받은 메디슨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 올해 6월 드디어 법정관리를 벗어나게 됐다.벤처업계에서 이처럼 우리사주조합과 사모펀드가 손을 잡은 것은 메디슨이 처음으로, 업계는 외국계 펀드에 의한 바이아웃(Buyout) 방식이 아니라 국내 토종펀드와의 컨소시엄을 통한 메디슨의 회생에 주목했다. 즉 메디슨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았고, 메디슨 회생 및 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기업문화 또한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이번 우리사주조합과 칸서스 측의 경영권 분쟁으로 메디슨은 또 다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현재로서는 내년 4월로 예상된 재상장 또한 불투명한 상태.메디슨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의 피나는 노력을 바탕으로 법정관리를 졸업하자마자 또 다시 이런 갈등이 생기게 돼 유감스럽다"면서 "그러나 양 측 모두 일시적 이익이 아닌 회사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