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는 지금 ‘고3 접대부’ 세상

개방된 성 가치관 속에서 고3 여학생들의 화류계 아르바이트 열풍, ‘뜨거워라’

2006-12-18     김종국 기자

지난달 16일 수능이 끝난 뒤 유흥업계로 고3 여학생을 중심으로 한 ‘New face’가 대거 유입됐다는 소문이 유흥가에 나돌고 있다. 입시지옥에서 하루아침에 탈출한 그들이 스트레스 해소와 대학 입학 전 목돈 마련 등 다양한 이유를 내세워 화류계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흥계 한 관계자는 “영계유입을 자랑으로 내건 업주와 높은 수요의 주축인 업소 마니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업소를 두 번 갈고도 남을 정도’”라고 말했다. 유흥업소에 여고생 대기자가 넘쳐난다는 얘기다.

본지 취재진이 유흥업계에 정통한 소식통과 고3ㆍ예비 대학생을 수소문해 만나 본 결과, 이 같은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수능을 끝낸 여고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전 유흥가로 몰리고 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2004년 9월)에 따른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업소들이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내걸고 남성휴게텔, 여대생 마사지, 비키니 바, 하드코어 주점 등으로 변모하며 불황타계를 위해 노력하지만 이 모든 자구책도 ‘고3 접대부’ 앞에서는 파죽지세의 형국이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받쳐주는 법. 자유롭고 개방된 성 가치관을 소유한 고3 학생들의 화류계 아르바이트 열풍이 뜨겁다.

고3 여학생 화류계 알바 열풍

법적 미성년인 이들은 두발자유화와 오전수업 뿐인 학교일정을 역이용해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짙은 화장으로 업주를 속이고 목돈을 꿈꾸며 밤무대로 유입된다.

실제 지난해 청소년위원회가 현대 리서치 연구소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청소년 중 10%이상이 성매매 아르바이트 유혹을 받았거나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성매매를 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용돈’을 꼽았고 다음으로 호기심, 욕구, 성인의 유혹, 의식주해결, 친구의 권유, 개방적 성의식 순으로 거론됐다.

이렇게 큰돈을 벌어 보겠다는 십대의 일탈적 욕구와 비양심적 업주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유흥 업계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호기심 반, 돈 생각 반으로 시작된 유흥업소의 경험이 당사자와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을뿐더러,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잘 못된 발상이 고착화돼 직업여성으로 전환하거나 불건전한 특정인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 범죄의 늪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능시험을 무사히 마친 K양(19). 그녀는 요즘 마음이 홀가분하다. 다만 입학 전 성형수술을 위해 목돈을 마련해야하는 것이 유일한 고민거리. 수능이 끝난 12월의 학교 수업은 사실 거의 없다. 교실에서도 DVD를 보거나 잠을 청한다. 친구들도 수업이 끝나면 호프집으로 노래방으로 쇼핑센터로 몰려간다.

하지만 그녀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최근 친구 소개로 들어 간 A룸살롱에서 알바를 하느라고 학교를 거의 못가는 지경이다. 새벽에 일이 끝나기 때문이다.

학생이야, 성인이야 착각

지난 12일 취재진이 K양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유흥업소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노출이 심한 홀복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한터라 성인으로 착각을 할 정도였다.

기자는 먼저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으로 그녀와 대화를 시작했다. K양은 “일찍 자던 버릇이 있어 새벽 시간에 졸음이 밀려오는 건 사실이지만, 돈 벌 욕심이 생겨 이 정도는 괜찮다”고 말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유흥업소에 일하기 위해서는 성인 신분증이 필요했을텐데, 과연 그녀는 어떻게 업주의 눈을 속였을까. 다음은 그녀가 밝힌 주민등록증 위조방법.

“민증 위조는 식은 죽 먹기죠. 주변에 정말 정교하게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데 30분이면 위조가 끝나요. 일단 민증의 나이 부분을 칼로 잘 긁어내요. 다음에 신문이나 잡지에서 민증에 있는 숫자와 비슷한 크기의 숫자를 오려내 붙이거나 검은색 펜으로 숫자를 그리죠. 그 다음 숫자 위에 투명 매니큐어를 바르고 코팅지를 씌우면 끝이에요. 밝은데서 유심히 보지 않는 이상 위조라는 걸 알기 힘들어요.”

그러면 경찰의 단속이 있을 때, 이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그녀는 “업주 몰래 우리끼리(미성년자끼리) 입을 맞춰 서로 누나라고 존칭을 쓰기도 하고, 나이를 말할 때가 되면 철저하게 숨긴다”고 말했다. K양은 이어 “86년생 주민번호를 외우고 있는데 (실제 88년생) 지금은 내가 86년생 같은 착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단속은 두어 번 받은 적이 있었는데 경찰은 업주와 얘기를 나눌 뿐, 아직까지 한번도 경찰에게 신분증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단속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본격적으로 그녀에게 ‘일’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3개월만 일하면 목돈 만져요
 
룸살롱 일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K양은 “이유는 간단하다. 눈 딱 감고 3개월만 일하면 내  나이 때는 만져 볼 수 없는 목돈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목돈이 마련되면 얼굴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는 그녀의 대답에 기자는 ‘세태유감’이라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같은 날, 취재팀은 미성년 고용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 받는 노래방 도우미를 만나기 위해 서울의 한 노래방을 찾았다.
취재진이 노래방 손님을 가장해 도우미로 만난 S양은 올해 수능 시험을 마친 19살 미성년자. 현재 모 보도사무실 소속인 그녀는 안면이 있던 마담 언니를 통해 화류계에 데뷔했다. 목적은 물론 돈이 필요해서다. 그녀는 중학생 시절부터 명품을 유독 찾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최근 집안사정이 어려워져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이 끊긴 상태다.

그래서 그녀는 무허가 보도방에서 수입이 괜찮은 룸 보도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룸살롱 이외에도 단란주점, 노래방, 변태카페 등 일이 생기면 무차별적으로 들어가고 있다.

S양 역시 다른 십대 여성의 경우처럼 자신의 주량을 몰라 처음에는 매일 밤 정신을 잃는 상황이 반복됐다. 얼마 전 그녀는 만취한 상태에서 2만원 팁을 더 받기 위해 자신의 가슴을 허락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녀는 “아직 어리지만 남자와 사회를 다 알아버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한 유흥업소에 만날 출근하는 C(19)양은 B양, S양과 유흥업소에 들어가게 된 동기는 다르지만 목돈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같다.

대학 등록금 필요하면 단기전 승부

C양은 어두운 조명아래서 아찔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날마다 남자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대학 등록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내년 2월 초까지만 유흥업소에서 일할 계획이다.

기자는 C양에게 손님을 접대하면서 기분이 나쁘거나 속상할 때가 언제냐고 물었다. 그녀는 “처음 출근해서 며칠간은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느새 적응 되더라”고 말한 뒤 “이젠 손님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몸을 피하는 노하우도 생겼다”며 웃어 보였다.

C양은 또 “주변 친구들 중에도 학비 때문에 이쪽으로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 많은데 첫 접대부터 2주간은 울기도 많이 운다”면서 “이 세계는 영화 속에서 봤던 일들이 전부 재연되는 곳이다. 술 마시던 손님의 손이 상의나 하의 속으로 스멀스멀 들어오고 속옷에 돈을 찔러주러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누그러진 분위기를 타고 C양에게 2차(성관계)도 가냐고 물어 보았다. C양은 “솔직히 말해서 고정급(테이블 TC)보다 그쪽으로 버는 수입이 더 많다”며 “눈 딱 감고 한번 따라 나가면 어리다고 더 많이 챙겨준다. 10만원이 기본이고 더러는 50만원까지 받아봤다”고 말했다.

주변 친구들이나 부모는 그녀가 업소에서 일하는 것을 알까. “부모님은 모른다. 그러나 친한 친구들은 알고 있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요즘 이런 업소에 들어오는 여자들은 대부분 고딩이라고 보면 된다” 그녀의 설명이다.

미성년자 고용 뒤 가게 매출 껑충  …누이 좋고 매부 좋다? 

손님들의 얘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 광명시 한 유흥업소에서 만난 룸 마니아(일명 ‘룸도리’) B씨(34)는 요즘 업소에 일하는 젊은 여성들 중 상당수가 여고생이라고 말했다. B씨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 K양이나 S양처럼 성형수술비나 명품, 유흥비 마련을 위해 상대적으로 쉽게 소득을 올리는 밀폐된 공간을 제 발로 찾아들고 있다.

업주들도 10대 여학생들이 유흥업소에 널리 퍼져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A룸살롱 업주 H(49)씨는 “어리고 손 타지 않은 초짜(속칭 ‘민짜’) 여성에 대한 수요는 상상 이상”이라며 “업주들은 손님들에게 이들을 소개하면서 나이가 어린 것을 과시하기도 하도, 여학생들에게는 손님 옆에 앉으면 미성년이라도 얘기라고 강요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H씨에게 미성년을 고용한 뒤 가게의 매출이 올랐냐고 물었다. “물어 볼 말을 물어봐라. 나이가 어리다고 소개하면 처음에는 손님들이 반신반의 한다. 나중엔 결국 믿게 되는데 그런 고객은 단골이 될 확률이 높고, 또 다른 동료들도 함께 데리고 온다. 매출은 자연 오르게 된다.”

미성년을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고 자식 있는 부모라면 양심에 가책을 느낄 텐데 왜 ‘영계 고용’이라는 초강수를 두냐고 묻자 “성매매특별단속이 심해 매출이 적자다. 나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나도 돈 벌고 애들도 돈 마니 가져가고 그게 다 상부상조하는 거다”고  업주 특유의 말투로 둘러댔다.

또 다른 업주 P(50)씨는 “최근 수능시험이 끝난 뒤 면접을 보러 오는 과반수의 애들이 10대 미성년인데 자격 미달(외모 불합격)로 떨어진다”면서 “지금 일하고 있는 애들이 그만둬도 대타로 대기하는 여고생들만 지금 인원의 두 배를 넘는다”고 말했다.

업주들 “우리도 먹고 살아야 되요”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곱지 않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사회적 음지에서 성적 가치관과 자존감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을 단기 수입의 논리로 무분별하게 고용하는 행태에 대해 정부와 업계는 반성과 자정의 노력을 기울여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소년 단체 한 관계자는 수능이 끝나고 입시 스트레스에서 하루아침에 해방된 수험생은 인생의 중요한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에 쾌락을 추구하는 데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성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이들이 편의점 알바 하루 일당을 한 시간 만에 번다는 유혹에 넘어가 2차까지 불사하게 되지만 결국 평생 후회할 일을 저지른 셈”이라고 철없는 10대의 탈선을 꼬집었다.

또한 업주들도 미성년 고용이 ‘적발 즉시 구속 및 영업정지’되는 사정을 알면서도 경찰 단속의 눈을 피해 이들을 성인으로 둔갑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업계 자체의 자숙과 자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단기 목돈을 노리고 스스로 화류계에 뛰어든 K양, 자신도 모르게 밤무대에서 중독처럼 활동하는 S양, 그리고 미성년자 고용을 사업의 승부수로 삼는 비양심적 업주 H씨, 또 미성년자와의 잠자리를 자랑스러운 후일담으로 삼는 우리네 보통 남자들.

이 모든 사회적 부조리가 한 데 엮어져 오늘 밤도 유흥업계의 아성은 경찰 단속에도 아랑 곳 않고 기름칠 한 듯 잘 돌아간다. 아직도 미완인 미성년자 보호책은 언제쯤 완성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