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돈 없는데 놀라니...누굴 놀리나?

2018-02-24     김형규 기자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정말 놀고들 있네!”정부가 23일 발표한 내수활성화방안에 한 네티즌의 푸념 섞인 댓글이다.정부는 매달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정하고 이날만큼은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유연근무제 등의 소비촉진안을 내놓았다.소비촉진안의 주요 내용은 △유연근무제 활용 △전통시장·대중교통 소득공제 강화 △호텔·콘도 객실요금 인하 △실버관광 활성화 등이다.이와 함께 가계부담완화 정책으로는 △전·월세대출한도 확대 △청년전세임대·청년리츠 활성화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제 개선 △건강보험료 부담 경감 △KTX 조기예약 할인제도 도입 등을 추진한다.최근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숨죽여 있던 정부가 모처럼 내수활성화를 위해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뒤는 생각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비판이 대부분이다.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400조를 넘어섰다. 1인당 빚은 290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최저시급은 6470원 밖에 되질 않는다. 하루 열 시간, 휴일 뺀 20일을 꼬박 일해도 한 달 130만원이 채 되질 않는다.젊은이들은 돈이 없다. 돈 쓸 시간이 없어서 돈을 안 쓰는 게 아니다. 돈이 없어서 돈을 못 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 최저시급에서 벗어나도 학자금 대출을 갚기 바쁘다.그런데 정부는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돈 쓸 시간 줄 테니 돈 쓰라고 한다.정부는 이번에 철도 자유이용권인 ‘내일로’ 이용 연령을 확대해 돌아다니면서 돈을 쓸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내놨다. 기존 25세 이하 연령에 제공되던 일반열차 자유이용권을 29세 이하로 확대한 것이다. 철도를 이용하는 20대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힘들게 정책을 만든 공무원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확대 해택을 받게 될 그들도 한가하게 열차 타고 다니며 놀 여유가 없다. 취업 준비해야하고 취업해봐야 월 급여 100만원대의 소위 ‘100돌이’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2015년 철도 할인을 받은 사용자는 23만여명이었다가 지난해에는 11만여명으로 줄었다. 그저 한두 번 이용했고, 꼭 필요한 사람 아니면 타지 않는다는 얘기다. 할인 연령을 확대하면 당장 할인 이용자는 늘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철도 할인을 강화하면 결국 코레일은 매출이 감소할 것이며, 이는 곧 철도 이용객의 또 다른 피해로 다가올 텐데. 코레일은 기획재정부가 손실보상금을 축소키로 하자 수익이 나지 않는 벽지 노선 열차운행 횟수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2030세대는 우리나라 소비 주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내수경기를 활성화 시켜줄 볼모가 아니다.단지 싼 이자로 대출해주고, KTX를 저렴한 값에 태워주는 것보다 최저시급 인상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면 자연히 내수 경기는 활성화된다.그들은 돈 쓸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고,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