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회의문화, 100점 만점에 45점 ‘낙제’

대한상의 조사…효율성 38점, 소통 44점, 성과 51점

2018-02-26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국내기업 회의문화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보고서가 나왔다.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문화 개선사업의 첫번째 과제로 회의문화를 선정하고 그 연구결과를 담은 ‘국내기업의 회의문화실태와 개선해법’ 보고서를 26일 발표했다.이번 보고서는 상장사 직장인 1000명이 바라본 국내기업 회의의 문제점과 원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포커스 그룹 미팅 등을 통해 도출된 실천해법과 준칙 등을 담고 있다.직장인들이 국내기업 회의문화에 매긴 점수는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낙제점이었다.부문별로는 회의 효율성이 38점(회의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편이다), 소통수준 44점(소통이 자유로운 편이다), 성과점수가 51점(결론이 명확하고 실행으로 연결되는 편이다)으로 모두 낮았다.특히 ‘과연 필요한 회의라서 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과 ‘회의시 상하소통은 잘 되는가“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긍정 응답은 각각 31.6%와 26.4%에 그쳤다.회의하면 떠오르는 단어도 부정어 일색이었다. ‘자유로움, 창의적’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는 9.9%에 그친 반면 ‘상명하달, 강압적, 불필요함, 결론없음’ 등 부정어가 91.1%였다.

우리 직장인들은 1주에 평균 3.7회, 매번 평균 51분씩 회의하는데 절반인 1.8회는 불필요한 회의로 나타났다. 게다가 회의 중 약 31%인 15.8분은 잡담, 스마트폰 보기, 멍 때리기 등으로 허비하고 있어 회의의 전반적 효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가 불필요하다고 느낀 이유는 ‘단순 업무점검 및 정보공유 목적이라서’(32.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일방적 지시 위주라서’(29.3%), ‘목적이 불분명해서’(24.7%), ‘시간낭비가 많아서’(13.1%) 등의 순이었다.

쓸데없이 많은 인원을 모으고 보자는 ‘다다익선 문화’도 문제로 드러났다. 회의 1회 평균 참석자는 8.9명이었는데 불필요한 참석자가 2.8명에 달했다. 회의 참석인원 3명 중 1명은 필요 없다는 뜻이다.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 회의의 문제점도 지적되었다. 직장인들은 상사가 발언을 독점하느냐는 질문에 61.6%가, 상사의 의견대로 결론이 정해지느냐는 질문에 75.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답.정.너 상사’ 못지않게 ‘투명인간 직원’도 불통의 원인이다. 회의 참석유형을 묻는 질문에는 가급적 침묵한다는 ‘투명인간형(39.0%)’이 가장 많았고, 상사 의견에 가급적 동조한다는 ‘해바라기형(17.1%)’, 별다른 고민없이 타인 의견에 묻어가는 ‘무임승차형(12.8%)’ 순이었다.
 
실제로 직장인들은 지난 1주일간 참석한 회의(3.7회) 중 1.2회, 3분의 1을 거의 발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발언을 했을 때도 가진 생각의 29.4%만 표현했다고 응답했다.

동료 간 수평적 소통도 원활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회의 참석자 간 신뢰 부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내가 어떤 의견을 내도 동료들이 존중해 줄 것을 믿는냐’는 질문에 43.3%의 직장인만이 ‘그렇다’고 답했다.성과 없이 끝나는 회의도 많았다. ‘명확한 결론없이 끝나는 회의’가 55.2%였고, 결론이 나도 최적의 결론이 아닌 경우도 42.1%였다.최적 결론이 아닌 이유로는 ‘회의 주재자 위주로 결론이 나서’(29.9%), ‘부서간 떠넘기기’(28.7%), ‘어차피 바뀔테니 대충대충 결정’(21.9%), ‘CEO 의중 미리 고려해 결정’(19.5%) 등이 꼽혔다. 이렇게 결론이 부실하다보니 46.1%에 달하는 회의는 실행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용도폐기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최근 기업들도 회의문화 개선을 위해 회의 없는 날, 회의시간 통제, 1인 1발언 등을 추진하지만, 근본해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비과학적 업무 프로세스 △상사의 귄위적 리더십 △직원의 수동적 팔로워십 △토론에 익숙치 않은 사회문화 등의 4대 근인 해결을 강조했다.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부정적 회의문화 때문에 회의가 가진 긍정적 기능, 즉 조직원의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한 곳에 모으고 혁신을 도출하는 것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회의문화를 만드는데 기업들이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