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고급두뇌’의 해외유출 심각
2007-12-25 매일일보
해외에 나가 공부한 인재들이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미국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국내로 돌아오길 원치 않고, 귀국해서도 재출국할 뜻을 지닌 이공계 ‘고급 두뇌’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미국과학재단의 박사학위 취득자 자료를 분석해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딴 인재 중 4분의 1 만이 귀국의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002년 박사 학위자 중 귀국한 사람은 48.7%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7년 전인 1995년의 69.5%보다 약 20%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2001년 잠시 올랐을 뿐(51.9%) 1997년 62.5%, 1999년 50.7%로 계속 떨어져왔다. 특히 한국에 귀국한 박사들 가운데서도 3분의 1 정도는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한국을 떠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고급두뇌 유출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도로 2004년 과학기술 분야 박사 취득자 900명에게 “귀국할 것인가”하고 물었더니 73.9%가 “미국에 남겠다.”고 했다. 게다가 이미 귀국해있는 박사들도 37.7%는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출국할 뜻이 있다’고 했다니 장차 한국의 과학기술은 누가 지키고 발전시킬 것인지 한국의 과학미래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체류박사 255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돌아오지 않는 주된 이유로 “연구 환경 등 근무 여건이 좋기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이 51.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자녀 교육”(16.2), “전문성 신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10.8), “일자리가 많아서”(6.8%) 등의 순이었다. 문제는 귀국한 박사들이 국내에서 일하며 느끼는 만족도가 낮다는 것이다. “자신의 학위보다 낮은 수준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답한 박사는 귀국자의 경우 32.3%였고, 미국 체류자 가운데서는 19.1%였다. 특히 국내 기업체에 취직한 귀국 박사들 중 61.7%가 이같이 답했다. 세계적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라자 굽타 前전 회장이 “21세기는 인재 확보 전쟁(the war for talent)의 시대”라고 역설했다. GE의 前전 최고경영자 잭 웰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거나 제품을 혁신한 사람들을 영웅과 스타플레이어로 대접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국부는 인적자본의 통합체가 결정하며 이러한 인적자본은 지식혁명 경제에서 부를 창조할 원동력인 교육을 혁명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의 석학들이 ‘그 나라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인재를 확보하느냐 에 달렸다’고 설파하고 강조하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과학기술자들의 일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정책들을 살펴보면 몇몇 이름 있는 과학자들한테만 돈이 몰리는 인기위주의 선심성 정책이나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는 나라는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과학미래를 이끌어갈 해외 이공계 고급두뇌들이 한국에 돌아오게 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감성적인 애국심에 호소하는 막연한 대책이 아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연구 환경을 배려해 주는 정책으로 그들을 불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