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키코 부실판매 은행 제재…중기 “솜방망이 처벌”
2011-08-20 이황윤 기자
그러나 금융가에서는 이번 제재조치가 현재 진행 중인 은행과 중소기업 간의 민사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감원이 환율 변동에 따른 불완전 판매 여부 등 핵심 쟁점은 빼놓은 채 건전성 여부만 따졌기 때문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환율이 하한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을 무효로 하고, 상한 이상으로 올라가면 약정액의 1~2배를 약정환율에 팔 수 있다.
2008년 은행이 계약기업의 연간 수출 예상액을 초과해서 거래계약을 맺거나 환율변동에 따른 손익과 편익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많은 중소기업이 피해를 봤다.
이번 제재에서 금감원이 지적한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피봇(PIVOT), 스노볼(Snow Ball) 등 투기성이 강한 고위험 파생 상품을 취급한 점, 수출 예상 규모를 초과한 통화옵션거래에 대한 적합성 심사 부실, 기존 거래의 손실을 신규거래에 반영하는 불건전 거래 등이다.
김진수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실장은 "은행이 거래 업체의 손실 감내 능력을 면밀히 심사해 위험이 전이되지 않도록 건전성을 따졌는지 여부를 파악했다"며 "계약이 유효하냐, 취소 사례에 해당되느냐 등 과실이나 손해배상 책임 측면은 법원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쟁점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당장 중소기업들은 '송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제재 결정에서 은행들이 계약 조건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에 대한 쟁점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또 키코 계약의 프리미엄 가격표 조작에 대한 조사도 제외된 점도 문제를 삼고 있다. 이는 은행이 제시한 계약서상에 계산표에는 풋옵션이 1억원이면 콜옵션도 1억원이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풋옵션은 1억원, 콜옵션은 2억원으로 돼있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난해에 소송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제재를 미루더니 올해는 소송에 관련이 없는 부분만 심사해서 결정을 내렸다"고 반발했다.
키코 피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 역시 "금감원은 손실이전 거래의 불인정 시점을 기획재정부가 유권해석을 내놓은 2008년6월 이후라고 했지만 이는 중소기업의 피해가 이미 커진 이후"라며 "금감원의 제재 심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키코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소송은 120여건으로 150개 업체가 거래 은행을 상대로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일단 금감원이 핵심 쟁점에 대한 제재를 피하면서 향후 법원이 키코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