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전자팔찌제' 시대 열리나
‘전자장치부착에 관한 법률 수정안’ 발표 뒤 찬반논란 거세져
지난 19일 법무부는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 부착에 관한 법률' 수정안을 발표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상습적인 성폭력 범죄자와 13세 미만 어린이를 상대로 한 성범죄자 중 재범 위험성이 있는 사람은 전자팔찌를 착용해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이르면 내년 여름, 늦어도 2008년까지는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인권ㆍ시민단체는 일제히 ‘이중처벌 금지’ 조항과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설왕설래 하는 것은 누리꾼들도 마찬가지다. ‘인권을 유린한 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과 성범죄자 뿐 아니라 ‘성매매 종사자와 꽃뱀에게도 팔찌를 채워야 한다’는 억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작년부터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켰던 ‘전자팔찌제’, 과연 수정안이 국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정부는 상습적 성범죄자, 성폭력 재범자, 강간ㆍ강제추행자, 미성년자 간음 및 추행자 등 사실상 성폭력과 관련된 모든 범죄자에 대해서 전자팔찌 착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성범죄 발생건수는 1만3천여 건, 유죄 판결을 받은 4천여 명 중 1600명이 19세 미만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특히 이 중 670명은 13세 미만 어린이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성폭력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전자팔찌제 도입은 지난 2005년 4월 한나라당 박근혜 최고위원에 의해 처음 제안됐고, 이후 박세환 의원이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 부착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상정하면서 구체화됐다.‘전자팔찌’ 착용, 빠르면 내년 여름, 늦어도 2008년까지
법무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 통과를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법무부 수정안은 원안보다 전자팔찌 착용 대상ㆍ기한 면에서 훨씬 강력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 의원 원안은 형 집행 이후 출소자에 한해서만 전자팔찌를 부착하도록 했지만 수정안에서는 징역형 이후 단계, 가석방 단계, 집행유예 단계에서 각각 전자팔찌를 부착하도록 했다. 또 재범 위험이 높은 범죄자에게는 최대 5년까지 전자팔찌를 착용토록 수정했다.GPS로 범죄자 원격 감시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제도는 미국 뉴멕시코주 지방법원의 러브 판사가 지난 1983년 보호관찰대상자들을 상대로 처음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점 과밀화되는 교도소의 공간 문제를 해결해 수용비용을 절감하고, 범죄자의 심리적 검열을 통한 범죄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서였다.이후 이 제도는 출소자 보호관찰을 위해 적용됐고 범법자가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장소에 있는지를 전자팔찌나 전자발찌 속에 내장된 위치추적장치(GPS)로 확인했다. 한마디로 범죄자 원격 감시 수단인 셈이다.
현재 이 같은 시스템을 운영해 출소자를 관리하는 나라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등 10여 개국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중형선고라고? 대부분 관대한 ‘송망방이’ 처벌
실례로 작년 1월 한 초등학생을 15차례나 성폭행하고 임신시킨 50대 경비원은 징역 6년을 선고 받았고, 재작년 12월 밀양의 여중생을 성폭행한 수십 명의 학생들은 현재 대부분 석방됐으며, 지난 8월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낙태까지 하게한 아버지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된 실정이다. 이밖에도 자신이 수사하던 여고생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행한 경찰은 징역 4년을, 4ㆍ5세의 영아를 성추행한 60대는 징역 2년 6개월을, 13세의 조카를 강간하고 성추행한 30대는 징역1년을 선고 받은 것이 고작이었다. 참여연대는 위의 사례처럼 “엄정하고 단호한 법집행을 통해 교도소에 수감돼 있어야 하는 범죄자가 집행유예와 같은 법원의 관대한 처벌로 자유롭게 풀려나 재범 확률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법에 정해진 대로 엄격한 처벌기준을 적용하고 성범죄자에게 파렴치한 범행에 대한 사회적 대가를 강력히 각인시키면서 동시에 사회화 교육과 치료를 병행하라는 것이다.그러나 법안을 추진해온 한나라당 의원들과 성폭력 피해자 부모들의 입장은 시민사회단체와 다르다.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성범죄율이 매년 증가(23%) 추세에 있고 성범죄의 특성상 신고율이 저조한 것까지 감안하면 공식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은 성범죄가 우리사회에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이어 “어린이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이 지경인데도 피해자 인권과 가해자 인권을 동등한 선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기뿐 나쁘다”고 말했다. 재범률이 80%가 넘는 성범죄자에겐 특단의 조치(전자팔찌제 도입)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또 아동성폭력피해자가족모임의 송기운씨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동ㆍ청소년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년수가 너무 짧다”면서 “길어야 1년 6개월, 좀 더 많으면 3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송씨는 “외국은 최하가 15년이고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성범죄자에게 거세약물을 투여하고 사진과 신상을 완전 공개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전자팔찌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처벌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솜방망이 판결이 인면수심의 범죄자를 다시 활개 치도록 한다는 것이다.찬, “재범률 80% 넘는 성범죄 자에게 특단의 조치 필요”
반, “이중처벌 금지와 프라이버시 침해”
대국민 마인드 컨트롤 음모?!
앞으로 도입될 범죄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은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GPS는 지구를 하루에 두 번 선회하는 24개의 위성으로 편성돼 있고 날씨와 관계없이 세계 어디서든 하루 24시간 작동한다. 성범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는 말이다.인권침해 논란이 있지만 미국 23개 주에서는 이 시스템을 적용해 성범죄로부터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하자는 사회방위 논리가 여론의 지지를 더 받고 있다고 한다. 성범죄자들은 재범률이 높고 성 도착적 습벽이 완치되지 않는 한 스스로 범행을 억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범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하지만 인권단체 등 일각에선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적용하겠다던 전자감시통제시스템이 머지않아 전 국민을 상대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냐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대국민 마인드 컨드롤 음모’가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현재 열린우리당도 한나라당과 전자팔찌제에 대해서만큼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 제도가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적용될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