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후폭풍 부나?…쟁점 빠진 제재 '논란'
2010-08-20 안경일 기자
특히 중소기업들이 진행 중인 은행과의 민사소송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향후 금감원장에 대한 검찰 고발까지 불사한다고 밝혀 논란은 증폭될 전망이다.
키코는 원화가치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이 가입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원화가치가 일정한 범위를 유지하면 기업이 이익을 얻지만 정해 놓은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기업은 손실을 본다. 원화가치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계약은 해지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 급등으로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논란이 됐다. 현재 키코와 관련해 150개 업체가 거래 은행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핵심 쟁점은 은행이 키코를 판매하면서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했는지 여부다. 금감원은 건전성 여부만 따져 은행 직원들을 제재했다. 공방이 되고 있는 불완전 판매에 대한 문제는 은행과 기업의 입장이 다른 만큼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기업들은 결국 금감원이 은행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제재 심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윈회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금감원이 지난해 3차례에 걸린 제재심의 결과 발표 연기는 결국 은행을 위한 수위 조절이었다"며 "금감원이 손실이전거래, 영문계약서 사용 등 불완전판매 관련 사례를 적발해 놓고도 이번 심의 대상에서는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해 기업들은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가 키코를 판매한 은행의 잘못을 묻는 심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키코를 제외한 피봇(PIVOT)과 스노볼(Snow Ball)만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한 이유를 따졌다.
또 기업의 수출예상액 산정과 관련해 과거 수출실적 대비 125% 이내는 인정하되 그 이상 오버헷지 한 것만 제재한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키코가 은행의 적극적인 방문 판매로 이뤄졌음에도 오버헷지의 원인을 기업에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기존 거래에서 나타난 손익을 회계처리하지 않고 새로운 거래에 반영하는 '손실이전거래'에 대한 제재도 논란거리다.
금융당국은 1999년 4월 기존 거래의 손실을 새로운 거래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후 업계에서 법규 위반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던 만큼 2008년 6월 말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을 기점으로 이후 거래에 대해서만 제재키로 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2008년 6월 말에 유권 해석을 명확히 내렸을 때에는 이미 기업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시기였다"며 "외국환 거래 법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을 근거로 법규 위반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냐"고 되물었다.
그밖에 피해 기업들은 제재심의위원회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대리인인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의 경우 서울중앙지법에 계류 중인 키코 관련 민사소송에서 은행 측 대리인을 맡고 있어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심의위원 중의 한 사람인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전북은행 사외사이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피해 기업들은 제재심의위원회에 심의자료와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고, 정치권을 향해서는 국정감사를 촉구했다. 아울러 금감원장에 대한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는 태세여서 향후 법원 판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