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차세대 국가발주 사업 희비 엇갈린 사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 격?

2010-08-20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SK텔레콤(이하 SKT)이 급제동에 걸렸다.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SKT의 통신관련 국가발주 사업에 로비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SKT는 불과 보름전만해도 KT, 삼성 SDS, LG CNS와의 경합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승자의 여유를 만끽하던 참이었지만, 사업 수주를 위해 평가위원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만약 로비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SKT의 국가발주 사업은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더구나 사실여부를 떠나,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사업추진 주요방향으로 내세운 SKT로써는 이번 로비의혹이 여간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매일일보>은 SKT의 차세대 국가발주 통신사업이 로비의혹으로 희비가 엇갈린 사연을 취재해봤다.  

SKT 통신관련 국가발주 사업 로비의혹으로 제동, 검찰조사 임박?
SKT측 “일개 팀장의 과욕인지…내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

SKT는 지난 4일 우정사업본부 차세대 기반망 구축사업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며 자축했다. 우정사업 기반망은 총 317억원이 투자되는 올해 통신분야 최대규모 사업이다.

내구연한이 경과된 노후장비 교체 및 통신망 구조 고도화, 인터넷전화시스템 구축, 네트워크관리시스템 개선을 통해 전체 통신구성요소를 신규구축 및 개선하는 것으로 SKT 외에도 KT, 삼성 SDS, LG CNS가 경합을 벌였는데 SKT 컨소시엄(SKT, 서울통신기술, DB정보통신, 에이텍 등)이 1위 사업자로 평가를 받으며 통신업계 1위의 체면을 살렸다.  

국가발주 사업 저 멀리?

그런데 이러한 체면 차리기도 잠시. SKT는 보름만인 지난 19일 로비의혹에 휘말리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사업수주를 의해 심사위원을 사전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SKT측이 심사 하루 전인 지난 7월29일 제안서 평가위원에게 접근해 로비를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에 따른 제보자의 로비의혹 내막은 이렇다. 제안서 평가위원이었던 A교수는 지난 7월20일 밤 11시께 SKT 박 단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요청을 받았다는 것. A교수를 만난 박 단장은 SKT가 선정될 경우 보답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A교수는 참여연대를 통해 박모 단장과 대화한 내용을 녹음한 녹취록도 공개했다. A교수가 제공한 녹음자료에는 자신을 SKT 박 단장이라고 밝힌 인물이 “성공하면 컨설팅도 하고 제가 이제 확실하게 보답해 드려야지, 말로만 교수님한테 도와주세요 하면 안 되거든요”라며 평가 후 금전적 보답을 할 것을 약속한 내용이 담겨있다.

A교수는 또 “평가가 끝난 당일 전화를 걸어와 SKT가 1등을 한 게 확실하다”며 사례를 위해 방문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박 단장이 더 많은 평가위원을 접촉했고 평가 과정에서 휴식 시간에 다른 평가위원에게 연락하거나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때문에 제보를 받은 참여연대는 “제안서 심사과정에서 불법 로비가 있었던 만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하고 전면 재검토하라”며 “지식경제부나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생·윤리경영은 어디에?

SKT도 이러한 위기를 감지했던 걸까. SKT는 20일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고 있지 않지만,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모 팀장(단장)의 실수는 인정하고 있는 눈치다.

SKT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어떤 경위인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일개 팀장의 과욕인지…내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다만 상황을 클리어하게 생각하고 있다. 4개 업체 중에서 선정위원 심사는 3위였다. 기술심사나 가격 심사 등 여러 가지 배점에서 1등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SKT의 차세대 국가발주 통신사업이 예정과 달리 곧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참여연대는 제보된 내용을 검토한 결과, 제보내용이 명확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정부발주 사업의 제안서 평가 민간위원에게 불법로비 활동을 한 SKT 관계자를 조만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까지 밝혀 검찰조사까지도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조사에 착수했다. 권익위는 불법성이 드러나는 대로 감사원에 감사의뢰를 하겠다고 밝혔다.

시기상으로도 좋지 않다. 통신 3사간 네트워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SKT의 이러한 로비의혹은 여러모로 SKT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것은 물론, 윤리경영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예로 SKT는 현재보다 데이터 용량을 6배 늘린 ‘데이터 하이웨이(고속도로)’를 하반기에 구축하기로 했지만, 이는 다분히 KT(모바일 원더랜드)와 LG유플러스(ACN)에 맞선 전략이었다.

SKT는 모바일 인터넷시대 와이파이가 주력망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하는 등 와이파이를 확대하겠다는 경쟁사 KT의 네트워크 전략을 정면으로 비판해 윤리적으로도 모자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SKT 정만원 사장은 “중소 협력업체의 경쟁력이 곧 SKT의 경쟁력이며, 동반성장을 위한 SKT의 상생경영 이념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의 행보는 도무지 상생경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SKT의 로비의혹 지적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사실관계파악이 급선무”라며 “내용을 파악해야 답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정사업기반망은 과거 MIC-Net(정보통신부 기반망)으로 전국 3000여 우체국을 연결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국가기관 통신망이다. 이번에 대용량 Ethernet 기반의 최신 기술을 탑재한 통신망 고도화를 통해 기존의 금융, 우편, 인터넷 서비스 이외에도 음성서비스, 화상회의 등 신규서비스를 통합한 광대역통합망(BcN)으로 진화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