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료 횡령 사기, '부자' 소비자들만 골탕?

허황된 수익으로 부유층 소비자 현혹… 설계사 거액 챙겨 달아나

2007-12-28     한종해 기자

보험료에 비례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변액보험이 큰 인기를 끌자 일부 부유층 소비자들을 현혹해 보험 상품에 가입시킨 뒤, 거액의 보험료를 가로채서 도주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부 보험 설계사와 대리점 업주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는데, 정작 해당 보험사들은 ‘개인 횡령’이라면서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보험설계사와 대리점 업주들이 수익률 과대포장 등 장점만 설명해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민원은 많았지만, 수십억원의 보험료를 챙겨 달아나는 이른바 ‘먹튀’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토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변액보험은 1950년대부터 유럽에서 판매되기 시작해 2001년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됐는데, 보험계약자가 납입하는 보험료 가운데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그 운용 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투자 성과를 나누어 주는 상품이다.이 보험은 원금 이상의 보험금이 발생할 수 있고 투자 성향에 따라 자산 운용 형태를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목표 수익률을 사전에 제시하지 못하고 기존의 보험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보험 설계사나 대리점 대표들이 소비자들에게 제시하는 수익률은 연 13~40% 정도. 다른 보험상품이 연 5%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이런 까닭에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국내 어떤 보험사에서도 변액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 설계사들이 제시하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수익을 미끼로 한 보험료 횡령 사기는 잇따르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밝혀졌다.소비자보호연맹은 지난 12일 보험료횡령사기에 대한 피해사례를 공개하며,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서울 월곡동에 사는 이모씨(49ㆍ여)와 정모씨(44ㆍ여)등 10여 명은 최근 M생명에서 출시된  ‘마이펀드변액유니버셜보험’에 가입했다. 이 회사 보험설계사 김모씨(38ㆍ여)가 이들에게 “연 40%대의 고수익펀드 상품”이고 “각각 월 400여만원과 200여만원의 이후 목돈을 추가납입하면 보험수익도 늘어난다”는 판촉자료를 내밀었는데 이를 의심없이 곧이곧대로 믿었던 것이다. 보험설계사는 또 “자기 몫의 수당을 매월 300~400만원 리베이트로 줄 수 있다”는 말로도 이들을 현혹했다.‘이보다 더 좋은 혜택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이들은 영수증 없이 청약서만 받고 각각 1~2억원을 추가납입보험료로 설계사 개인통장으로 입금하고, 매월 수백만원씩 수당을 리베이트로 지급받았다. 생각보다 수익이 늘자 이들은 가족들의 돈과 아파트담보대출까지 받아 계속해서 더 큰 금액을 추가로 보험설계사에게 건네주고 다른 사람들도 끌어들였다. 결국 보험설계사는 십수명의 피해자들에게 보험료 10억여원을 끌어 모은 후 달아났다.신월동에 사는 김모씨(33ㆍ남)와 박모씨(31ㆍ남)는 ‘고액을 버는’ 의사다. 그렇지만 이들도 고수익이라는 말에 현혹됐고, 이들은 보험설계사가 아닌 대리점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김씨와 박씨는 S생명의 대리점주로부터 연 12.8% 2년형(실제는 공시이율 4.8%이며, 2년형 상품은 없음)고수익이라며, 일시납부하는 형태의 ‘해피라이프재테크보험Ⅱ’에 가입할 것을 권유받아 보험청약서사본을 받았다. 예치증서를 공증까지 받아 놓은 두 사람은 2억5천만원을 대리점주통장으로 입금했다. 영수증을 공증까지 받아 놓아 안심했으나 대리점주는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도 같은 수법으로 고액의 보험료 40여억원을 모집한 후 보험회사에 입금도 하지 않고 모두 챙겨 도주하였다.가입자들에게 보험료를 수십억원씩 챙겨 모은 뒤 달아나는 신종 보험사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금감원에 따르면 변액보험사기는 지난해 90여건이었다가 올해 9월까지 110여건으로 증가추세다. 하지만 먹고 튀어버린 사례는 이번에 보험연맹을 통해 밝혀졌을 뿐, 구체적인 통계치는 아직까지 밝혀진 것은 없다.해당 보험사는 보험료횡령사기 피해자가 보험사에 피해를 호소해도 경찰에 고발할 뿐, 횡령 설계사가 체포 구속되어 법적인 판결 결과를 지켜 본 후 이에 따르겠다며, 책임을 지지 않고 뒤로 빠지며 ‘나몰라라’ 하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M생명의 한 관계자는 “마이펀드변액유니버셜보험이라는 보험 상품은 있지만 국내 보험회사 어디에도 연 40%라는 허무맹랑한 이율은 없다”며 피해자들의 부주의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당 보험설계사는 회사와 12월 1일(사건이 발생 한 후)부로 해촉했고 보험 설계사는 원래 개인소득사업자이기 때문에 회사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사정은 S생명도 마찬가지. S생명 한 관계자는 “영수증을 공증까지 받아놨다고 하는데 그 영수증은 회사가 발행한 영수증이 아닌 개인 간의 영수증이기 때문에 회사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법인대리점은 회사와 독립되어 있는 관계인데다가 이미 법인대리점과의 일체 관계를 끊었다”며 “수배중인 피의자가 붙잡힌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에게 보상여부는 재판 결과가 나오는데 따르겠다”며 보상 여부에 대해 답변을 피했다.S생명의 경우 특히 문제가 되는 대목은 “고액의 보험료 40여억원을 모집한 후 보험회사에 입금도 하지 않고 모두 챙겨 도주했다”는 보험소비자연맹측의 주장인데, 이는 자칫 S생명의 공신력에 대한 문제로 논란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S생명측은 이에 대해 “보험소비자연맹에서 발표한 40여억원 중 일부만이 S생명에 해당되고 나머지 금액은 K사, T사, H사 등을 합산한 것이다”며 “보험소비자연맹에 항의 중”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보험소비자연맹측 주장은 다르다. 보험소비자연맹 한 관계자는 “보도 자료에 나온 40여억원은 모두 S생명에 해당된다”고 S생명측의 주장을 일축하며, “보소원에 들어온 신한생명 보험사기 피해 관련 민원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라고 밝혔다.한편, 보험소비자연맹의 조연행 국장은 최근 늘고 있는 보험 사기와 관련 “보험설계사의 신분은 보험회사에 귀속된 근로자가 아니고 개인소득사업자”라며 “따라서 보험회사가 공식적으로 책임 질 수 있는 자료 없이 보험설계사의 고수익으로 유혹하는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 발생되는 보험료횡령사고는 보험회사가 쉽게 책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조 국장은 이어 “통상의 내용과 다른 특혜를 제시한다거나 의심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소비자들은 먼저 보험회사에 정확히 확인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연맹은 이에 따라 ▲고수익 미끼에 현혹되지 말 것 ▲회사에서 발행한 안내서류와 영수증만을 믿을 것 ▲보험회사 계좌로만 입금할 것 ▲계약사항을 확인할 것 등을 소비자들에게 당부했다.

다음은  변액보험료 횡령사기 방지를 위해 보험소비자연맹이 발표한 소비자 5대 대처요령.

▲ 고수익 미끼에 현혹되지 마라!
사기의 전형적인 유형은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데 특별히 혜택을 주니 이런 시회를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납입하는 금액이 고액일 경우 별도의 리베이트를 제공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믿게 하고 추후 더 큰 금액 납입을 요구하므로 절대 별도 고수익 보장이나 리베이트를 제공하겠다는 고수익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 회사 발행 안내서류만 믿어라!
보험설계사가 만든 판매 자료나 구두 설명은 모두 법적인 효력이 없으므로 회사가 만든 안내장, 가입설계서, 운용설명서 등만 믿고, 개별적으로 만든 고수익율을 제시하는 안내장이나 구두설명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으므로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 회사발행 영수증을 받아라!
보험계약 청약서는 영수증이 아니다. 보험 계약시 작성하는 청약서는 회사발행 양식이라 하더라도 보험료 납입영수증이 아니다. 부득이 보험료를 보험설계사에게 현금으로 줄 때에는 즉시 청약서외에 반드시 보험회사 대표이사 직인이 찍힌 회사 발행 영수증을 받아야 한다.

▲ 보험회사 계좌로 입금해라!
보험료를 무통장으로 입금시에는 반드시 회사명의의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변액보험료를 추가 납입할 경우에는 추가납입요청서를 작성하고 기존의 자동이체 통장에서 인출하거나, 방문하여 직접 납입하고 영수증을 교부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외 부득이하게 무통장입금을 할 경우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 개인 통장이 아닌 공식적인 보험회사명의의 통장으로 입금해야 한다. 만약 개인통장으로 입금했을 경우 즉시 공식적인 회사영수증을 받아야 한다.

▲ 계약사항을 확인하라!
정식적인 절차를 거쳐 보험료를 납입했다 하더라도 가입당시 설명 받은 대로 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증권, 영수증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미심쩍으면 보험회사에 직접 연락하여 입금여부를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