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정비사업과 감정평가

2018-03-06     이종무 기자
[매일일보 이종무 기자] 필자는 최근 대형 법인 생활을 청산하고 감정평가사 개인사무소를 오픈했다. 감정평가사사무소와 함께 행정사사무소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관계로 주로 토지수용이나 손실보상 컨설팅에 관한 문의가 많은 편이다. 토지수용과 손실보상 분야의 컨설팅을 의뢰 받다보면 최근 공익사업 동향이나 지역별 부동산 경기 수준에 대한 가늠이 어느 정도 되는 편이다.최근 문의가 많은 분야는 단연 재개발구역이나 재정비촉진지구, 도시환경정비구역 등 도시정비사업과 관련된 문의다.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어느 정도 경기 후행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조합의 사업 진행 속도가 경기 사이클과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조합원들의 사업 진행에 관한 의사결정과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부동산 호황기에 사업 진행을 결정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경기의 정점을 지난 이후 관리처분 등 사업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을 해야 할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도 많다.최근 도시정비사업 관련 문의사항 가운데 현금청산에 관한 문의사항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 타당성 있는 가설이라고 판단된다.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감정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감정평가를 통해 개발 전 종전자산과 개발 후 종후자산 가치를 평가·추정하고, 이를 사업비와 함께 고려하면 비례율이란 것이 산출되고 종전자산 가격에 이 비례율을 곱하면 조합원들의 권리가격이 산출된다.종후자산평가액과 권리가격의 차이가 바로 조합원이 분양 받을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한 추가분담금이 된다.앞서 언급한대로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감정평가 중 처음 받게 되는 것이 종전자산 감정평가다. 종전자산 감정평가 결과 산출된 추가분담금 등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조합원이 아닌 구역 내 권리 소유자들의 경우 현금청산을 선택하게 된다. 이때 조합에서는 현금청산자를 대상으로 현금청산 목적의 감정평가를 실시한다. 현금청산 감정평가 결과 책정된 감정평가금액으로 조합과 소유자는 계약체결 여부를 협의하고, 현금청산 감정평가 결과 역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강제취득절차에 돌입하게 된다.현금청산까지가 철저하게 조합과 소유자 간 사법상 관계였다면 이후에는 수용절차가 준용돼 조합이 사업인정을 받은 사업시행자의 지위에 서서 현금청산 대상자의 재산권을 강제취득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강제취득 절차는 ‘재결’이라는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재결 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 또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감정평가협회의 추천을 받은 2인의 감정평가사를 선임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에서 현금청산 대상 자산에 대한 재감정평가를 시행한다.종전자산 감정평가는 여러 가지 역학관계와 사업 진행상 이유, 개발이익배제의 원칙 등 공법상 사유 등으로 인해 조합원과 권리 소유자들이 체감하는 시세보다 현저히 낮게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감정평가사들은 철저히 법령에 입각해 공정하게 평가를 하려고 노력했을 것이고, 낮은 가격으로 평가를 한 것에 대한 데이터 측면의 근거를 충분히 갖고 있을 것이다.다만 현금청산이나 재결 감정평가는 종전자산 감정평가와는 평가 목적과 성격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권리 소유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금액이 책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올해 부동산시장의 시계는 다소 불투명한 상태다. 지금처럼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과 관련된 문의가 필자에게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사업성을 충분히 갖춘 일부 사업 구역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구역의 경우 사업의 성패는 시간과의 싸움에 달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