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빅3 ‘백기투항’…배턴 넘겨받은 금감원 딜레마

‘명분’ 때문에 징계 조절 쉽지 않아
“징계 수위 낮추고 다른 제재 모색해야”

2018-03-06     김형규 기자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한화생명마저 손을 들었다.지난 3일 한화생명은 정기이사회에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 안건’을 긴급 상정하고 전액 지급키로 의결했다.이로써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뤄왔던 이른바 ‘생명보험 Big3’는 모두 금융감독원에 투항했다.이제 공은 금감원에게 넘어왔다. 그런데 금감원 입장에서는 그게 고민이다. 당장 징계 수위를 조절해야하기 때문이다.금감원은 지난달 23일 삼성·한화·교보생명에 각각 3, 2, 1개월의 영업 일부 정지라는 중징계와 함께 대표에게는 ‘문책 경고’(삼성·한화)와 ‘주의적 경고’(교보)를 내리기로 했다.금감원이 교보생명에게만 상대적으로 약한 징계를 내린 것은 교보생명이 금감원 제재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상대적으로 중한 징계를 받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지난 2일과 3일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카드를 부랴부랴 내밀었다. 하지만 그들의 결정은 ‘소비자 보호 및 신뢰 회복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는 대외적 이유 외에 ‘대표이사 사수’라는 대내적 이유가 있었다.금감원에서는 보험사 빅2에 해당하는 이들의 징계 수위에 여러모로 고민이다.‘명분’ 때문이다. 제재심의를 재개한다면 부정적 여론이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징계가 이미 내려졌는데 전액지급을 결정했다고 제재를 낮추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징계가 조절된다해도 전체 보험사에 자살도 재해사망으로 인정해 일반사망보험금의 2배 이상을 받도록 약관에 명시된 보험 240만건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제제위의 결정으로 보험사는 약관대로 일반사망보험금의 두 배를 자살보험금으로 지급해야한다. 본의 아니게 자살을 부추기는 꼴이 돼버린다.징계 수위 조절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면서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며 내부에게 결정이 완료되면 금융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시할 것”이라고 전했다.당초 한 두달이면 끝날 것이라는 징계 공시가 더 늦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빨리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해법 풀기가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이들의 징계 수위를 낮추고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자살 방지를 위한 기금 출연 확대 등 보험계약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회복에 집중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