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제는 헌재 판결 그 이후를 준비하자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대한민국 사회가 총체적 위기에 표류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로 국가의 최고 권력은 3개월 넘게 공백상태다. 탄핵정국 속에서 국민들은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어 극한의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러한 대치는 극에 달하고 있다.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를 보는 듯하다.
탄핵 찬성과 반대 등 정치적, 철학적, 사회적, 법률적 판단은 차치하고 심각한 국론 분열 양상으로 치닫는 상황은 국가의 미래를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많은 지도층과 전문가들은 탄핵 판결 이후를 더 걱정하고 있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국가와 사회에 커다란 후폭풍을 불러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광장으로 나온 정치인과 변호사들의 언행은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론을 선동해 어떤 행태로든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판결 이후의 정국을 끌어가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말구’ 식 선동이 판치는 상황은 작금의 정국을 더욱 혼란스럽게만 할 뿐이다. 더욱이 증거와 법리로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투어야 할 변호사들이 광장에서 과격하고 무책임한 말을 쏟아내는 것은 옳지 않다. 어느 변호사가 재판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광장으로 뛰쳐나와 재판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경우가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단들의 광장 선동은 취임 초기부터 엄격한 ‘법치주의’를 강조해온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과도 배치된다. 박 대통령의 법치주의가 국민에게만 적용되고 자신은 법 위에 군림하는 초헌법적 존재를 의미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거부하자는 대목에서는 과연 이들이 변호사이기 이전에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맞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과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는 의미다.
또한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단에 영향력을 미치려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인 삼권분립정신에도 어긋난다. 행정, 입법, 사법은 국가를 이루는 3대 권력으로 서로의 탈선과 부패를 감시하고 예방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어느 곳에 힘을 더 싣지 않고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해왔다.
이번 사태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며 서민들의 삶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한국경제를 떠받히고 있는 주요 그룹들은 줄줄이 청문회에 불려나오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검의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으로 더욱 몸을 움츠리고 있다.
그 여파로 소비와 고용이 줄면서 서민 경제가 직격탄을 맞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하루라도 빨리 탄핵정국에서 벗어나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지금은 탄핵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조용히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지켜볼 일이다. 설사 자신의 가치관과는 부합하지 않는 판결이 나오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