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 에뮬레이터, 음지서 양지로 등장
2017-03-09 박효길 기자
[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세상 오래살고 볼 일이다. 게임 에뮬레이터가 음지에서 양지로 그것도 게임을 유통하는 회사에서 서비스한다니 말이다.카카오[035720]는 윈도우에서 안드로이드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게임 에뮬레이터 ‘별앱플레이어’를 최근 선보였다. 별앱플레이어는 같은 기능의 앱플레이어 녹스(NOX)의 개발사와 카카오가 손잡고 개발했다. 별앱플레이어를 이용하면 기존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벗어나 모니터나 대형TV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이게 뭐 대단하냐 싶겠지만 과거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플레이스테이션(PS) 비디오게임 에뮬레이터 ‘블림(bleem)’ 등을 즐겨왔던 세대라면 ‘격세지감’이라는 기자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흉내내는 것’이란 뜻을 가진 에뮬레이터는 한 플랫폼에서 구동되는 프로그램을 다른 플랫폼에서도 구동되게 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블림은 비디오게임을 PS라는 게임기가 아닌 윈도우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이에 비디오게임기, 게임소프트 등을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 게임 플랫폼사, 게임사는 블림을 달가워 하지 않았다. 그래서 법적 분쟁까지 번졌고 게임 에뮬레이터를 즐기는 게이머는 음지에서 몰래 즐겨야 했다. 결국 법적으로 에뮬레이터의 제작, 유통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그 구동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복제, 유통은 불법이라고 판결났다.게임 에뮬레이터를 이용하는 이용자 100%가 소프트웨어를 정식으로 구매하고 즐겼다고 말할 수 없지만 정품을 구매하고 게임 에뮬레이터를 쓰는 이용자까지도 이를 숨겨야 한다는 것은 답답한 일이었다.게임도 시대가 흘러 무료이용(F2P), 인앱결제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게 되자 게임 에뮬레이터도 양지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스마트폰으로 안드로이드 마켓 구글플레이에서 구매하거나 게임 내에서 결제하면 스마트폰에서 하든, PC에서 하든 게임사, 플랫폼사에서 가져가는 이익의 차이는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별앱플레이어의 등장은 작은 스마트폰 화면 크기, 특히 터치방식 조작이 답답했던 이용자라면 적극 환영할 일이다.그러나 게임하면 ‘중독’을 연상하는 한국에서, 전 세계 유래가 없는 ‘셧다운제’를 시행하는 한국에서, 게임 에뮬레이터가 양지로 올라왔듯 게임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도 하루빨리 좋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