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의 발언은 막말정치의 결정판”
황진하 의원 “복무기간 단축은 맞지만…대통령이 TV 탈렌트냐?”
2007-12-31 최봉석 기자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병역복무기간 추가 단축검토 발언’ 등을 포함한 노무현 대통령의 ‘군대관(觀)’에 대해 “막말 정치의 결정판이고, 대통령의 위치를 망각한 망언이자 괴변”이라고 지난 달 27일 말했다.그는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소신은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국방, 가용병력자원, 재정적 문제 등 3박자가 맞은 후 총체적인 검토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지,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아무렇게나 접근하면 안된다”고 말했다.그는 노 대통령의 군복무기간 단축 발언과 관련, “대선을 겨냥해 포퓰리즘을 접근하며 표 사냥을 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탈렌트냐”고 꼬집었다. 비판의 시작점을 노무현 대통령에 놓고, 안보와 국방이라는 노선에서 노 대통령에게 최악의 점수를 매긴 셈이다.한나라당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선점 때문에 반발하는게 아니”라며 “그런 비판은 졸렬한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발언 뒤 무척 바빠졌다”고 했다. 그의 의견을 듣기 위해 빗발치는 전화 때문이다.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그는 UN평화유지군 사령관과 주미 국방무관을 역임한 바 있는 국회 내 대표적인 ‘국방전문가’다. 성탄절 이틀 뒤인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황 의원과의 대화는 군복무 기간을 화두로 시작됐다.-군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정치권의 찬반 논란을 떠나, ‘복무 기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나는 평생을 군에 몸담았다. 개인적인 소신은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게 맞다. 그러나 복무기간이라는 것은 국가차원에서 ‘국방’, 개인차원에서 ‘진로’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안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무렇게나 접근하면 안된다.-여러가지 방안이라는 게 뭔가.▲국방을 위해 가용자원도 있어야 하고, 복무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만큼 재정적인 면도 튼튼해야 한다. 그러니까 국방, 가용병력자원, 재정적인 문제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이런걸 검토해서 접점을 찾는게 낫다. 유엔 사령관 시절에 타국 군대를 지휘해봤는데 외국도 복무기간이 적더라. 물론 우리나라는 북한이라는 위험의 실체가 있지만, 안보상황이 나아지면 복무기간 조정은 가능하고 본다.-그렇다면 복무기간 단축은 어느 정도가 괜찮다고 보는가.▲ 2년 미만에서 1년 반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대통령의 군복무기간 단축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유별난 것 같다. 대선을 겨냥해 포퓰리즘으로 접근해 표 사냥을 하고 있는 것이 맞다. 노 대통령이 탈렌트냐.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진정성과 순수성이 있더라도 의도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다.-군 원로들도 성명을 통해 국방의 의무를 폄훼한 대통령의 발언을 맹비난 했다.▲민주평통 자리에서 대선 연설하듯이 왜 그런(‘군대=썩는 곳’) 얘기를 쏟아내는지 알 수 없다. 그게 정치성이 있는 언사가 아닌가. 오해를 하고 있다고 반박하는데 대통령의 발언은 진실이다.-안보를 우선시하는 한나라당의 반발이 우선 거세다. 그러나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한나라당이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하는 지적도 나온다.▲군관련 문제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가 군복무 기간 이슈를 선점했기 때문에 반발하는 건 절대 아니다. 인기영합식으로 정치적 접근을 하기 때문에 개탄하고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머리를 맞대야 하고 그게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런 지적은 졸렬한 비판이라고 본다.-군복무기간과 관련해 한나라당 당론은 정해졌나. 아직까지 명확한 당론을 정하지 못한 분위기던데.▲지금 검토 중이다. 지난 4월과 5월에는 모병제가 가능한지 토론회도 열었고, 연구도 꾸준히 하고 있으며 공약사업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내부적으로 논의와 함께 검토도 한창이다. 사병기간 단축, 모병제 문제, 국방개혁 등과 관련해서는 당론이 확정된 상태만 아닐 뿐,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견은 일치된 상태다.-모병제 얘기가 나와서 드리는 질문인데, 현재 6개월 단축설, 4개월 단축설, 모병제설, 단계적 모병제 전환설 등 구구한 설이 제기되고 있다.▲전반적인 모병제 실시는 아직 어렵다. 모병제의 전단계인 지원병제는 이미 해군, 공군, 해병대에 대한 지원제를 통해 이미 실시하고 있다. 육군도 각종 주특기는 지원병제를 도입하고 있다. 모병제는 그러나 헌법부터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으며 특히 엄청난 예산소요가 들어갈 것이다. 또한 어느 정도 혜택과 급여를 줘야 하는지, 군이 필요로 하는 인원만큼 군복무를 지원할 것인지 등에 대해 많은 검토를 해야 한다.-유급지원병제도 대안으로 나오더라.▲유급지원병제는 당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많다. ‘얼마를 줘야 하나’와 같은 초임에 대한 임금설정 기준 등이 그렇다. 2020년까지 2만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확정된 것은 아니고, 이제부터 논의를 새롭게 해봐야 한다.-군비하발언, 군복무기간 단축 발언 등 최근 안보와 관련된 여러 가지 폭탄성 발언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국방위 소속으로서 이런 일련의 흐름을 평가한다면.▲막말정치의 결정판이며 망언이자 괴변이다. 대통령의 위치를 망각한 것이 아닌가. 막가파 발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과 국군장병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