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한국 사회, 말귀 안 통해 어렵다”

2일 청와대브리핑 통해, 구랍 28일 오찬 연설 내용 밝혀

2008-01-02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서의 소통 구조와 관련해 "저는 '대화'를 말하지만 그것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대화와 타협이 어렵다. 말귀가 서로 안 통하는 것이 요즘 너무 많다"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청와대는 2일 청와대브리핑에 '소비자주권의 시대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노 대통령의 12월 28일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 연설 중 이같은 내용이 있었다'며 상세 내용을 밝혔다.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올라온 연설 내용은 구랍 28일 오찬 직후 알려진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진보의 획기적 동력은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 '군사독재 넘어' '특권 유착구조 및 기득권 해체' △민주주의의 향후 과제 1~5 등으로 상세히 나뉜다. 특히 노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 부분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느꼈던 고충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대미.대북관과 관련한 일각의 지적에 "'너 왜 반미 안하냐''너 왜 반북 안하냐'라고 질문하는 이들이 있다"며 "반미를 하고 안하고 할 것 없이 적어도 자주독립 국가로서 낯 뜨겁지 않을 수준의 자주를 갖춰야 한다. 자주.균형외교와 점진적 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너 어느 편이냐'하는 식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좀 어렵다"며 "가끔 제왕론에 근거한 조언들이 많아서 참 괴로울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저더러 말을 줄이라고 한다. 방송뉴스를 봤더니 대통령이 말이 많다고 한다"며 "그렇다.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 정치를 한다. 제왕은 말이 필요없다. 권력과 위엄이 필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예를 든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말 못하는 지도자는 절대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며 "물론 (그들이)말만 잘한 건 아니다. 그런 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적 능력과 사고력.철학의 세계가 있으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은 "말로 토론하고 성장하고 선거하는 것"이라면서 "제가 선거할 때 말 못하게 했으면 어떻게 (대통령이)됐겠나. 대통령에 당선된 그 날 입을 딱 다물어버립니까.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수단 가운데 중요한 것이 인사권과 말 아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말)그 속에서 정치가 이뤄지는 것인데 말을 줄이라고 한다. 합당한 요구가 아니다"며 "환경이 이렇다 보니 부득이 저도 온몸으로 소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온몸으로 소통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소비자주권 실현과 시민역량 강화를 이야기하면서 당을 향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고통스러운 실험을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공직에 출마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이 모여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간당원제도를 만들었다"며 "그런데 당원협의회가 그 권한을 갖는 순간 경우에 따라 스스로 권력이 돼 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또 "기본 인자들이 상향식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지금의 정치는 많은 견제와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노 대통령은 앞서 말한 '사회적 자본'과 관련해 "지금 중요한 것은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축적해 갈 것이냐 하는 것"이라면서 "역량을 총집중해서 어느 정도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면 마지막으로 2050년쯤이면 소비자가 주권자가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