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소통의 힘은 가장 값진 자산”
[매일일보]우리는 사회적 탈진을 겪고 있다. 가난했던 시절을 벗어나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시대지만,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사회 풍조로 인해 생기는 병폐가 많은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사건 사고, 편 가르기의 연속, 이해득실 따지기에 지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마음이 닫히니 대화가 단절되고 집단 탈진은 집단 일탈을 불러오는 것이다.
‘소통의 대광장’으로 불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SNS 밖에서는 자기 자신을 조금만 낮추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안타까운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피상적인 소통이 범람하는 시대에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필자는 최근 동정보고회를 통해 9일 동안 주민들과 직접적인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열리는 이 행사는 구정 운영에 대한 구민들의 소중한 의견을 현장에서 여과 없이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올해도 14개 동을 순회하며 들었던 구민들의 세상사는 이야기, 생활 불편, 구정에 대한 궁금증, 억울한 사연, 쓴소리 등은 올 한해 구정을 운영하는 데 값진 자산이자 큰 버팀목이 될 것이다.
필자는 19년 전 민선2기 취임 당시에도 열린 구정을 실현하기 위해 구청사 담장을 허물고 25개 자치구 중 최초로 구청장실 바로 옆에 직소민원실을 설치했다. 주민들의 고충을 귀담아 듣고 억울한 사연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였다.
구민들도 이런 마음을 알아준 것일까. 처음보다 많이 줄었지만 주차위반 단속에 대한 불만부터 재건축과 재개발로 인한 민원 등 현재까지도 수많은 사연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찾는 직소민원실에서는 동대문구민들의 희로애락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답십리동 111번지 일대 대로를 사이에 두고 인근 재개발 단지와 맞닿은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임대 아파트 건축이 일조권을 침해하는 등 피해가 생긴다는 것이다.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의 불편도 불편이지만 임대 아파트 건축 설계는 이미 바꿀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날이 갈수록 갈등이 심화됐다. 조합 측과 민원인들의 대립은 첨예했다.
결국 직접 중재에 나섰다. 여러 차례에 걸쳐 주민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주민 보상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옹벽 높이를 2.35m 이하로 조정하는 등 합의점을 만들어 갔다.
설계 변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함과 동시에 주민들이 느낄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던 주민들도 진솔한 대화를 통해 마음을 열었다.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열병에 버금갈 사회적 통증을 앓는 희한한 시대를 치유할 약은 무엇일까. 필자는 결국 진정한 소통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화하는 과정에서 서로 부딪히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생긴다. 소통의 힘은 구청장으로서 구민을 위해 일하며 체득한 가장 값진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