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권리금보다 보증금이 더 많이 떨어져
점포 평균 매매가, 3년 새 14.83% 하락…보증금은 23.42% 추락
2010-08-24 허영주 기자
점포거래 전문기업 점포라인이 지난 2007년 1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자사 DB에 등록된 점포매물 8만7260개를 함께 조사한 결과 점포시세는 2007년 1억6000만원 선에서 2010년 8월 초 현재 1억4700만원 선까지 1300만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2007년 매물(1만8860개)의 면적 1㎡당 평균 매매가는 113만8736원. 그러나 3년 반이 지난 8월 초 현재, 매물(1만5625개)의 1㎡당 평균 매매가는 96만9880원으로 14.83%(16만8856원) 감소했다.
분야별로 보면 권리금보다는 보증금 하락률이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2007년 평균 보증금은 36만9705원(1㎡ 기준)에 달했다. 그러나 2010년에는 28만3112원으로 23.42%(8만6594원)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권리금은 76만9101원에서 68만6703원(1㎡ 기준) 내려 10.71%(8만2398원) 내리는 데 그쳤다. 보증금과 권리금의 하락금액이 비슷함에도 보증금 하락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자영업자 간 점포거래 시 보증금보다 권리금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다.
시세하락 추세는 자영업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서울지역 점포의 평균 매매가는 2007년 1억6447만원. 그러나 2010년에는 1억5024만원으로 1423만원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1㎡ 기준 금액별 변동 추이를 보면 평균 보증금은 38만9213원에서 30만2647원으로 8만6566원(-22.24%) 내렸고 권리금도 82만4246원에서 73만148원으로 9만4098원(-11.42%) 떨어졌다.
이처럼 자영업자 간 거래되는 점포거래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아질 줄 모르는 서민경기 상황과 권리금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관점이 변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간 점포 거래 시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해당 점포의 수익성. 이들 점포 대부분은 음식점 및 PC방, 소매점 등 서민경기와 밀접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데 서민들의 지출이 계속 줄고 있어 매출과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거래가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권리금을 형성하는 3가지 요소(바닥, 영업, 시설) 중 바닥 권리금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점도 주효한 것으로 관측된다.
바닥 권리금은 주로 점포가 속한 상권의 위상을 반영하는데 최근 경향을 보면 기존 유력상권이 쇠퇴하고 신흥 상권이 부상하는 등 상권의 위상 자체가 항구적이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신촌 상권이다. 신촌은 10년 전인 2000년대 초만 해도 서울 서북부 상권 중에서는 최고였고 지금도 번화하지만 최근에는 인접한 홍대입구 상권에 밀리는 모습.
점포라인 정대홍 팀장은 “신촌은 연세대 등 인접한 대학교 학생들의 통학로 기능뿐만 아니라 당시 대학문화를 대변하는 지역으로까지 부상했지만 이후 10년 간 문화와 소비패턴이 변하면서 조락을 피하지 못했다”며 “신촌에 이어 홍대상권이 최고 상권의 바통을 이은 것은 이 지역이 예전의 신촌처럼 최신 문화의 메카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바닥 권리금을 지불하려는 자영업자들은 좀체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사업하는 동안 상권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모험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설 및 영업 권리에 대해서는 쉽게 긍정하지만 바닥 권리까지 인정하는 사례는 줄고 있다.
정 팀장은 “바닥 권리금이 빠지는 만큼 평균 권리금도 내려갈 수밖에 없고 이 같은 기조는 강남역, 대학로, 명동 등 서울 핵심 상권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