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불렀더니 ‘미모의 여대생이?’

과도한 성매매 단속과 업계 불황으로 ‘新 섹시 대리운전’ 반짝 등장

2007-01-03     김종국 기자

연말연시 대리운전업계가 ‘대목특수’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신종 성매매로 분류되는 섹시ㆍ미시ㆍ여대생 대리운전이 등장해 황당한 에피소드가 속출하고 있다. 만취한 중년남성들이 자차에 꽂힌 야시시한 대리운전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어 대리운전을 신청했더니 여성 대리기사가 ‘나가요 걸’로 둔갑해 흥정을 걸어 왔다는 것이다.

유흥업계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현상을 ‘과도한 성매매 단속으로 인한 역 효과’로 진단한다. 말하자면 2004년 9월, 정부의 대대적인 매춘업계 방역작업이 결과적으로 오갈 곳 없는 직업여성들을 더욱 음지로 끌어내려 다종다양한 매춘 유형을 선택ㆍ고안하도록 종용했다는 것이다.

가까운 실례로 주택가에서의 호출 마사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대딸방, 특별한 마사지로 정평 난 남성휴게텔, 속옷만 걸친 비키니 바, 성인 PC방 등이 있다.

게다가 주민등록증과 2종 보통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입문할 수 있는 곳이 대리운전의 세계이다. <매일일보>이 섹시 대리운전의 세계로 잠입을 시도했다.

여대생 손짓 발짓에, 남성들 지갑 통째로 내놔

국내 대리운전의 첫 등장은 지난 80년대 후반, 경찰의 음주단속이 강화되면서 대리운전이 대중화됐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거기다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고 대량으로 실업자가 양산되면서 대리운전이 손쉬운 돈 벌이 수단으로 각광 받게 되자,  대리운전업체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05년 대리운전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대리운전 업체는 6천 7백여 개, 대리운전자는 8만 3천명을 육박하고 있다. 미등록 군소업자와 자가 영업자까지 합하면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여성대리운전자는 5% 정도로 5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업계 종사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자고 나면 또 생길 정도’로 대리운전업체는 개업과 폐업을 쉽게 반복하고 있어 구체적인 통계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대리운전업은 인허가 대상이 아닌 ‘자유업’으로 분류돼, 정부의 특별한 관리ㆍ감독을 받지 않을뿐더러 관계 법령도 제정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업계 종사자들은 ‘대리운전의 세계는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고 하나같이 꼬집었다.

1:1 대리운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사정이 이러하니 설사 섹시 대리운전, 여대생 대리운전의 타이틀을 달고 영업을 해도 단속과 적발로 이어질 리 만무하다.
이러한 와중에 서울과 인천, 수원 등 수도권에서는 돈을 노린 일부 대리운전 여성기사가 성매매 흥정에 나섰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전해지고 있다.

인천 주안에 살고 있는 안모(31)씨는 직장 내에서 자칭 타칭 술상무로 통한다. 최근엔 크리스마스다, 종무식이다, 신정이다, 이래저래 술자리가 늘어났다. 당연히 자차(自車)가 있어도 손수 운전하는 날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다.

그런데 지난 달 29일 새벽 2시께 그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 바로 입소문만 횡행하던 섹시 대리운전 기사를 만난 것이다. 이날도 종무식을 마치고 3차까지 이어진 술자리로 파김치가 된 그는 여느 때와 같이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명함 크기의 광고전단에는 ‘미인 대리운전 기사 항시 대기’, ‘특별한 서비스로 최고의 만족’과 같은 문구가 핸드폰 번호와 함께 새겨져 있었다. 게다가 만취한 안씨의 뇌리에 선명히 남을 만한 야한 사진 두 컷이 명함 앞뒤로 박혀 있었다.    

“앞자리 번호가 핸드폰 번호로 시작돼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안씨의 설명이다.
그래도 영등포에서 주안까지, 갈 길이 먼 안씨는 다이얼 버튼을 누르고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렸다. 10분이 지났을까, 추운 날씨에도 짧은 치마 차림으로 나타난 여성 기사는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차 키를 넘겨받은 그녀는 인천 쪽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술기운이 올라와 속도 좋지 않고 피곤한 안씨는 안심하고 그대로 선잠을 청했다. 한참 후 여성 기사는 안씨를 깨웠다.

그녀는 “거의 다 와 가는데 좀 쉬었다 가는 게 어떻겠냐”고 야릇한 뉘앙스의 말을 안씨에게 건넸다. 집으로 가도 아무도 반겨줄 이 없는 안씨는 ‘이게 웬 떡인가’ 싶어 “그러자”고 응했다. 순간 안씨는 ‘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섹시 대리운전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카섹(카섹스)은 총알 6개(6만원)이고 장(모텔)으로 가면 팔 만발(8만원)이다. 어떻게 하겠냐”고 슬슬 ‘나가요 식’(업소 여성 스타일) 멘트를 날리기 시작했다. 

속내 드러내며 흥정시작

대부분의 술상무가 그렇듯이 안씨도 유흥 방면엔 선수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한다. 지갑에 현금이 없었던 안씨는 긴 밤을 보낼 수 있는 모텔 쪽을 택했다.
이에 대해 안씨는 “몇 마디 옥수수를 까다 보니까(대화를 해 보니) 딱 업소 출신 여성인 게 티가 나더라고요. 저도 안 가본 데가 없는데 대리운전 성매매는 또 처음이네요”라고 말했다.

그 날밤 이후로 안씨는 기왕이면 섹시 대리운전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쉽게 접할 수는 없었다는 후문이다. 안씨는 또 “섹시 대리운전 쪽은 아직 성업 단계는 아니지만 대딸방의 경우처럼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어디에도 통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률 전문가들은 “설사 카섹스 현장이 발각되었다고 해도, 요즘 같은 자유연애시대에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성행위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오히려 피의자들로부터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역공격 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경찰 관계자도 “성매매 대리운전으로 경찰에 기소된 것도 아직 없고, 과다노출이나 성행위 장면이 목격됐다고 하더라도 경범죄 수준의 과태료를 무는 게 고작일 것”이라며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기자는 성매매 대리운전을 한다고 소문이 난 서울 강남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새벽 1시 30분 경, 강남의 A동과 S동 일대를 차례로 오가며 고급승용차 유리창에 꽂힌 갖가지 전단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는 ‘여대생 대리 운전’이란 컬러풀한 광고 문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속을 염두에 둔 까닭인지 역시 대포폰(타인의 명의로 된 전화) 형식으로 개인 핸드폰 번호가 적혀있었다.  

손님을 가장해 기자는 대리운전을 신청하고 약 5분 후에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기사를 만날 수 있었다. 자차가 없었던 기자는 어렵게 K모양(28)을 설득해 10여분 가량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단, 카메라와 녹음기, 취재수첩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다는 조건이었다.

현직 K양, "돈 필요해도, 진상 만나면 운전에만 충실" "봉사료 따로, 대리비 따로"

다음은 K양과의 일문일답이다.

-어떻게 대리운전을 하면서 이 일(성매매)을 하게 됐나.
△요즘 유흥업계가 하도 불황이다 보니, 별 걸 다하는 추세다. 운전만 대신해 줄 뿐이지 ‘콜 걸(call girl)’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들하고 다른 게 없다.

-대리운전업체들이 상당히 많은데 어떤 방법으로 손님을 모으나.
△일반 대리업체들이 광고 전단지를 워낙 대량으로 살포하다 보니, 우리는 차별화된 문구와 명함스타일로 만들어 일일이 차량에다 꽂는 방법으로 손님에게 다가간다. 물론 야한 사진도 빼놓지 않는다. 또 모르고 전화하는 손님들 때문에 공(空)치는 수가 있어서 그렇게 한다.

-그렇다면 그것(성매매)을 원하는 손님들이 대다수인가.
△이 일대 손님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콜 하는 손님들은 다 그걸 원해서 하는 경우다.

-서비스는 차에서 하나, 어디 다른 곳으로 가나, 혹 지정된 장소가 있나.
△차에서 하는 경우는 손이나 입으로 서비스한다. 서로 불편하기 때문에 풀 서비스는 웬만하면 모텔로 가서 한다. 다른 곳? 모텔 밖에 더 있나.

-화대(花代)는 대략 얼마정도인가.
△그건 비밀인데 (웃음) 손님과 서비스에 따라 다르다. 뭘 하든 기본은 7ㆍ8만원이다.

-서비스에 따라 다르다면 한 번에 수십만 원이 나올 수도 있나.
△어떤 사장님의 경우 50만원까지 나온 일도 있었다. 남자들 뭐 그런 거 있지 않나, 이거해 달라, 저거 해 달라.

-대리운전 비용도 따로 받나.
△물론이다. 그래서 한 대 당 10만 원 정도는 나온다.

-일반 여성 대리운전기사가 성매매 대리운전 때문에 오해를 받거나 피해를 보는 일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분들께는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느냐. 이해해 달라.

-일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어떤가.
△술 취한 남자 손님들을 완전히 1:1로 상대하다보니 힘들 때가 간혹 있다. 하지만 우리도 딱 봐서 진상이다 싶으면 운전만 하고 빨리 돌려보낸다.

단속 어렵지만, 적극적 제보 필요해

인터뷰를 마치고 또 다른 ‘콜’을 접수한 K양은 서둘러 빌딩 숲으로 사라졌다.
2007년 1월 현재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 포진해 있던 주요 집장촌은 단두대의 이슬처럼 철거 일로에 놓여있다. 게다가 정부는 집장촌 지역에 재개발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어 그 흔적마저 조만간 사라질 전망이다.

이에 질세라 각종 유사ㆍ변태 성행위를 옵션으로 한 성매매가 연일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속출하고 있다. 이제 성매매는 특정한 장소에 가서 하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게 유흥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바로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에서, 주택가에서, PC방에서, 비디오방에서, 노래방에서, 마사지센터에서, 휴게실에서, 승용차 안에서, 실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불법 성매매가 판을 치고 있다.

게다가 대포폰을 사용하고 사적으로 은밀히 밀애를 나누는 대리운전 수법의 변종 업태를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정부는 성매매 여성들이 단속을 피해 여러 가지 형태의 영업으로 빠지지 않게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대리운전을 통한 불법적 성매매에 대해서는 “양심적이고 적극적인 제보로 거래가 이뤄지기 전에 경찰에 알리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김종국 기자<jayzaykim@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