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역설’에 빠진 한국 중소기업들
양적 혁신역량 증대에도 부가가치생산성 하락세…한계기업의 구조조정 등 대책 시급
2018-03-15 변효선 기자
[매일일보 변효선 기자] 지난 10년간 중소기업에 ‘혁신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혁신의 역설(Innovation Paradox)은 연구개발 등 혁신활동을 해왔음에도 생산성이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15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10년간 중소기업의 구조변화와 정책과제’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에서 기술개발투자 실시 업체 수는 2004년 2만714개사에서 2014년 3만7823개사로 대폭 늘었다.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율 역시 같은 기간 0.89%에서 1.36%로 증가했으며, 기업부설연구소 수 또한 9387개에서 3만746개로 증가하는 등 지난 10년간 중소기업의 혁신역량은 획기적으로 증대됐다.정부도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R&D 및 정책자금 지원을 확대해오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종사자의 1인당 부 가가치 비중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동안 31% 수준에 머물렀다.특히 중소기업의 부가가치생산성 증가율은 2012년, 2013년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4년에도 부가가치생산성이 2011년 수준에 머물렀다. 혁신의 역설이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수출기반 취약과 창업기업의 질적 성장 둔화 등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이후 기술집약적이며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 창업기업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또 2012년 이후 창업 후 5년 생존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산업연구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한계기업 구조조정 △질 좋은 창업 △생산성 향상 대책 추진 등을 제안했다.산업연구원은 “중소기업의 구조고도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낮은 경쟁력 약화기업(한계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창업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창업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지식·기술집약적이면서 글로벌 지향적인 창업 △시장 의 자생력이 작동될 수 있는 창업인프라 구축 △창업-성장-재도전이 원활한 창업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또 “고비용-고위험의 창업에서 저비용-저위험의 창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창업자 수를 늘리는 양적 위주의 창업정책에서 향후 창업기업가의 역량을 배양해 창업기업의 생존율을 높여 질 좋은 창업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이와더불어 정부는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역량 및 R&D 지원방식을 재점검함과 아울러 중소기업 개발 기술의 사업화 성공률 제고방안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기술개발 단계뿐만 아니라 R&D 전·후 단계인 기획·사업화 단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기술사업화 전주기적 지원체제를 구축함과 동시에 기술사업화 생태계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산업연구원은 중소기업의 재무구조가 선진국 수준으로 양호한 상황에서 정부가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규모를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인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과거 중소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했을 당시의 정책자금 지원방식에서 △고성장기업 △가젤기업 △개발기술 사업화기업 등 글로벌 지향성이 높은 기업에 지원을 확대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제고하는 방향으로 정책자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내수 중심형 발전을 거듭해온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산업연구원은 이를 위해 △내수 중심형 유망중소기업의 수출기업화 △수출유망품목 발굴·육성△FTA 체결국가 대상 수출마케팅 지원 확대 △글로벌 서던벨트(Global Southern Belt) 지역으로의 수출 확대 방안 강구 등을 정부의 역할로 꼽았다.양현봉 산업연구원 박사는 “중소기업이 혁신의 역설에 빠질 우려가 있으므로 정부가 추진해온 R&D자금 지원 등 혁신역량 강화 대책 을 재점검하여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