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된 한전공사 시작 8년만에 진실드러나”
“아파트가 아니라 ‘폭탄’입니다. 한국전력이 삼각아파트 지하로 전력구 공사를 했기 때문에 언제 붕괴될지 몰라 하루하루 살기가 불안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불법으로 설계를 변경한 부분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공기업이 이래도 됩니까? 사유지인 아파트 밑을 관통하는 지하전력구는 철거돼야 합니다. 삼각 아파트 주민들이 한전을 상대로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1가 231-23일대 삼각아파트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삼각 아파트 입주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 삼각아파트 주민들은 지난달 21일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용산구 한남동에서 한강로1가를 관통하는 지하 전력구 공사 구간 가운데 일부 노선의 설계가 당초 노선과 달리 설계를 변경, 공사할 경우 주민들과의 합의를 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없이 공사를 진행했다는 점과 ▲설계 변경에 따른 불법 전력구 공사를 한 사실을 은폐했다는 점 등을 들어 지하 전력구 철거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남~원효간 전력구 공사는 한남 변전소와 삼각 변전소간의 전력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지난 97년 1월 사업에 들어가 2001년 준공됐다. 전력구 공사는 한국전력이 발주한 사업으로 일반경쟁입찰방식으로 SK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한전 “설계변경하면서 주민과 합의치 않았다”시인
아파트 입주민 “주민과 합의치 않은 사업은 불법, 철거하라”
한전측은 삼각 아파트 주민들의 주장처럼 설계를 변경, 불법으로 공사를 한 것 일까?취재 도중 서울전력구건설처 토목1부 관계자는 지난 달 29일 오전 매일일보을 방문, “설계변경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당초 노선대로 공사를 하기에는 지하철 삼각지역이 환승역이어서 지하로 더 깊게 들어가야 하는데다 이럴 경우 “위험하다”는 지하철 공사측의 입장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선을 변경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주민들과의 합의를 구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5명정도의 주민들은 현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초 설계는 한전측이 맡았지만 시공사가 선정되면서 지난 98년에서 99년 사이에 SK건설측이 설계변경을 요구했고, 한전측이 이를 확인하고 공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SK건설 당시 현장 소장 매일일보로 전화
“설계변경하고 주민동의 없이 공사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28일 지하전력구 공사에 참여, 당시 현장 소장을 맡았던 SK건설 송 모 소장은 매일일보로 전화를 해 “설계변경은 SK 건설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송 소장은 또 “설계변경은 당시 공사를 하다가 변경할 만한 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며 “설계변경에 따라 공사구간이 줄어 사업비가 줄어들긴 했지만 회사영리와는 관계없는 것이었다”고 밝혔다.송 소장은 이와함께 “4년정도의 공기중 2년정도 공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현장소장을 맡았기 때문에 세부적인 일은 모른다”면서도 “변경된 설계도는 한전의 승인을 받아 공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이날 전화는 서울전력구 건설처가 송 소장에게 전화해 “매일일보측에 연락, 당시 상황을 전달해 주라는 말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발주처와 시공사간의 모종의 ‘일’이 있었다는 의혹을 배제할 없는 상황이다. 풀리지 않은 의혹, 한전은 왜 주민합의없이 아파트 지하 전력구 공사했나?
서울시청 “아파트 지하 통과, 토지주와 사전협의 요구된다” 지자체 공문 반려
현재 입주민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한전측이 한전이 지하전력설비 설치 공사를 하면서 왜 주민들과의 합의없이 진행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한 의혹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수수께끼처럼 남아있다.삼각아파트 입주민들이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이유가 이같은 의혹을 풀기 위한 것이다.(가칭)삼각아파트 개발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이강욱)에 따르면 “한전측이 공사를 한 지하 전력구 공사는 아파트 지하를 관통토록 설계가 된 만큼, 지상에서 재산권을 행사하는 입주민들의 합의를 구한 상태에서 사업이 추진됐어야 하는 것”이라며 “지자체에서도 사유지인 아파트 지하를 통과토록 설계가 변경됐다면 입주민들의 합의 뒤 공사를 하라는 공문까지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실제로 추진위의 이같은 설명은 지난 98년 11월 20일 서울시청이 해당 지자체인 용산구청에 보낸 공문에서 공식 확인됐다.당시 서울시청은 용산구청에서 올린 ‘도시계획시설(전기공급설비) 변경 요청’에 대해 요청서를 반려했다. 서울시청이 지난 98년 11월 20일자로 용산구청에 내려 보낸 공문에서 크게 2가지 이유를 들어 반려했다.‘도시계획시설(전기공급설비)변경결정 요청서 반려’라는 제목의 공문에 따르면 “지난 96년 4월 15일 서울시 도시계획으로 결정한 용산구 한남동 685-2~한강로 1가 231-22간 지하전력 일부구간을 변경 결정 당시 지하철(삼각지역) 하부를 통과하는데 따른 안전여부에 대해서는 지하 38.4m~68.4m 심도로 터널굴착공법에 의거 시공함으로써 안전하다고는 했지만 이번에는 안전사고 사전예방을 위해 노선변경이 불가피하다고 하는 것은 상호 모순이 있다”고 밝혔다.공문은 또 “사유지 저촉구간인 한강로 1가 231-23 삼각지 아파트 부지는 지하보상의 대상이 아니더라도 한전의 전력구가 아파트 지하부분을 저촉, 통과하기 때문에 토지주와 사전협의가 요구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삼각아파트 주민들은 소장에서 “서울시청의 이같은 주장을 무시하고 설계를 변경, 노선을 바꾸어 사유지인 삼각아파트 밑으로 지름 3m정도의 터널을 뚫어 공사를 한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전력구 60m를 철거하라”고 주장했다.
묻힐 뻔 했던 진실 8~9년만에 드러나
뒤늦게 설계변경 문제 거론된 이유는?
그러면 공사가 시작된 지 8~9년만에 주민들이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이유는 무엇일까?삼각아파트 개발사업추진위원회 이강욱 위원장은 “지난 71년 입주한 삼각아파트의 재건축 사업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파트와 거의 붙어있는 한전 부지에 변전소를 짓겠다는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한전과 용산구청간의 소송이 진행됐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당시 공사에 참여했던 인부 일부가 전력구 공사문제를 거론했다. 주민들은 인부의 말을 듣고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설계도면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전측은 2~3회에 걸친 요구에도 불구하고 당초 도면대로 공사를 했다. 설계가 변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도면을 공개치 않았다. 그러나 2005년 3월 8일 변경된 설계도면을 보고 놀랐다. 세상에 공기업이 이럴 수 있느냐”며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이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지하전력구 공사시작 이후 8~9년이 지나도록 ‘진실’이 은폐될 뻔 했다는 것이다. 삼각 아파트 지어진지 25년 경과
삼각 아파트는 지난 71년 입주한 아파트로 지자체의 안전진단 결과 철거단계(D급)전인 C급판정을 받았을 정도로 노후된 건물이다. 입주민에 따르면 “삼각아파트는 수돗물에서 녹물이 나올 정도로 낡았다”면서 “일부 고층 세대는 모터 펌프를 설치, 물을 끌어올려 생활하는 등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호소했다.지하 1층~지상 4층규모로 총 가구수는 149가구이다. 사업인가를 받아 재건축이 추진될 경우 주상복합으로 지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