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주 날고 싶어 했던 꿈 드디어…”

‘1: 18,000’ 천문학적 경쟁률 뚫고 ‘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 된 고산ㆍ이소연

2008-01-05     송문영 기자

지난해 성탄절 저녁,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 선발식이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최종 선발된 2명의 우주인후보 이야기가 각종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과학계 뉴스가 이처럼 온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이슈화된 것은 지난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논란’ 이후 처음이었던 듯하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 탄생은 여러모로 우리를 가슴 벅차게 한다. 지난 2003년 말 과학기술부처가 “우주인을 양성하겠다”고 공식발표하며 정부차원의 지원을 해온지 3년여만의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적 능력이나 성품, 체력 및 체격 조건 등 모든 면에서 합격점을 받은 이 2명의 최종 합격자는 ‘지덕체’를 모두 겸비한 ‘최우수 한국인’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한국최초 우주인 후보, 그들은 누구?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후보가 되기 위해 전국에서 도전장을 내민 인원은 무려 3만 6000여명. 그중 최종 선발된 후보는 단 2명뿐이다. 이들은 ‘1:18,000’이라는 천문학적인 경쟁률을 뚫고 ‘한국 최초 우주인’이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보통 사람들이 평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한 이 영광의 주인공으로 선택된 사람들은 바로 ‘고산(남.30)’씨와 ‘이소연(여.28)’씨. 고 씨는 현재 삼성종합기술원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이 씨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산’씨는 우주인 최종 후보로 확정된 소감을 밝히며 “어떤 일에 적합한 사람은 그 일에 꿈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꿈을 이뤄 행복하다”고 전했다. 또 “우주인으로서의 임무를 완수하고 귀환한 뒤 우주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사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씨는 지난 1977년 부산에서 태어나 3살 이후부터 서울에서 살아왔다. 한영외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해 서울대학원 석사과정까지 마친 그는 이후 삼성종합기술원의 컴퓨터 비전 및 인공지능 연구원으로 근무해왔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2004년 전국 신인 아마추어 복싱 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특이 이력’도 갖고 있다.한편 고 씨와 함께 최종 2인의 자리에 오른 ‘이소연’씨는 지난 1978년 태어나 광주과학고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기계공학과를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시스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우연히 신문에서 우주인 선발 기사를 읽고 어린 시절 우주를 날고 싶어 했던 꿈이 생각나 지원했다”는 이 씨는 “섹시하고 멋진 우주인 박사가 되어 이공계 기피현상을 타파하고 과학 연구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합격 소감을 밝혔다.

우주인 향한 경쟁, 치열한 선발과정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 속에 전개된 우주인 선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19세~60대에 걸쳐 학생부터 대기업 CEO에 이르기까지 총 3만 6,206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중 서류전형을 통과한 1만여 명이 지난해 9월2일 우주인이 되기 위한 첫 관문인 3.5㎞달리기(기초체력 평가)에 도전할 수 있었고, 이 평가를 거쳐 도전자 수는 3,205명으로 좁혀졌다.

기초체력 평가에 통과한 이들은 보름 뒤인 9월17일 영어, 종합상식 등 필기시험을 치른 후 500명으로 추려졌으며, 10월27일 다시 임무수행 능력ㆍ정신건강ㆍ대인관계 등 정밀 테스트를 통해 30명으로 압축됐다.
과학기술부(이하 과기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이어 3차 선발 관문까지 통과한 10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SBS 일산 탄현 제작센터에서 ‘스페이스 캠프’ 합숙평가를 실시했으며, 그중 8명을 선발해 러시아로 보냈다.

러시아로 떠난 이 8명은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열린 평가를 통해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 견딜 수 있는 능력 등 다양한 우주 적성평가를 거친 후, 2명이 탈락한 6명(남자 4명, 여자 2명)으로 좁혀졌다.그리고 모든 평가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25일, 주관방송사인 SBS의 생방송을 통해 대중친화력 테스트 및 그간의 평가결과를 종합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2명이 ‘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로 선발됐다. 이날 선정된 고 씨와 이 씨는 김우식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으로부터 ‘우주인 후보’ 임명패를 전달받았다.

지ㆍ덕ㆍ체 겸비한 우수 젊은이들

과기부는 우주인후보 선정에 있어 “새로움과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우주인(智), 건전한 정신과 신체를 가진 우주인(體),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지닌 우주인(德) 등을 3대 우주인상으로 설정하고 4가지 기본 자질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과기부가 밝힌 선발 기준에 따르면, 우선 우주인은 범죄경력이나 약물중독 등 임무수행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없어야 하며, 효율적인 임무수행을 위한 상황 적응능력과 유연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스트레스 등 제약조건을 이겨낼 수 있는 자질과, 러시아어를 배우려는 의지 및 영어로 읽고 대화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우주 비행훈련 및 우주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의학 적합성을 충족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의학 적합성을 가리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체격 및 체력조건이 평가됐는데, 여기서 신체 조건은 키 153∼192㎝를 기본으로 하되 164∼190㎝가 적정 범위로 설정됐으며, 체중은 45∼90㎏ 정도로 제한됐다.
시력은 나안 0.1, 교정 1.0 이상, 혈압은 수축기의 경우 최고 140-최저 90, 이완기의 경우 최고 90-최저 60 사이에 들어야만 했다.

이처럼 까다로운 우주인 후보 선발과정과 관련해 과기부의 한 관계자는 “이밖에도 신원 조회를 통해 반사회적 성향이나 전과 기록 여부가 발견된 경우 후보에서 제외했으며, 도덕성과 협동 정신ㆍ윤리성 등도 선발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마디로 이번에 선발된 2명의 우주인 후보는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모든 덕목을 갖춘 완벽한 성품과 체력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1년간 러시아 현지훈련 후 우주선 탑승

우주인 후보 고 씨와 이 씨가 치러야할 험난한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1만8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두 후보는 내년 3월부터 1년간 러시아 가가린 훈련센터에서 본격적으로 고강도의 우주인 훈련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현지훈련을 마친 2명의 후보 중 우수한 성적을 거둔 1명만이 최종적으로 우주선 탑승 자격을 얻게 된다.

2008년 4월 러시아 우주 왕복선 ‘소유즈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날아갈 최후의 1인은 8일 가량 우주에 머물며 우주저울, 첨단 귀마개 실험 등 18가지 과학실험을 수행한 후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모든 임무를 수행한 후 지구로 귀환하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과학기술 홍보대사’의 자격으로 범국민 과학 대중화 운동에 앞장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다.한편 지난달 27일 과기부와 항우연은 앞으로 고 씨와 이 씨를 국가자산 관리 차원에서 특별대우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주인의 훈련ㆍ탑승ㆍ과학기술 수행경험 등은 우주개발을 위한 국가자산으로 보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두 후보가 바라는 경우 이들을 항우연의 연구원으로 특별 채용하고, 우주인 후보의 스케줄 등 외부활동 관리 및 신변보호 임무 등을 관리할 전담 관리인도 1명씩 배치해줄 방침이다.이렇게 되면 두 후보는 그동안의 경력을 감안할 때 항우연 선임연구원 수준의 대우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써 5000만원 안팎의 연봉과 러시아 훈련기간 파견비ㆍ대외활동에 따른 인센티브 등 연간 1억원 가량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