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 여성 잠룡그룹, 언제 승천할까?

떠오르는 한명숙 대망론, ‘범여권’ 히든카드 추미애, 강금실 ‘바람’ 또 일으킬까

2007-01-07     최봉석 기자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이른바 ‘잠룡그룹’은 ‘잠룡’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승천하지 못한 채 물 속에 숨어 있는 용)가 뜻하는 것처럼, ‘제3후보들’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잠룡’들은 대부분 ‘남성’.

그러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야권에서 ‘가능성 있는’ 여성 대권주자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이후 ‘여성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여권에서는 박근혜처럼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여성 후보가 아직까지는 존재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대선 구도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여성 잠룡들은 분명히 있다.

여권 내에 여성 잠룡으로 손꼽히는 인물은 총 3명. 한명숙 국무총리와 추미애 민주당 전 의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전 서울시장 후보)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남성 잠룡들 못지 않게 내년 대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잠룡’이라는 표현에 적합한 인물군에 들어간다. 여성이란 특수성이 일단 한 몫을 하겠지만, 이는 기성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일으킬 수 있는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정치권은 이들이 언제 승천할지에 대해 연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떠오르는 한명숙 대망론 = 사상 최초의 여성총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한명숙 총리는 누가 뭐래도 ‘뜨는 별’이다. 총리직을 무난히 수행하고 있는 점 등이 높게 평가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여권 내 대권후보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총리는 4%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남성 잠룡으로 꼽히는 정운찬 전 총장(3.9%), 유시민 장관(4.5%)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또 유력 대권주자인 정동영 전 의장(6.2%)과는 2% 차이로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김근태 의장(3.9%)은 이미 앞지른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잠재적 대선후보 답게 한 총리의 거취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총리는 당분간 당으로 복귀할 의사가 없고 ‘총리직을 더 수행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으나, 당복귀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여권은 현재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오는 2월 열리는 전당대회를 전후로 한 총리를 당에 복귀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실제로 선거관리내각 체제로 들어가기 전 자연스럽게 당으로 복귀해야 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3일 매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한 총리의 당 복귀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총리가 만약 당에 복귀할 경우, 최초의 여성 여당 의장이 탄생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한 총리도 대권에 ‘나몰라라’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지난해 12월 열린 송년오찬에서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질문에 “솔직히 저도 잘 모르는 일”이라며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

◆ 추미애, ‘범여권’의 히든카드 = 지난 해 8월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추미애 민주당 전 의원은 영남 출신 여성인데다 인지도가 높아 여권 내 잠재적인 여성 후보군으로 역시 거론되고 있다. 또 대선후보로서 혹 자격미달이라고 하더라도 당장 참여정부와 여당, 민주당 등과 두루 친화적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추미애 전 국회의원은 새해 첫 날 고향인 대구를 방문, 팔공산 갓바위에서 민주당 대구경북 당원들및 지지자들과 등산을 하며 민주세력대통합을 설파했다.

앞서 지난 달 28일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 현역의원 및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민주세력의 통합을 촉구하는 내용의 신년 서한을 보내는 등 민주 세력의 부활과 통합의 ‘전도사’역을 자처하고 나섰다.

추 전 의원은 서한을 통해 “민주세력이 함께 했을 때 역사는 전진했고 흩어졌을 때 역사는 후퇴했다. 우리가 함께 하면 대한민국이 웅비할 것”이라며 “모두 일어나 미래의 주역이 되자”고 제안했다.

추 전 의원은 한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뒀지만 지난해 12월부터 민주세력의 부활과 통합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는 등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한 상태다.

그는 지난해 10월 16일 법무법인 ‘아주’의 대표변호사로 취임한 자리에서 “정치를 다시 시작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깨진 유리조각을 붙이는게 아니라 펄펄 끓는 용광로 속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하며 향후 ‘정계개편’을 통한 정치재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영남권 우리당 의원 3명 중 대표적인 친노인사로 꼽히는 조경태 의원은 “정계개편을 이끌 몇 안 되는 사람이 바로 추 전 의원”이라고 말했다. 추 전 의원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강금실, ‘바람’ 일으킬까 = 여당의 ‘히든카드’로 거론되는 마지막 여성 잠룡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다.

지난해 5ㆍ31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바람 일으키기’에 성공할 경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강금실 전 장관은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 졌지만, 선거 과정에서 마라톤 유세 등을 통해 대중성이 높아졌고 시민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많이 울고 많이 분노하면서’ 진정성을 보여줘 대중과의 친화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말 여성인권대사에 재선임된 바 있는 강 전 장관은 같은해 10월 1일자로 법무법인 우일아이비씨 고문 변호사에 취임, 법조계로 복귀했고 16일부터 정식 출근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같은 해 4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앞으로 2개월만 정치인”이라고 강조했었는데, 선거에 패배한 이후 법조계로 복귀하면서 약속은 일단 지킨 셈이다.

강 전 장관은 선거에서 쓴맛을 본 뒤 일단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당분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며 호흡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권의 정계개편의 논의가 본격화될 때까지 그가 정치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이른감은 있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강금실의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여권의 대권 후보군에 그의 이름이 계속 오르고 이유다.

강금실에 대한 높은 기대감 속에서 여권은 이처럼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현실정치 무대에 또다시 올라설지에 대해서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하지만 여성 대통령에 대한 꿈은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 덕성여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21세기 여성의 미래’란 주제의 강연에서 “최근 독일에선 여성 총리가, 프랑스에선 여성 대통령 후보가 배출됐고 미국에선 처음으로 여성 하원의장이 뽑혔다”면서 “21세기는 수평적인 관계와 부드러움으로 이끌어나가는 여성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