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검증이 될까”…대선정국 ‘TV토론회’ 무용론

‘학예회·앵무새’식 토론방식으론 후보 검증 어려워
정책검증 위해선 전문지식 필요…“사실상 의미 없다” 지적도

2017-03-22     조아라 기자

[매일일보 조아라 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50일도 채 남지 않으면서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검증시스템으론 ‘TV토론회’가 각광받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TV토론회는 1997년 15대 대선에서 처음 도입되면서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검증수단이 돼왔다. 당시 대규모의 군중집회 중심의 선거가 안방으로 옮겨가며, 보다 많은 유권자가 후보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수단이 돼왔다.

때문에 대선 주자들간의 토론회를 둘러싼 신경전이 가열됐다. 실제로 본선보다 더 치열한 경선을 치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총 9회로 정해진 TV토론회 횟수와 방법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그 중 토론회 개최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해진 질문에 대한 준비답변으로 진행되는 토론회 진행에 대해 “국민들은 참모가 써 준 대본을 누가 더 잘 외우고 읽는지를 보고 싶어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사전질문에 모범답안을 읽는 학예회식 토론 때문에 박근혜를 골라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캠프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인지도 측면에서 공고하게 선두를 지키고 있는 1등 주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토론회밖에 없지 않느냐”며 “하지만 1등 주자 측에서 토론을 거부하고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있다”고 푸념했다.

토론회 방식과 횟수 뿐 아니라 일각에선 ‘토론회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TV토론회의 횟수가 줄어들고 있고, 시청률도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검증시스템으로서 가치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실제 총 57회나 TV토론회가 치러졌던 15대 대선 이후 2002년 27회, 2007년 11회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더해 사실상 유권자들이 토론회를 시청한다고 해서 그 후보의 공약을 검증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약을 검증하기 위해선 그 공약에 들어가는 재원마련과 예산집행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을 일반 유권자가 알기도 어렵거니와 후보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이제 솔직해져야 한다. 해외 연구결과에서도 유권자가 TV토론회를 보고 후보들을 검증해 자신의 지지가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증명됐다”며 “유권자자들은 TV토론회를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자기확신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시민사회나 연구기관이 직접 나서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네덜란드와 호주는 각각 경제정책분석국(CPB)과 의회예산처(PBO) 등 국가기관들이 직접나서 공약이행에 필요한 예산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정치권 관계자는 “특정정당 후보의 공약을 검증한다는 것이 정치적 중립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다만 ‘포퓰리즘’ 등 심각하게 우려가 되는 부분에 있어서 국회 예산정책처의 도움을 받아 검증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