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청소년 선도 단체 회장의 파렴치 행각

겉으로는 가출 청소년의 ‘아버지’, 안으로는 가출 청소년과 ‘성 관계’

2007-01-08     김종국 기자

‘대한민국 가출ㆍ비행 청소년들의 아버지’로 불리던 (사)ㅎ청소년선도회 박모(62) 회장이 수천만 원의 공금을 횡령하고 10대 여성을 자신의 내연녀로 삼아온 것이 검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박 회장은 국고보조금에 해당하는 청소년 육성 지원금 6천 5백만 원을 직원 급여 명목 등으로 빼돌리고, 재활 대상인 허모양(당시 19세)을 ‘학교에 보내준다’는 미끼로 성관계를 가진 뒤, 6년간 내연관계를 유지해왔다.

선도ㆍ교육 ‘나 몰라라’…“학교 보내주겠다” 꼬셔 6년간 내연녀로

사단법인 ㅎ청소년선도회의 회장인 박씨는 지난 81년부터 25년간 가출ㆍ비행 청소년 계도 사업을 펼쳐왔다. TV와 신문에도 심심찮게 그의 선행이 보도되곤 했었는데 그가 바른 길(?)로 이끈 청소년만 1만 5천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박씨를 ‘가출 청소년의 대부’, ‘비행 청소년의 아버지’로 칭송해 마지않았다.

하지만 그의 파렴치한 범행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ㅎ선도회는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종적을 감췄다. 직원과의 연락도 홈페이지 접근도 차단된 상황이다.
가ㆍ탈출 청소년 단체에선 명성이 자자했던 박 회장. 그의 범죄행각을 최초에 누가 신고했지 아직까지 묘연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 조사결과 드러난 박 회장의 죄상은 파렴치하기 그지없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서울 모 지역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던  아무개 씨는 평소 박 회장의 활동에 감화를 받고 이 업소 고용 여성이었던 허모양(당시 19세)을 그에게 인도한다. 허양은 가출한 뒤 성매매 업소를 전전하며 힘겨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박씨는 업주로부터 허양을 잘 선도하고 교육해서 ‘고등학교에 꼭 보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시 ㅎ청소년선도회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위원회로부터 가출청소년 선도 사업비 등으로 매년 ‘청소년 육성기금’ 2억여 원을 지원받는 등 사회적 인지도가 상당했다.
하지만 박씨는 이러한 점을 역 이용해 허양을 고등학교로 보내기는커녕 “도와주겠다”고 성 관계를 강요하고 내연녀로 삼은 뒤 지난 6년간 그녀와 사통(私通)관계를 지속해 왔다.

게다가 직원 급여 명목으로 공금을 횡령하기 위해 허양이 마치 ㅎ선도회 직원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놓고 매달 정부지원금 중 100여만 원을 허위로 계상해 빼돌렸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의 국고 지원금 사용처에 의심을 품어오던 ㅎ선도회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허양이 ㅎ선도회에서 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박 회장과 내연관계에 있어 박 회장이 생활비를 대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나는 허양의 은인”이라며 오히려 “허양이 먼저 접근해 나를 유혹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박 회장은 “처음 실수로 성관계를 가진 뒤 그동안 내연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자백했다.

이와 관련 한 청소년선도단체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버린 어이없는 경우”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회장 뿐 아니라 그를 믿고 수억 원의 지원금을 교부한 문화관광부 관련자도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90년대 검찰이 인정했던 박 회장, 이제는 검찰청 철창 속에

청소년 선도단체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박 회장은 평소 청소년 비행과 가출 문제를 ‘선도 철학(善導哲學)’으로 풀어 온 것으로 유명하다. 한 때 박 회장은 가출신고를 받으면 해당 청소년의 채팅기록과 휴대폰 통화 내역을 추적하고 가까운 친구들을 탐문 조사할 정도로 이 분야에 골몰해 ‘사설탐정’으로 불리기도 했다.

문화체육부, 검찰청까지 그의 일에 대한 집념과 의욕을 인정해 지난 90년 7월에는 ㅎ선도회가 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도록 하고 아낌없는 지원금을 보냈다고 한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지난 84년 5월, 박 회장이 최초로 우리사회에 인신매매의 실상을 고발하고 어린 여학생들의 구출활동을 펼쳤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모든 공로는 박씨가 지난 2001년부터 정부 지원금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박씨는 정부 지원금 중 6천 5백만 원을 40차례에 걸쳐 횡령했다. 박씨는 자신의 선배에게 월급을 주거나 주차비가 지급된 것처럼 장부를 고치는 수법을 썼다. 또 이 단체 소유 승용차 매각대금 1천 3백만 원을 자신의 생활비와 체무변제 등에 유용했던 사실도 적발됐다.

박씨의 이 같은 인면수심의 파렴치한 행각은 경찰에 이은 검찰의 추가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횡령액 규모상 경찰에서는 박씨를 굳이 구속할 정도가 못된다고 판단해 박씨를 불구속 송치했지만, 추가 조사 과정에서 열아홉 살 허양에게 거꾸로 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죄질이 나쁘고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구속 기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유사 사례가 없으리란 법 없다”면서 “30여개의 청소년 선도단체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부당하게 집행된 지원금을 전액 환수하고 이들을(ㅎ선도회) 위촉하고 거액의 지원금을 교부하고서도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 관련자들도 엄중하게 문책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