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증시 ‘구원투수’에서 ‘선발투수’로 부상하나

2011-08-26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연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선발 투수’로 부상할 수 있을까.올해 들어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공제, 행정공제 등 연기금의 순매수액은 지난 25일 기준 5조9630억원이다. 연기금의 역대 최대 순매수 규모는 2008년 당시 9조8000억원이다.최근 매수주체가 부진한 증시에서 연기금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연기금이 지수가 횡보하는 국면에서 주식 순매수 규모를 늘렸다는 점이다. ◆과거 하락장 방어 역할에서 조정국면에서 매수주체로 변신코스피지수는 올해 초 1700선에서 출발한 뒤 지난 25일 고작 30포인트 높은 1734포인트를 기록했다.또 연기금의 투자성향이 바뀌었다. 그동안 연기금은 주로 하락장을 방어하는 역할을 맡았다. 역대 최대 순매수를 기록한 2008년 역시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로 코스피지수가 1890선에서 1120선으로 급락하던 때였다.전문가들은 연기금이 올해 남은 기간에도 주식 매수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한다.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26일 "올해 연기금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역대 최대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국민연금 총 기금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주식투자 비중까지 점차 늘려가는 추세"라며 "2010년은 연기금이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원년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기금의 약 90%를 차지하는 국민연금은 지난달 23일 처음으로 자산규모 300조원 선을 넘어섰다. 국민연금 자산규모는 2007년 200조원 돌파 후 불과 3년 만에 300조원을 넘었다. ◆연말까지 8조원 매수 여력...앞으로 매일 8백억 순매수 가능 현재 국민연금 자산은 일본 공적연금, 노르웨이 글로벌연금펀드, 네덜란드 공적연금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다.위세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민연금이 연말까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인 16.6%를 채운다고 가정하면 향후 8조원 정도 추가 매수 여력이 있는 셈"이라며 "현재 기준으로 12월 말까지 자금 집행을 한다고 보면 매일 800억원어치 국내 주식 매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게다가 국민연금의 목표 주식비중은 올해 16.6%에서 내년 18%로 높아진다. 이 경우 내년 한해에만 약 10조원 규모 추가매수 여력이 생긴다.전문가들은 연기금이 국내 증시 주연으로 등장할 경우 시장의 성격도 바뀔 것이라고 예상한다.이대상 연구원은 "연기금이 주식매수 규모를 점진적으로 키워가고 우량주 보유량을 꾸준히 늘려 가면 외국인 매매패턴에 따라 지수가 출렁거리던 모습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어 이 연구원은 "외국인이 매수 관점일 때는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고 반대로 외국인이 매도 관점일 때는 연기금이 우량주를 저가에 매수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변동성이 현저하게 줄어든 모습이 국내 증시의 중장기적인 수급 양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