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경영권 5라운드 공방
작은아버지 조카며느리싸움에 사부인까지 개입
정상영 명예회장과 현정은 회장의 5라운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법원 판결과 금융감독원의 결정이 현정은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정상영 KCC회장이 오해나 비난 대해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석명서(釋明書)를 발표한 것이다.
이같은 석명서의 배경은 금융감독원이 KCC 정상영 명예회장측이 추가 매입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20.63%)에 대해 6개월간 의결권 제한에 이어 장외 매각까지 검토함에 따라 그동안 추진해온‘현대그룹 장악 작전’이 물거품이 될 위기 나온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제3의 우호세력에게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어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현정은 회장측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상영 명예회장이 '메가톤급 핵 발언'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KCC측은 일단 법원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를 지켜본 후 후속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주식 매집과정을 문제삼아 처분 명령을 내리면 KCC는 도덕성에 상처를 입게 돼 추가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정상영 명예회장의 석명서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 하면 금융당국이 KCC가 펀드를 통해 매입한 엘리베이터 지분 20.63%에 대해 처분 명령을 내리면 KCC측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23.76%로 줄어들게 되고 KCC가 이 지분 그대로 내년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면 현정은 회장측(지분 율 28.30%)에 비해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일반 공모(1천만주)의 성사 여부에 관계없이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물론 KCC는 법원에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추가로 주식을 매입하거나 우호주주 확보에 나설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양측은 주총장에서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이게 된다.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 간 싸움에서 현 회장이 일단 승기를 잡게 된 것이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KCC측의 뮤추얼펀드와 사모펀드 보유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에 대한 처분명령을 검토하고 있고, 법원이 현 회장측이 KCC측을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현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 타계후 정씨일가 경영권 침해우려
"방어하기 자사주 양수하는 안이 선택했다"
이에 대해 KCC측은 정 명예회장이 전면에 나서 사태해결을 시도하는 한편 추가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내심 당혹해하고 있다.
거의 벼랑 위기에 몰렸던 현 회장이 일시에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명예회장은 3일 발표한 '진실을 밝힙니다. 정상영 명예회장의 석명서'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정씨 일가의 것이며 현대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김문희씨가 행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격을 가했다.
정 명예회장은 " 정몽헌회장의 타계후 처음 정씨일가의 경영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었던 것은 적대적 외국자본 세력이었다"며 "이를 방어하기 위해 여러 현대가에서 자사주를 양수하는 안이 선택 되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8월 8일 영결식 당일 오후,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진들은 외국인들의 주식매입으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이 위험하게 되었다"며 "본인(정 명예회장)을 비롯한 KCC의 경영진에게 도와줄 것을 호소하였으나 KCC를 비롯한 현대가족들이 주식 매입검토를 시작한 8월 11일의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은 3일간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후 7일간 계속 상한가를 치는 등 천정부지로 가격이 뛰기 시작, 시장에서 대량매입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말했다.
당시 실무자들과 협의한 결과 자사주를 인수하는 안이 최선이라고 판단 자사주를 인수하게 되였다는 것.
다시 말해 사모펀드는 현대고위층의 요청에 의해 현대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이용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석명서는 김문희씨에 대해 극단적이 표현이 함축돼 있는데 이는 현정은 회장 보다 김문희씨에 대한 공격으로 보여진다.
정 명예회장이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 위험이 사라진 지금 정씨 일가의 경영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람은 바로 김문희씨라는 주장과 정몽헌 회장 사망 직후 모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김희문씨가 현대그룹 경영에 직접 나설 것이며 후계구도나 경영사안에 대해 대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을 들어 불편한 심기를 들어냈기 때문이다.
참고로 김문희씨는 정몽헌 사후인 8월 24일자 모 신문 인터뷰에서 `현대그룹경영에 직접 나설 것이며, 후계구도나 경영사안에 대해 대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문희씨 국민기업화 선언 들고 나온 것은 큰 잘못'
정 명예회장은 이에 대해 "김문희씨가 현재 하고자 하는 역할은 과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했던 역할"이라며 "현영원씨에 대해서도 대주주의 남편이라는 이유로 현대상선의 부실이 심화되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현대상선의 회장직을 유지, 고액의 연봉을 타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문희씨 측에 대해 '11월 17일 현대엘리베이터를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국민기업화 하겠다는 선언을 들고 나온 것' 결국 자기소유가 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다는 선택 이였다고 꼬집었다.
특히 현정은 회장에 대해서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김문희씨의 대리인으로서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김문희씨는 11월 24일자로 자신의 지분을 현정은씨를 비롯한 유가족에게 사전 지정 상속하는 확약서를 공증하였다고 언론을 통해 공개했었다.
이에 대해 정 명예회장은 "공증만으로 지분양도의 효과가 발생할 수는 없다"며 "확약서를 작성하였다고는 하나, 이러한 증여는 이를 사후 취소나 철회할 수 있기 때문에 공증을 하였다는 것만으로 약속한 내용대로 상속이 이루어지리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상속법상의 유류분제도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딸 4명 등 상속인들 모두에게 상속이 이루어진다면 정몽헌의 유족인 정씨 일가에게는 그 상속후 지분이 미미할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고 정몽헌 회장의 재산을 상속 받은데서 출발하며, 이로 인해 가장 이익을 받는 사람은 김문희씨라는 설명이다.
정 명예회장은 정몽헌 회장이 타계후 자신{정상영 회장)이 상속포기를 권유한 경위에 대해 "정몽헌 회장에게는 재산을 초과하는 부채가 있었을 뿐더러, 별도로 하이닉스에 대한 보증채무 2천800여억원 등 경영이 어려운 여러 계열사에 대한 보증채무 9천500여억원 상당에 이르고 상속을 받게 되면, 정몽헌 회장의 부채 595억과 보증채무 9천500여억원, 합계 1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유가족이 갚아야 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은 유족이 상속을 포기하고, 그 유가족을 다른 현대가에서 돌보는 것"이였다고 피력했다.
특히 현정은 회장이 지난 10월 21일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 취임한 것과 관련, 정 명예회장은 "취임 나흘전 현정은 회장이 찾아와 `작은아버지 7.5%를 왜 사셨습니까?’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7.5%가 아니고 11%를 샀다.’고 분명히 대답해 주었다"고 한다.
이는 "네가 김문희씨로부터 지분을 모두 넘겨받게 되면 비로소 현대가 정씨의 소유가 되는 것인데, 그것만으로는 안정적 지분이 부족하니 너를 도와주기 위해 개인적으로 샀다’고 설명해 주었다는 것.
그는 이어 "니가(현정은회장) 회장에 취임할 경우 나와 일가(정씨)에 대한 빚을 모두 갚고 난 뒤 취임하도록 하라"고 했고 현 회장도 이에 동의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과 나흘뒤 현정은 회장은 취임했고 이는 결국 김문희씨가 정 명예회장과 정씨의 개입을 막기 위해 서둘러 결정한 것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정상영 명예회장이 석명서를 통해 밝힌 놀라운 대목은 고 정몽헌 회장의 지분이 하나도 없다는 주장이다.
그의 주장은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지켜주기 위해 지원을 하고자 했을 때 현대그룹의 주인이 김문희씨 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는 것.
고. 정몽헌 회장의 담보로 12.5%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들고 왔기에 당연히 정몽헌 회장이 지배권이 있는 대주주로 알았다는 얘기다.
정몽헌 회장의 타계후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사주는 것이 정 회장과 그 유족의 지배권을 도와주는 것으로 알고 현대가에서는 도왔으나, 결국 김문희씨의 지배권을 도와준 것이 되고 말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생전에 정몽헌 회장이 찾아와 경영권 보호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7.5%를 사달라고 요청했으나 당시 실무진이 명분이 없다고 난색을 표시해 거절했던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김씨가 대주주로서 전횡을 일삼고 정몽헌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죽은 뒤에 현대의 정신을 온전히 지키고 현대그룹이 계속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면서 "장형이신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살아 계셨더라도 본인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하셨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특히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민기업화' 방침에 대해 "현대아산의 경우라면 사업의 성격이나 남북경협이라는 대의를 위해 국민주공모가 타당한 방법이었겠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민기업화는 경제논리보다는 감정을 앞세워 국민들을 '명분의 제물'로 삼는 비도덕적 행위의 전형"라고 비난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현정은 회장측은 모든 문제는 법적으로 처리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대그룹 경영권 다툼에서 현 회장이 유리한 위치에 올라선 것은 사실이지만 법 정 공방의 결과에 따라 경영권 향방에 변화가 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KCC가 현대엘리베이터의 대규모 공모를 막기 위해 여주지원에 낸 신주발행금지 가
처분신청 결과가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연말까지 엘리베이터 지분 확보 싸움이 재연 될 수 있다.
증권업계는 지분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자금 동원력이 막강한 KCC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회장측도 이런 상황까지 염두에 둔 다양한 대책을 세워 놓고 있다.
현 회장측은 법원이 KCC의 자회사인 금강종합건설이 보유중인 엘리베이터 지분 에 대한 주식처분금지가처분 결정을 이끌어내 승기를 잡았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경영권 방어를 내세워 금강종합건설이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 중인 자사주 8만주를 사간 만큼, 이를 되찾기 위한 본안 소송을 낼 방침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그룹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 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KCC "일 단은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보겠다"
KCC는 금융당국이 사모펀드를 통해 매입한 엘리베이터 지분(12.82%)까지 처분하도록 결정하면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KCC 관계자는 "처분 명령이 내려지면 법원에 부당함을 호소할 계획"이라며 "일 단은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KCC가 감독당국의 처분명령에 관한 무효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경우 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 상황이 반전되는 등 양측간 밀고 밀리는 접전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KCC가 최근 공시를 통해 사모펀드를 통해 취득한 지분이 `소유에 준하는 보유`라고 명시해 옴에 따라 공시 위반임이 분명하게 가려졌기 때문에 처분명령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의 고위 관계자는 “뮤추얼 펀드를 통해 취득한 7.81%는 분명한 공시 위반이므로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하고, 신한BNP파리바투신을 통해 취득한 12.82%에 대해서도 “5%룰은 소유만이 아니라 보유에도 해당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처분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렇게 되면 KCC측은 31.24% 지분 중 20.63%를 매각할 경우 10% 남짓의 지분만 가지게 돼 범 현대가의 13.15%를 포함하더라도 현 회장측의 우호지분 26~28%에 비해 열세에 몰리게 된다.
여기에 오는 15~16일로 예정돼있는 1,000만주 유상증자가 성사될 경우 KCC측은 현대경영권을 놓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 회장측은 국민주를 계속 추진한다는 전략에서 힘을 기울이기로 하고 오는 11~12일에 나올 KCC측이 제기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판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그룹의 관계자는“유상증자는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현대그룹을 국민기업화 하는 방침은 경영권 분쟁과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또 이번 가처분 신청이 수용됨에 따라 KCC와의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고 판단, 주식매매 취소 및 주식반환 청구 소송 등 추가적인 법적 대응까지 취하는 등 KCC측에 대한 집중포화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
현 회장이 정 명예회장측 보유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희석시키기 위해 추진중인 유상증자에 대해 KCC측이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긴 했지만 그 결과에 상관없이 현 회장측 우호지분이 정 명예회장측 지분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법원이 KCC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계획대로 1000만주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고 청약률 100%, 우리사주조합 100% 참여를 기준으로 현 회장측 우호지분은 현재 26.11%에서 15.02%가 된다.
반면 KCC측은 31.25%에서 3.82%로 급격히 낮아진다. 범 현대가 우호 지분을 다 합쳐도 8.54%로 현 회장측에 크게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현대그룹경영권 공방은 이제 법정싸움으로 비화됐고 작은아버지와 며느리싸움에 사부인이 개입하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