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청렴위 개선안 놓고 “서운하다” 건의
이미 지난 일 거론하는 것은 ‘흠집’내기
“건설신기술업계가 비리의 복마전처럼 매도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건설신기술업계가 국가청렴위원회(위원장 정성진)에서 내놓은 ‘건설신기술 관련 비리 제거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놓고 건설신기술에 대한 전면적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나섰다.청렴위가 지난해 말께 발표한 ‘건설신기술 관련 비리소지 제거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의 핵심은 건설신기술이 도입된 지 18년이나 됐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점.청렴위 제도개선단에 따르면 지난 1989년 건설신기술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기술개발자의 개발의욕을 고취시켜 국내 건설기술 발전, 국가경쟁력 제고 등에 기여한 긍정적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증과정에서 브로커 개입과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한 로비빈발 ▲신기술현장 적용시 수의계약 및 지나친 경쟁제한으로 인한 예산낭비, 계약관련 공무원 뇌물수수, 신기술 공사 수주 후 신기술을 적용치 않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렴위가 제도개선방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건설신기술업계의 문제점은 ▲인증심사위원 구성관련 유착소지 및 전문성 결여 ▲건설신기술 계약관련 불공정 ▲인증심사과정의 불공정 ▲신기술 활용관리 미흡 등 크게 4가지.청렴위 “인증심사위 대상 로비, 금품제공”주장
청와대 관계자 인척 브로커 심사위에 신기술 인정받게 해준다며 업체에게 5천만원 수수
청렴위는 우선 인증심사위원을 대상으로 한 로비와 관련, 지난해 5월 실태조사결과 드러난 사례를 제시했다. 청렴위는 사례에서 인증신청업체 관계자들이 심의일 전에 공개된 심사위원을 기술 설명 목적으로 접촉, 인증심사 통과를 위해 금품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위원회는 또 지난 2005년 12월 브로커 A씨가 신기술인증신청업체 대표 B씨에게 심사위원에게 부탁, 교량건설 신기술을 인정받게 해주겠다며 5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덧붙였다. 확인결과 A씨는 김대중 정부시절 청와대 관계자의 인척인 것으로 나타났다.지난해 5월에는 심사위원과 인맥이 닿을 만한 대학연구소 등에 건설신기술 개발용역을 발주, 심사를 원활히 진행시키려는 사례도 포착됐다.청렴위는 이와함께 신기술 공법에 대한 우대제도가 악용, 특혜시비 또는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5월 벌인 실태조사에서 서울 소재 C 업체가 건설신기술 취득후 해당 가술로는 수수할 수 없는 관급공사 37억원 상당을 수의계약으로 체결, 부당이득 및 국고손실을 초래했다고 제시했다.이에 앞서 지난 2003년에는 경북 D 지자체 공무원이 쓰레시 매립장 침출방지사업(사업비 규모 47억원)에 신기술 공법 선정 대가로 신기술사용 사용 공사업체로부터 2천200만원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다.공무원을 상대로 로비를 한 사례는 지난해 7월에도 발생했다. 당시 신기술 보유자와 협약을 맺은 전문업체가 관급공사에 해당하는 신기술이 채택되도록 발주처 공무원을 상대로 로비를 한 사실이 포착됐다.청렴위는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면서 신기술이 설계에 반영돼 계약상 우대를 받은 후 시공단계에서는 제외되는 사례가 빈발, 제도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감사원감사결과 지난 2002년이후 공공기관 발주 턴키공사 17건(2조5천억원)중 입찰 당시 설계에 반영된 신기술은 259건이었지만 시행과정에서 164만건만 적용, 실제 반영률은 63.4%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청렴위는 이에따라 ▲심사위원의 윤리성 검증 강화 ▲심사위원명단의 사전공개 금지 및 이해충돌방지 제도 마련 ▲인증심사 과정의 투명성 확보 ▲신기술 현장 적용 감시강화 ▲계약상 특혜소지 제거 등을 골자로 하는 건설신기술 인증관련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했다.청렴위은 개선방안을 건설교통부에 넘겨 건설신기술관련 정책 수립 또는 관련법령 정비시 이같은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권고했다.청렴위는 우선 심사위원의 윤리성 검증 강화를 위해 심사위원에 대한 부패전력조회로 부적격자 위촉을 금지하고, 심사 위원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체제를 구축, 불성실자의 관련업계 위촉·근무 또는 용역수행자 등 이해관계자를 배제키로 했다.또 위원명단의 사전공개를 금지하고 명단 유출자는 징계토록 했다. 심사위원과 이해관계가 있는 심사안건에 대해서는 해당 심사위원에 대한 제척·기피·회피제를 도입키로 했다.인증심사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심의과정과 심의지연시 사유를 인테넷에 게시하고 인증신청자에게 불허결정 통지시 사유를 항목별로 명확히 기재토록 했다. 심의위원회의 의결이 관계기관 의견과 명백히 상반될 경우 이유를 평가서에 명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청렴위는 이와함께 신기술이 시공단계에서 설계변경 등으로 제외될 경우 투명·공정성 제고를 위해 심의기구를 통한 심사를 의무화하도록 했다.청렴위는 특히 신기술업계에서 문제시 되고 있는 계약상 특혜소지를 없애기 위해 건설신기술 발주공사의 수의 계약사유를 보다 객관화할 수 있는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심의기구를 통해 계약방법을 심의토록 했다.
신기술보유자가 특정업체와만 협약을 맺어 유착이 발생되지 않도록 협약조건, 기간, 횟수 등에 대한 ‘기술협약체결기준’을 한국건설신기술협회(협회장 이영렬)에서 마련하는 방안 역시 제시했다.
신기술 보유자의 부당한 기술제공거부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건설신기술보호기간 연장심사시 불허 또는 연장기간을 축소하는 등 제재키로 했다.청렴위 “제도개선은 금품수수 등 부패 척결위한 것”
업계 “금품수수는 공무원의 도덕성 문제이지 신기술 자체와는 무관한 것”
제도개선방안마련에 참여했던 국가청렴위원회 안준호 팀장은 “청렴위에서 마련한 방안의 초점은 일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신기술관련 비리, 부패 등을 척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건설신기술업체의 신기술 개발 의욕을 가로막거나 신기술을 후퇴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그러나 건설신기술업계는 청렴위와는 달리 “서운하다”는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건설신기술업체 관계자는 “청렴위가 내놓은 제도개선방안의 상당부분은 신기술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건설신기술개발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지도 않은 것을 감안하면 서운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현재 건설신기술업계가 개선방안을 놓고 서운해 하고 있는 부분은 청렴위가 방안을 통해 발표한 내용 가운데 건설신기술업체 전체가 마치 비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비춰지고 있단 점이다.교량분야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F업체 관계자는 “공무원이 신기술 공법 선정을 대가로 신기술 사용 공사업체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것은 공무원이 나쁜 것이지 건설신기술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며 “확인해봐야 할 일이지만 청렴위의 제도개선방안은 ‘공정’ ‘투명성 확보’라는 이름아래 건설신기술을 하향 평준화하려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청렴위의 제도개선방안에 대해 한국건설신기술협회는 “자정시스템을 구축,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공정한 기술경쟁시장 활성화에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며 “청렴위가 일부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던 비리, 부패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동의한다”고 밝혔다.신기술협회는 그러나 일부 악덕사례를 이유로 절대다수의 선량한 건설기술발전에 기여한 신기술개발자들의 공로가 묻히고 신기술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신기술협회는 신기술적용에 대한 현재의 신기술 지정제도를 더욱 활성화해 민간기업이 건설신기술개발과 보급에 적극 참여, 국가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선순환의 유인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청렴위에 제출했다.협회가 청렴위에 건의한 내용에는 ▲개선방안에 들어있는 비리와 부정사례에 입장 ▲신기술관련계약제도 운영의 문제점 ▲신기술 사후관리 강화 ▲계약상 특혜소지 제거에 대한 입장 등이 포함돼 있다.협회는 우선 비리와 부정사례에 대한 문제와 관련, 공정위와 검찰 등에서 이미 종결된 사건을 부정·비리사례를 발표해 신기술업계가 마치 온갖 비리의 복마전인 것인 것처럼 매도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이미 끝난 일을 또 다시 들추는 것은 건설신기술업체에 흠집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냔 얘기다.건의문은 또 국가가 신기술 참여를 촉진시키고 장려키 위한 정책으로 약속한 3~10년의 보호기간 동안 우선 구매, 우선계약의 기회, 기술사용료 청구, 시공참여의 혜택을 주는 문제에 대해 제거의 대상이나 철폐돼야 할 특혜 대상으로 논하는 것은 건설선진화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건의문은 신기술관련 계약제도 운영의 문제점에 대해 “법을 지키지 않는 발주청의 행정편의주의에 문제가 있다”며 “공사전체에 신기술이 적용되는 경우, 주요공정인 신기술공법이 요구되는 경우 등은 품질시공을 위해 입찰참가자격을 신기술 보유자와 협약자로 제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페이퍼컴퍼니의 무조건적 투찰을 방조, 건설신기술의 왜곡현상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건설신기술 업계 “훈령보다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돼야”
건교부 “시행령에 들어가야 할 사항이지만 규정 개정 등으로 추진할 것”
건의문은 특히 신기술 관련 사후 관리 강화와 관련해 강도 높게 주문했다. 신기술 사후관리문제는 지난해 7월 이후 건설교통부장관 훈령으로 발주청별 ‘신기술자문위원회’ 등을 설치, 심의기구에서 신기술심사, 설계변경 사유를 기록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신기술업계, 특히 신기술 개발업자들은 ‘신기술설계자문위원회’ 제도도입의 취지를 적극 환영,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자문위원회의 제도도입문제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이는 건설교통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과 일부 지자체를 제외한 일선 발주청에서는 현재까지 해당 위원회를 설치, 운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이에따라 건의문은 “‘신기술활용심의위원회 설치 및 업무, 사후평가보고서 작성의무화’는 건기법 등 건설기술 관련 법 시행령으로 입법 개정하고 지자체, 조달청, 시·도교육청, 경찰청, 정부투자기관 등 정부부처로 확대 시행되길 청원한다”고 밝혔다.이는 훈령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행령에서 규정할 경우 건설신기술 정책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렴위가 건설교통부에 보낸 권고내용은 건기법(건설기술관리법) 등 관련 법령 시행령에 들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건설교통부 기술정책팀 윤현만 사무관은 “건설신기술 사후관리 분야는 관련법령 시행령에 들어가야 사항”이라면서도 “‘건설신기술 평가기준 및 평가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주무부처인 건교부마저 사후관리분야에 대해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건설신기술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향후 업계와의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건설신기술 일반공개경쟁입찰보다는 수의계약 장려해야
제도개선방안 내용 가운데 건설신기술업계와 청렴위가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부분은 ‘계약상 특혜소지 문제’. 이는 청렴위가 제도개선방안을 마련, 건교부에 권고한 직접적 원인이기도 하다.
건설신기술업계는 “신기술 우대계약제도를 악용한 입부의 위법적 수주행위를 근절시키자는 권고에는 동의하지만 제도개선방안 취지처럼 불과 3~10년의 지적재산권 보호기간내에 있는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한 기술’ 및 ‘분리발주가 가능한 기술’에 대해서는 오히려 수의계약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는 신기술지정시 계약상 우대혜택을 부여해 줄 정도의 기존 일반기술과의 차별적 신규성, 진보성, 현장적용성, 경제성 등이 검증된 신기술을 발굴, 엄격히 관리하고 보호기간내에 있는 모든 지정신기술에 대해 수의·지명·제한경쟁계약을 장려했을 경우 국가산업발전과 예산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일반경쟁입찰을 유도하고 있지만 많은 분쟁을 낳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발주청이 자발적으로 신기술을 채택할 경우 분쟁이 발생치 않지만 민원이 발생했을 경우 발주청이 이를 빌미로 기술사용료를 지급치 않거나 공사참여를 보장해 주지 않는 등 ‘불이익’이 뒤따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건설신기술업계 청렴위에 건의문 제출 “이유있다”
건설신기술협회가 이같이 건의문을 작성, 청렴위에 제출한 것은 나름대로 할 말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건설신기술을 개발하는 업체의 상당수는 영세성을 탈피치 못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보조를 받아 개발을 하는 등의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건설신기술업계에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건설신기술에 대한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야 비리니 부패니 따지면서 제도개선안을 만드는 것은 그동안 건설신기술이 홀대를 받았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며 “청렴위의 개선방안 마련을 계기로 앞으로 건설신기술 발전을 위한 관심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신기술제도는 도입된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활용실적은 총 2만2천452회, 공사금액은 3조9천619억으로 년간 3천300개 현장에 4천억원 수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05년 기준 국가예산 1조7천855억원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건설신기술로 지정받은 신기술의 현장 적용률은 7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