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 분쟁’ 숨겨진 내막 [비하인드 스토리]

코카콜라와의 전초전?

2010-08-29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KFC를 보유한 외식업체 SRS코리아(대표 유지상)의 고위임직원이 최근 롯데칠성 본사를 찾아가 머리를 숙이는 다소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사건의 발단을 이랬다. KFC가 코카콜라와 계약이 채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 롯데칠성과 이중계약을 맺은 사실이 들통 난 것. 이미 계약에 따라 음료기기 마련 비용으로 수억원을 지출한 롯데칠성으로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고, 결국 SR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그때서야 SRS측은 부랴부랴 사태 진화에 나섰다. SRS 고위임원이 롯데칠성 본사를 찾아간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롯데칠성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다. 이에 <매일일보>은 소위 ‘KFC 분쟁’으로 불리는 사태의 전모를 취재해봤다.

KFC 운영업체 SRS코리아 고위임직원, 창피 무릎 쓰고 롯데칠성에 사과 
롯데 “합의점 찾으면 고소취하 검토”…일각, 숨겨진 노림수 따로 있을 듯

KFC와 롯데칠성의 분쟁이 세간에 알려진 건 지난 20일쯤이었다. 롯데칠성은 SRS코리아(이하 SRS)가 전국 KFC매장의 음료공급 계약을 어겼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12억 7000여만원. KFC는 전국 137개의 매장을 가진 패스트푸드 3위업체로 원래 코카콜라와 음료공급 계약을 맺고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롯데칠성과도 새로운 계약을 맺어 피해를 봤다는 게 소송의 이유다.

엎질러진 사이다, 담으려 해도?

롯데칠성 측은 KFC가 이중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롯데칠성은 SRS가 운영하는 햄버거 체인인 KFC 매장에 자사가 생산하는 펩시콜라와 칠성사이다 등을 2년 동안 공급하기로 SRS측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에는 올해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롯데칠성이 KFC매장에 음료수를 공급하고 음료를 공급하는 기계인 디스펜서와 음료를 보관할 냉장고 등 필요설비를 제공하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SRS측이 롯데칠성과 계약을 맺은 지 8개월이 지나 일방적으로 계약 취소를 통보해왔다. 이유는 기존 공급업체이던 코카콜라와 장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   롯데칠성 법무팀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피해자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음료공급 계약에 대해 충분히 협의를 한 사안이었다”며 “기존 장비를 거두고 장비를 새로 들여 달라고 해 돈을 투자해 장비를 샀다. 원래 계약대로라면 1월부터 음료를 공급해야했지만 한두 달 늦춰달라고 부탁했고 그 역시 받아들였다. 그렇게 8개월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롯데칠성은 KFC 매장에 무상임대해줄 장비 274대를 이미 구입한데다, 지난 1월 납품음료 초도물량까지 준비했던 상태였다. 롯데칠성으로서는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손해를 입게 된 것이다. 여기서 더욱 문제가 된 점은 <매일일보> 취재결과 드러났다. SRS 측이 ‘이중 계약’을 맺은 것. 이 점에 대해 코카콜라 측도 인정했다. 한국코카콜라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KFC와 코카콜라의 음료공급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며 “앞으로도 계속 음료공급계약을 맺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이 말인 즉 슨, 결국 KFC는 코카콜라와 음료계약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 롯데칠성과 이중계약을 맺고 가운데서 저울질을 한 셈이다. 일반적인 상거래를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당초 치열한 법적공방이 예상됐던 롯데칠성과 KFC의 분쟁이 예상치 못한 SRS의 고위임원진의 사과로 새로운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롯데칠성 법무팀 관계자는 “SRS의 대표이사와 임직원이 어제(25일) 소장이 송달되기도 전에 직접 찾아와 사과를 했다”며 “이것만 봐도 SRS가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이어 그는 “SRS가 우리보다 큰 기업이니 사정을 봐 달라고 했다는 말도 했다”고 전하며 “합의점을 찾으면 소송을 취하할 가능성은 있지만 사과만으로는 소송을 취하할 수는 없다. 피해를 입은 만큼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소송을 취하해도 할 수 있는 게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SRS 관계자는 묵묵부답이다. SRS코리아는 <매일일보>과의 수차례 전화통화에도 불구 “소송에 관련된 사안은 노코멘트 하겠다”며 일체의 언급을 피했다.

사이다보단 콜라, 자존심 멍에?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KFC 분쟁을 색다르게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롯데칠성은 패스트푸드 외식업계 1위인 롯데리아라는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지만, 패스트푸드 및 프랜차이즈업계 전체 시장에서는 코카콜라와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따라서 이번 KFC 음료공급 계약 분쟁은 롯데칠성이 코카콜라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국내 외식업체 상당수가 코카콜라로부터 음료를 공급받고 있으며, 롯데칠성이 유통하는 펩시콜라는 코카콜라에 비해 공급매장수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SRS의 또 다른 햄버거 체인 업체인 버커킹에서도 코카콜라가 들어가고 있다.

이에 롯데칠성이 납품가를 싸게 해 SRS 측에 제안, 계약을 유도했고 SRS가 이를 받아 들였을 수도 있을 것이란 것이다. 즉, 이같은 시각대로라면 코카콜라가 선의의 피해자가 되는 셈. 결국 SRS가 코카콜라와 갈라서지 못한 것은 코카콜라가 롯데칠성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했을 수도 있으며, 일방적 파기에 따른 코카콜라와의 법적 소송이 두려웠을 수 있다.
 
여하튼 이번 KFC분쟁을 둘러싼 업계의 시각은 다양한 가운데, 국내 음료업계 1위 전쟁이 재가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